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남긴 것은
바람과 함께
정처 없이 떠도는
끝없는 낙엽의
몸부림인가요?
내 고향의 텅 빈 들녘
된서리처럼 내려앉은
하얀 허무이리까?
가을과 겨울이 오가는
길목 한가운데
발목 잡힌 길손처럼 서서
보따리 보따리 짐을 든 채로
변 마려운 견공
꽁무니 흔들듯 한데
가련히 뼈마디만 남은
저 앙상한 겨울나무는
비우고 보내고
벌거숭이가 되고서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저토록 의연하고
고고하기만 합니다.
이 계절을 닮아가는 난
두메산골 외진 밭두렁에
홀로 남은
허수아비와 같은데............
2012년 11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