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가을 무상

 

 

 

 

 

 

이미

가을은 가고 없으이다.

비바람에 흠뻑 젖은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대자연의 순리를 좇아

소슬한 바람에  이끌려

홀연히,

 

 

끝도 모를 방황의 길에

정처 없는 나그네처럼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맡겨

분신처럼 남겨 둔 채.

 

산중 구석구석 가을 잔재를

모두 쓸어 날려버릴 듯

휘몰아치는 일진광풍에

몸부림인지?

신음소린지?

비명소린지?

 

벌거숭이 숲을 뿌리째 흔들며

귓전을 할퀴고 가는 매서움에

어깨를 움츠려 귀를 감싸며

흠칫 두려움에 몸을 떱니다.

 

쉰다섯 살 초로인생에

가을은 가고 없으이다.

아쉬움 미련 번뇌 덩어리

가슴에 덕지덕지 도배가 된 채.

 

숨소린지?

솔바람소린지?

회한의 소린지?

턱턱 막힌 숨구녕 속에서

거친 휘파람을 불어 냅니다.

 

한 치 오차도 허용함이 없고

신께서도 어쩌지 못할

덧없는 세월에

 

성긴 백발은 갈수록 숱이 줄고

이맛살 고랑엔 깊이만 늘어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시야까지 멀고 흐릿하니

내 안의 영혼마저 가물가물하여

온전한 내 것인가 싶으이다.

 

 

2011년 11월 11일

 

 

 

 

 

 

 

'삶의 이야기 > 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나무  (0) 2012.12.04
겨울 허수아비  (0) 2012.11.23
가을 몰이  (0) 2012.11.05
가을 연민  (0) 2012.10.30
가을비 은행잎  (0) 201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