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겨울 댓바람에
설폭을 맞은 도심 산,
발밑에 부서지는
뽀드득거림이
목탁소리처럼 청량하다.
가을 영혼을 달래는 듯
겨울 연가를 부르는 듯,
투명한 햇살에
글썽이는 눈물
보석처럼 빛나고,
솔잎 위에 목화솜처럼
살포시 피워낸 백설화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눈 시리도록
결백하고,
처연히 흩어져간
가을 잔해를
위로하듯 다독이며
달래듯 포근히 감싸는
넉넉한 대자연의 품
겨울 산에서,
쉰다섯 해를 살고도
백짓장 같은 가슴으로
포용과 자혜로움의 깊이를
어렴풋이 헤아린다.
2012년 12월 9일
겨울 꽃 만발한 용마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