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
뭉개져 버릴 것 같은
태풍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던 숲이
제 스스로 옷을 벗고
팔을 벌린 채,
앙상한 손가락을 펼쳐
빈손을 쳐들고 있다.
불어 닥칠 북풍한설을
맨몸으로 맞으려는 듯
다시 찾아올 새봄을 위한
냉혹한 시련을
감수하려는 듯
자연의 순리에 의한
모든 변화에는
시작과 끝이
그 한 곳에 있다.
완전한 비움에서부터
가혹하리만큼 철저한
시련과 기다림을
동반한 채,
한 해의 엄동설한이
모질고 혹독한 만큼
그 해의 봄은 곱고
화려하다 하였으니
이 겨울이 비록
심장을 얼리고
현실은 비록
시련의 연속일지라도
비우고 또 비우며
견디고 또 견디고
꿈꾸고 또 꿈꾸며-----------
2012년 1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