하얗게 표백된 등산로 위에서
또 한 해의 공허한 끝자락을 밟는다.
인적이 닿지 않은 한적한 산모퉁이
소복이 내려앉은 소담스런 백설처럼,
그 시작은 누구에게나 희망에 부푼 설렘 이었고,
그 여정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으리.
연무 속에 뿌옇게 가려진 혼돈의 도심으로부터
번민으로 가득한 삶의 등짐을 멘 채,
어지러이 인적이 뒤섞인 혼란스런 발자국 따라
엉거주춤 더듬더듬 산굽이를 내려오니,
또 한해의 끝자락에 회한으로 얼룩진 세월
눈발 얼어붙은 빙판길에 바람 가듯 미끄럼을 탄다.
어둠이 내리는 아차산 자락에
영화사 범종소리 속세를 향해 울고,
혼돈과 번민 속에 고뇌하는 중생
토닥여 일깨우듯 뎅그렁~뎅그렁!!~
모든 끝은 그 시작에서 비롯되나니
하나의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라고~
뎅그렁~뎅그~렁!!~ 뎅그렁~뎅그~렁!!~
2013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