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을은 가고 없으이다.
비바람에 흠뻑 젖은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대자연의 순리를 좇아
소슬한 바람에 이끌려
홀연히,
끝도 모를 방황의 길에
정처 없는 나그네처럼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맡겨
분신처럼 남겨 둔 채.
산중 구석구석 가을 잔재를
모두 쓸어 날려버릴 듯
휘몰아치는 일진광풍에
몸부림인지?
신음소린지?
비명소린지?
벌거숭이 숲을 뿌리째 흔들며
귓전을 할퀴고 가는 매서움에
어깨를 움츠려 귀를 감싸며
흠칫 두려움에 몸을 떱니다.
쉰다섯 살 초로인생에
가을은 가고 없으이다.
아쉬움 미련 번뇌 덩어리
가슴에 덕지덕지 도배가 된 채.
숨소린지?
솔바람소린지?
회한의 소린지?
턱턱 막힌 숨구녕 속에서
거친 휘파람을 불어 냅니다.
한 치 오차도 허용함이 없고
신께서도 어쩌지 못할
덧없는 세월에
성긴 백발은 갈수록 숱이 줄고
이맛살 고랑엔 깊이만 늘어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시야까지 멀고 흐릿하니
내 안의 영혼마저 가물가물하여
온전한 내 것인가 싶으이다.
2011년 1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