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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근우회 여름 사냥

 

가는 날이 장날이라 더니

근우회에서 모임하자 날 잡은 오늘

광양서 사는 처제네가 벌초 겸 나들이 삼아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파주 어느 곳에서 성묘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안성에서

펜션을 하고 있다는 친구네에 들러 하루를 쉬어가노니

웬만함 안성으로 올 수 없겠느냐는 전갈을 받은 아내가

흘끔흘끔 내 눈치를 살피며 분주히 안방과 주방 사이를 오가면서

은근히 압박을 가해오고,

나 또한 건성으로 TV화면에 시선을 둔 채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며

아내 눈치를 염탐하는 팽팽한 신경전이 긴장감을 유발케 하는 순간

구세주처럼 내 휴대폰이 차인벨 소리를 내면서

어서와 날 봐달란 듯 점점점 크게 요란을 떨어댄다.

솟구치듯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귀에 대며,

 

“워이!!~”

“집이네!!~”

“열시에?”

“장한평 5번 출구?”

“알았네”

“금방 나감세!!”

“그먼 거그서 보세!!~”

 

아내 들으란 듯 크게 복창을 해대며 통화를 마치고,

서둘러 배낭에 옷가지 및 세면도구를 챙겨 쑤셔 담아

어깨에 메고 문을 나서며,

 

“어떻게 헐라는가?” 라고 급히 묻자

급습을 당한 아내가 체념하듯

“아이고 인자 나도 어찌할찌 모르것쏘!!~”

“나도 내 맘대로 알아서 헐랑깨 가든오든 당신 맘대로 허씨요!!” 라는

잔뜩 화가 묻은 언성을 남기고 앞서서 문밖으로 나간다.

애써 외면하고 장안평역을 향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에~이!!~ 그눔에 마눌!!~ 까칠하긴!!~

그만큼 빈틈 없이 서로 믿고 위하며 열심히 살았으면 이제 좀

자유스럽고 관대해질 만도 하건만 이러는 때면 매번 저리 심통을 부려대니

이젠 참말 밉다. 다른 점은 그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것 없을 만큼

편하고 사랑스런 아내건만,

빈말이래도 자알 댕겨오시라 손이라도 흔들어 주면

어디 손모가지에 관절염이라도 걸릴까봐 그러는지 원!!~

그러지는 못할망정

먼 길 나서는 서방님 뒷통수에 화를 묻히고 나가다니-----------

에라~이 테테테!!~(간뗑이가 배 밖으로 불거진 간 큰 넘의 독백)

 

형배친구와는 오늘 열시 반에 장안평 근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동행 하기로 한 상현이친구 한테는

아마 열시에 장안평역 5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시간을 수정했던 모양이다.

상현이가 근처에 도착하기 전 미리서 내게

확인 전화를 했던 것인데

타이밍이 기가 맥히게 절묘했지 않은가?.(09:51)

 

바삐 걸음을 옮기며 상현이한테 전화를 걸어

5분 후에 약속장소에 도착 예정을 알리고

형배한테 전화를 거는데 영 묵묵부답이다.

잠시 후 출구에 도착 하자마자 어렵지 않게 상현이를 발견하고

서로 반가이 악수를 청하며 반가움을 나누고

동시에 형배 소식을 묻는다.

상현이 역시 형배와 통화가 안돼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며

햇빛에 얼굴을 찡그린다.

햇볕을 피할만한 그늘을 찾는데 영 마땅치 않고

두리번거리며 수퍼를 찾는데도 쉬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좀 가세!!~”

 

무작정 걸음을 옮기며 햇볕을 피할만한 곳을 찾다가

작은 편의점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캔커피를 하나씩 꺼내들고

파라솔 하나를 차지해 앉는다.(10:00)

참 지지리도 긴긴 장마에

8월 태양마저도 질식해버린 기이한 여름이었으리.

긴긴 장마 속 터널을 이제 겨우 빠져나온 듯

한 며칠 쨍한 햇볕에 다소 꿉꿉함을 털어내도 좋을만하게

하얀 솜털을 풀어 헤쳐 놓은 듯 이쁜 흰 구름 사이로 드러난 하늘이

높고 깊고 푸르고 참으로 아름답고 곱다.

 

망중한의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자

방정맞은 생각과 함께 은근히 후회가 동반한다.

오다가 행여나 무슨 사고라도?

에~이!!~ 이럴바에 마눌님께 충성이나 했더라면??

차라리 이쯤에서 상현이를 포천 가는 버스터미널(미아리?)에서

혼자 차 태워 보내고 난 걍 마눌님 향해서 유턴을 해 버릴까?!~

순간순간 복잡한 생각들이 불현듯이 오가는데

커피를 홀짝거리며 계속해서 휴대폰을 꾹꾹꾹 눌러 찍던 상현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어디여 시방?”

“전화는 왜 안받고?”

“알았네”

 

벌떡 일어서 배낭을 챙겨 메며

 

“어~이!!~ 언능가세!!~ 근처에 와있다네 시방!!~”

 

상현이의 꽁지를 잡고 끌려서 가듯 빠른 걸음으로 뒤따르다 보니

저 앞에 인도 위에 차를 세우고 형배가 배시시 웃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불편했던 심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떨치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승차완료.(10:30)

근처 주유소에서 급유를 마치고 동부간선도로로 접어든다.

군자교 천호대로 나들목 부근에 꼬리에 고리를 물린 차량 행렬을

간신히 비집고 빠져나와 동부간선도로 본선에 합류

벌초객 들로 인한 차막힘 예상과는 달리 기분을 내도 좋을 만큼

앞길이 훤히 열렸다.

 

동부간선 도로를 따라 나란히 이어지는 중랑천이

참으로 한가롭고 평화스럽다.

걷거나 뛰거나 오가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모자를 눌러쓰고 유유히 낚싯대를 담구고 있는 모습이며

 

연인인 듯 자전거를 타고 시원스레 달리는 커플 옷을 입은 사람들,

수초 사이로 보이는 수면위에 구름을 담은 또 하나의 하늘엔

이미 가을을 품고 있다.

 

 

운전석에 형배, 조수석에 상현, 뒷좌석 오른 쪽에 나를 태운 차가

이내 곧 질주의 본능을 회복하자 형배와 상현이 둘이서

전화 불통에 대한 옥신각신이 오가는가 싶더니

마침내 오늘 모임에 참석 예상친구들을 손꼽아 보고

못 오는 친구, 연락 두절된 친구들을 기억해 내며

그 꾸밈없이 투명했던 시절을 떠올려 추억을 반추한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어느새 삶의 언저리에 까지 와 이어지자

허허허!!~ 껄껄껄!!~ 웃음이 연신 끊이질 않는다.

그렇게 흉금을 털고 허물없는 대화가 무르익어 가는 사이

간간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던 차가 의정부에 이르기 전에

새롭게 개통된 도로로 우회하여 접어든다.

공사 중 방치된 구간으로 인하여 지정체 구간을 겨우 벗어나

43번 국도로 올라서 길을 재촉하자

구간구간 촘촘히 꼰지배기를 하고 선 신호등이

매번 뻘겋게 충혈 된 눈을 부릅뜬 채 발목을 붙들고 늘어진다.

짜증을 떨치려는 듯 상현이가 병출이 한테 전화를 걸어

현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고 점심 준비를 부탁하고

다시 이야기 삼매경 속으로------------------------

 

지난 4월 광주모임 때

우연히 상현이와 버스를 타고 동행하게 되는 행운을 누렸는데,

그때 나눴던 많은 이야기들 중에 다소 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던 기억이 있어 걱정스레 물으니

다행히 금방 상황이 풀려서 한 고비를 넘겼었노라고

돌아보며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이 더없이 정겹고 친근해 보인다.

룸밀러에 비친 형배의 모습엔 썬글라스를 꼈음에도

웃음 띈 밝은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 보임이 참 좋다.

이따금씩 오가며 얼굴 들여다봐 주고

힘든 일 손 내밀어 거들어 주고 붙들어 주고,

어려운 일 귀담아들어주고 함께 고민 해 주는

가까이 있어 든든하고,

함께할 수 있어 늘 기분 좋은 친구!!~

그대 벗들 있으니 우리 삶이 아름다운 것 아닐까!!~.

 

삶 가까이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은근한 힘이고 대단한 축복이리라??!!~.

스스럼없이 속내를 내 보이기도 하고

허물없이 가정사를 내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은 위로 한마디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뼈아픈 충고 한마디에 진정한 감사를 느낄 수 있는

그러한 벗을 서로의 가슴에 지녔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며 엄청난 행운 아니겠는가??!!~

특별한 인연이 닿아 묶여진 근우회의 벗들이여!!~

우리 서로 다들 그런 사이들 아니시던가??

 

신호등에 발목을 잡혀가면서도

어느덧 포천 시내를 경유 청산 휴게소 고개를 넘는다.

유난을 떨었던 장맛비 게릴라성 물 폭탄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드러나 보이고 그나마 풋풋한 숲 냄새가

가슴을 뻥 뚫어주며 상쾌한 솔내음에 신선함이 물씬하다.

굽이굽이 내리막길을 몇 굽이 돌고돌아

마침내 목적지 “산 따라 물 따라”에 도착(12:15)

 

 

 

병출이친구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주방에서 음식 장만에 분주하신 아주머니께도

인사 여쭙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방갈로에 준비한 점심상에 둘러앉아 군침을 삼킨다.

열심히 고기 손질을 하던 병출이

드뎌 따끈따끈한 고기 접시를 상위에 올리며

 

 

 

“한번 잡숴봐!!~”

“개여!!~”

 

“엥~개라고라??”

“어케 개넘 들이 개를 먹나??”

 

우리 어머니께옵서 누누이(해마다 여름이면 더)

“넌 개를 먹어선 안돼니라”고 말씀 하셨거늘

이 우찌하믄 좋단 말인고?

정말 “딱 한번, 딱 한 점”을

군대서 다들 훈련 나가고 이등병이라 열외가 되는 잔유병 시절,

말년 고참님들 몸보신한다며 개도둑 해다 먹을 당시

고참님께옵서 신병 생각 하신답시고

 

“얌마 어서 무라!!~”시는 지엄한 명령에

“저는 개 못묵씀니다!!~” 했다가

 

“뭐라카노? 이자슥이??~”

“너 이 말년병장이 물로보잉기가 어~이??~”

“까라카문 깔일이재 뭔 지랄이고??”

“빨리 안쳐묵나??”하는 칼 같은 명령에

 

꼼짝없이 한 점을 입에 넣고 똥 씹은거맹키로 오물거렸던 기억에

혼자서 배시시 웃으며 “나 이거 안묵는디~” 하는 말에

형배가 “뭐이!!~ 함 먹어봐!!~” “고기가 참 연하고 맛있네!!~”

상현이도 거들고~ 병출이 역시 생각고 준비한 것이라며 권하고,

오늘 따라 달리 맛있게 보이며 군침이 돌아

한 점을 들어 올려 맛을 음미해본다.

선입견과는 달리 제법 담백하고 고소하다.

 

술잔이 거듭 목구녕에 털리고

이슬이가 신이 난 듯 주둥일 쳐 박으며 그 잔을 채우고

잔에 넘쳐나는 맑은 이슬이 만큼이나

우리 가슴에도 뜨거운 우정으로 넘실거린다.

 

 

 

찰진 밥과 기름진 고기로 허기진 곱창을 채우고

맑디맑은 이슬이로 서로의 우정을 데피고 나니

뭘 해도 좋을 만큼 의욕이 솟는다.

주어진 일과처럼 제각각 물에 들어갈 복장을 갖춰 입고 나와

병출이가 내놓은 족대며 지렛대며 용기(바께스)를 하나씩 나눠 들고

룰루랄라 개울로 향한다.

굽이진 개울을 따라 수마가 휩쓸고 간 깊은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선명하다. 중장비가 동원되어 유실된 제방을

복구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고,

개울 주변에 주택과 펜션 시설이 있었던 몇 몇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곳도 있어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쉽사리 짐작케 한다.

그나마 좀 덜 하지만 병출이네도 방가로 부터

입구 닭장과 콩밭 사이에 높다란 축대가 드문드문 휩쓸려 내려앉아 있다.

작년만 해도 이 근처 차도를 중심으로 오리 전문집을 비롯하여

들어가는 입구 좌우측에 즐비한 방갈로와 수중 침상이

개울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다 휩쓸려 떠내려가고

인명까지 앗아가는 사고가 있었다 하니

거기에 비하면 병출이네는 참으로 다행 중 다행인 셈.

 

수초와 수변식물과 쐐때기가 숲처럼 무성했던 개울이

쓸려나가고 뭉개지고 메꿔져버린 탓에

휑한 개울에서 물고기들이 숨어 있을만한 환경이 아닐 것 같다.

작년 같았으면 키를 넘는 쐐풀에 종학이 친구의 손가락이 잘릴 만큼

풀도 무성하고 개울물도 깊고 넘쳐 물반 고기반 같을

풍성한 기분 였는데, 종학이 친구가 함께 못해선지 영 흥도 덜하고,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었을 때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보이는 법이라더니 지금이 딱 그런 기분.

그렇다고 아니 할 수는 없는 일,

형배와 내가 족대를 펼쳐 들고

병출이가 지렛대를 이용해 돌을 흔들고 뒤집고

상현인 바께쓰를 차지했다.

작년엔 종학이 친구와 내가 족대잡이를 하고

희창이친구(종학이 손 다친후 족대잡이)와 병출이가 고기몰이를 하였으며,

형배가 바께스를 차지했었는데-----------------

병출이의 지시 하에 형배와 내가 박힌 돌 주변을 족대로 감싸고 나면

병출이가 있는 힘을 다해 돌을 흔들어 대고 뒤집는다.

 

 

흙탕물이 족대 안으로 들어옴과 함께 족대를 들어 올리니

어~라!!~ 참 운 없고 재수에 옴이라도 붙었을 놈들이

족대 안에서 발버둥을 친다.

눈깔이 한쪽 없는 놈이나 작대기를 짚고 댕기는 놈들이 아닐까 싶어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분명히 사지가(?)멀쩡하고

허우대 미끈한 넘 아닌가?

 

 

신들이 났다. 자신감이 생기고, 작년처럼 매운탕 감은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발견한 셈 아닌가?

참으로 열심이다. 이 쨍한 햇볕에 누굴 멕여 살리겠다고

그저 뭔가 숨어 있을만한 돌이면 에누리 없이 족대를 들이댄다.

자그마한 체구에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망서림 없이 흔들고 쑤시고 뒤집고

 

 

건들건들 건방기 다분했던 우리들의 병출이친구

일찍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삶을 개척했다던 다부진 친구

혼자서 3년여 동안을 다듬고 쌓고 만들고 짓고를 반복한 끝에

저 멋드러진 펜션과 오늘의 만족할 만한 자신의 삶을

일궈냈다는 집념의 사나이, 아마 모르긴 해도 군대서도 당연 그랬으리라.

“차렷”부동자세에도 항상 15도 정도 빼딱하게 틀어진 그

심오한 각도 속에서 엄청난 힘과 용기와 끈기가 샘솟는 것은 아닌지??!!~

 

탄성과 탄식을 질러대며

족히 두서너시간 정도 쉼 없이 그 어부 놀이를 했으리라.

용기 안에 제법 한 냄비 감이 꼬물거리고,

 

 

긴긴 꼬랑을 다 더터서 병출이네 집 안마당 개울 까지 와서야

우린 그 어부 짓을 멈췄다.

 

 

막 마당으로 들 올라서서 고기 손질에 들어 갈 찰라

차 한 대가 마당 안으로 쑤욱 들어오는가 싶더니

윤태친구가 문을 열고 웃음을 가득 띈 채 나온다.

정말 이게 얼마 만인가 졸업 후 군대 가고 나서 처음이라면

30여년 만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그 모습 그대로 아닌가

건강하고 안정돼 보이는 윤태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포항으로부터 궁디가 뭉개지도록 운전을 하고 왔다는 윤태한테

모두들 반가움에 악수를 나누며 윤태를 환영해 맞는다.

그로부터 수 분 후 물고기를 손질하는 사이

 

 

대원이 친구가 반갑게 들어오고 이어 인모친구가 도착한다.

상현이와 병출이 그리고 나 셋이서 손질한 물고기를

주방으로 병출이가 들고 들어가는데,

작년 같았으면 손질한 물고기를 재신이친구와

양승환친구가 건네받아 주방과 뒤 텃밭을 오가며

방안닢 따고 풋고추 호박 따고 고추장 넣고 된장 넣어

있는 양념 없는 양념 온갖 양념 다져 넣어

대한민국 최고의 재신표 민물 매운탕을 끓여냈을 판인데,

작년 그들이 끓여낸 그 매운탕 맛은 비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인모나 내 입맛마저도 홀려버렸을 정도였건만,

모임 때 마다 연인처럼 둘이 정답게 함께 다니던 그 친구들 모습이

오늘은 보이지 않음이 못내 아쉽고 서운하다.

 

이윽고 매운탕이 뽀글거리기 시작하고

산따라 물따라에 풀벌레 소리가 가을을 부르며

산 그림자 어둑어둑 마당을 넘보기 시작할 무렵

차 한 대가 제집 주차장에 들어오는 것처럼 거침없이

쑥 안으로 들어와 민첩하게 주차를 마친 후 차 안으로부터

수원팀이 쏟아져 나온다. 얼마나 반갑고 그리운 사람들인가!?

재식이친구,성식이친구,상인이친구,은석이친구

우르르 몰려들어 반가움을 나눈다.

비로소 산따라 물따라에 큰 웃음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활력이 솟아나며 주방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방가로 긴 탁자에 음식물이 올려지고

빙 둘러앉은 친구들 모습이 하나같이 즐겁고 반갑고 정겹다.

 

 

맥없이 모가지 잡혀 붙들려 나와 뚜껑 열려 오바이트 하고

그도 모자라 거꾸로 쳐들려 마지막 한 방울 까지 흘려주고

속절없이 나가떨어지는 이슬이 신세만 처량한데

몸 털린 이슬이 선착순 늘어갈수록

우리들 가슴엔 찐한 우정으로 물컹하더라.

분위기가 웬만큼 무르익어 갈 무렵

승윤이친구와 형석이친구가 함께 들어와

자리를 채우고 나서야 마침내 즐거움이 배가 되며

늦여름 열기 가득한 산속의 밤 열기를 압도한 듯 하더라.

예전 이맘때 같았으면 기주친구의 익살스런 농담에

웃다가 죽을만큼 박장대소 했건마는

기주는 이 시각에 어디서 뭘 하며 안 오는지 못 오는지---------

 

다들 술기운이 웬만큼 오르고

일부는 방가로에 눌러 앉아 그동안 서로의 삶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다른 일부는 윷 놀이 준비가 한창인데,

처마 밑에 마련된 간이 식탁엔 새롭게 해물 및 과일 등이 준비된다.

자연스럽게 몰려든 일부 친구들은 또 한 무리를 이루며,

유독 더 그립고 궁금한 친구들의 안부며 근황 등을 묻기도 하고,

들려주기도 하며 여담이 이어져 가는 도중에

형석이의 근우회 활성화에 관한 제안이라며

우리 모임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회원 간 돈돈한 우정과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들만 만나서 이럴게 아니라 점차 부부동반을 유도하고

나아가서는 우리들 자신의 가족들 간에도 유대관계를 형성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바람직하고 썩 괜찮은 운영 방안 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술기운에선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형배회장님으로부터 시간을 두고 연구 검토를 해 보자는 선에서

그냥 지나쳐 버림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산따라 물따라에 점점점 밤의 적막이 내리고

그 적막을 거스르려는 듯 윷놀이는 점점 더 흥을 돋우는데

시커먼 차 한 대가 어둠을 밀어내며 들어오더니

영서친구가 얼굴을 내밀며 특유의 웃음 띈 얼굴로 나와

반갑게 친구들을 번갈아 가며 악수를 나눈다.

이 늦은 시간 먼 밤길을 마다 않고 이렇게 달려올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가슴 뜨거운 일 아닌가?!~

처마 밑에 간이 식탁에서 영서를 위시한 몇몇 벗들의

환담이 오가고, 바로 그 코앞에서 시끌짝 하게 윷판이 무르익는다.

 

                                                          (화질이 변변치 못하여  정말 죄송!!~)

 

대원이와 인모가 판을 벌리고 재식이와 승윤이가 묻고 감고,

한모,한윷!!~ 떼만 써라!!~개만 써라!!~ 하는 사이 말은 도망가고

잡히고, 건너뛰기를 반복하며 탄성과 탄식이 이어지고

희비가 엇갈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윷 판이

마치 우리네 삶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서로 번갈아 가며 감아주기도 하고 맞상대가 되기도 하며

바람잽이 승윤이의 유도에 따라 열외 없이 윷판 주위로들 다가와

열기가 더해지며 판이 커지기도 한다.

판이 거듭되는 동안 실력 차가 대충 드러나자 서로 적수를 골라

도전을 청하고 응수하기도 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우열이 가려진다.

판이 웬만큼 무르익자 마침내 작년에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형석이와

오늘 단연 실력이 돋보이는 대원이가 맞상대가 되어 최고의

라이벌전에 돌입한다. 다들 다소 긴장하는 눈치고,

승윤이 손에 배추닢이 이래저래 한 이십여만원? (ㅋㅋ!!~ㅎ!!~)

팽팽하게 물고 물림이 한동안 계속 되는가 싶더니

내내 좋은 컨디션을 보이던 대원이의 실력 앞에

형석이가 너무 쉽게 윷 깍쟁이를 내려놓으며 무너지고 만다.

이로써 대원이가 오늘의 장원으로 등극하며 윷판은 평정되고,

형석이를 믿고 돈을 감았던 상현이와 나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의

애먼 지갑만 홀쭉해지고 매번 운 나쁘게 패자에게만

돈을 감았던 상현이는 막판에서 까지 결정타를 맞게 되자

볼멘소리를 해대며 오늘 운 탓을 해 대다

승윤이가 찔러주는 뽀찌(?)에 금방 싱글벙글 이다.

 

어둠은 소리 없이 또 하루를 갉아먹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또 그렇게 깊은 어둠속에서 새로운 또 하루가 잉태한다.

어둠 속을 휘적휘적 영서가 떠나가고

그 꼬리를 이어 잡고 은석이가 재식이 성식이 상인이를 태우고

빨간 후미 등을 깜박이며 밤길을 재촉해 가고,

그들이 산 따라 물 따라를 떠나 간 것처럼 형배가 가고 인모도 가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후줄근해진 윷 마당에

간간이 병출이와 승윤이의 술기 오른 이야기 소리가 졸음을 쫓을 뿐

형석이가 잠자리에 들고 대원이와 윤태가 한방을 차지하고

상현이가 잠들어 있는 방 한켠 방문 바로 앞 쪽에 자리를 차지해 두고,

피로를 떨칠 겸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자리에 눕는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 이룬 탓에 잠들기를 포기하고

눈을 감은 채 귀를 창 바깥에 고정한다.

바람 소린지 물소린지 아님 산에서 나는 산 고유의 울림인지

솨~~~~아 하는 산소리에 귀뚜라미를 비롯한 뭇 풀벌레들의

맑고 고운 선율이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그 처연함이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가을을 부르는 향연인지? 천상을 울리려는 애원의 몸부림인지?

한 많은 영혼들의 넋을 깨우려는 피맺힌 통곡인지도 모를

청아하면서도 애절한 향연에 가슴이 울컥한다.

삶에 찌들은 영혼을 치유라도 할 것처럼

귀를 쫑긋 세워 가슴으로 느끼며 오염된 잡념들을 털어낸다.

밖에서 이야기중이던 그들도 마침내 짙은 어둠에 굴복 하듯

병출이가 들어와 에어컨을 켜 방 온도를 조정하고 나가고

승윤이도 어딘가에 자리를 잡은 듯 조용하다.

비로소 완전하게 대 자연의 밤은 제 자리를 찾고

풀벌레소리 애달음에 어둠은 성큼 가을을 허락 하는데

밤을 품지 못하는 나는 어둠을 밀어내며 뒤척이더라.

 

누군가가 저벅저벅 방문 앞으로 오는 기척에 눈을 감은 채

누군가 밖이 추워 안으로 들어와 자려고 하는가보다 라고

생각을 하는 찰라 문이 열린가 싶었는데 잠시잠깐,

“으~뜨뜨뜨~으~~~!!~”

이무신 자다가 날벼락인가?

내 머리통 얼굴 등으로 뜨뜻한 물벼락이 쏟아진다.

소스라치게 놀라 총알 튕기듯 벌떡 일어나

“아~으~~~쓰~바!!~”

“이거이~시방 머이여!!~”

이니글씨 언눔이 내 대갈통님을 요강으로 보았는지

시원허게 오짐 세례를 하는 중

그 눔도 놀랐는지 움찔하며 바지를 움켜쥐고,

망서릴 틈 없이 그 눔 허리춤을 잡고 문 밖으로 끌고 나와

바로 옆 화장실 문을 열고 밀쳐 박은 후

“에~테테!!~ 입을 훔치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한참을 쏟아내던 그 친구는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더니

태연스럽게 날 쳐다보고는 바깥으로 나가더니

처마 밑 임시탁자에 엎드려 고개를 묻는다.

우선 씻어야하지 않겠는가?

얼른 화장실 샤워꼭지를 틀어 머리부터 물을 쏟아 흘리고

비누를 여러 번 칠해 박박 문질러 대며

“우라질 넘!!~ 아무리 그렇다기로서니 변소 칫깐을 못 가리나?”

언넘이 술만 처먹고 들어온 날이면 자다가 일어나 여지없이

냉장고 문 열고 오짐을 싸대고 그것도 모자라

가끔은 장롱 문을 열고 뒷깐일을 보더라고 하더니만,

지 친구 넘 대갈통에 대고 오짐을 싸 깔긴 이넘은?

아니 그렇다면 혹시 이넘이 그넘?

물기를 털어내고 방으로 나오니 그때까지 창 밖에 그대로

팔을 포개 얼굴을 묻고 자는지 자는 척 하는지----------

방안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로 앞 창으로 다가가

유리를 똑똑똑 두드리니 벌떡 일어나 나를 빤히 쳐다본다.

들어와서 자라는 시늉을 해 보이니 현관문으로 쪼르르 들어오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침을 딱 떼고

벌렁 자리에 눕더니 금방 잠잠해진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고 찝찝하기가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어찌하랴? 이미 쏟아진 오짐 벼락인걸!!~

저눔은 잠결을 가장 하고 알고도 모른 체 하는지?

정말 모르고 태연한 것인지 알 수가 없거늘!!~

설마 알았다 하여 사과를 해온다 한들

서로 민망하기 짝없는 일 아니겠는가?

차라리 서로 모르는 게 약이고 다행 아니겠는가 싶다.

너는 알아도 모르는 일이고

나만 된통 재수 없는 날이면 그 뿐!!~

그도 생각해보니 그렇다.

개가 개를 술과 함께 먹었으니

다 늦은 깜깜한 밤, 한발 높이 치켜들고

전봇대 삼아 쉬 좀 했거늘 뭘 그리 못할 짓을 했는가?

더군다나 장소를 불문하고 한 다리만 치켜들 수고만 감수 한다면

어디든 찔끔댈 수 있는 암묵적인 특권을 부여받은 족속이 아닌가?

에~테테!!~ 나만 재수 없는 날!!~ 잊으리라!!~ 잊어버리자!!~

함께 오줌 세례를 받은 요와 베개를 대충 개켜 한 쪽으로 밀어놓고 나니

시간은 새벽 4시를 향해 간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몸서리를 치건만

밤은 눈이 없고 어둠은 말이 없어라.

 

잠깐 눈을 붙였는가 싶었는데

문 여는 소리에 잠을 깬다.(06:30)

대원이가 소리 없이 살금살금 밖으로 나간다.

조금 후 윤태가 일어나 아침 인사를 나눈 후 밖으로 나가고

자리를 걷고 일어나 지난밤의 찜찜한 기억을 씻어낼 겸

화장실로 들어가 또 한번의 시원한 샤워를 마치고,

다소 상큼함을 회복하여 밖으로 나오자

대원이는 그렇게 곧바로 돌아갔는지 차가 보이지 않고,

윤태는 벌써 빗자루를 찾아서들고 앞마당 청소에 나섰다.

역시나 근면, 성실, 정직의 표본이었던 친구!!

학창시절부터 남달리 확실한 종교관과 뚜렷한 신념을 갖고

자신의 생각과 철학의 논리를 펼쳐 보일 수 있었던 근엄하면서도

내공이 충만했던 친구,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몸에 밴듯한 그의 근면 성실한 품성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형석이가 현관 밖으로 나오며 그러한 윤태를 칭찬하고

병출이와 상현이가 동시에 나오며 윤태를 도와 청소에 나서며

이어 승윤이 까지 모습을 보이자 금방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또 하루가 그렇게 시작이 되고,

병출이 부인께서 차려내 주신 아침상에 모두들 맛있게

아침을 해결하고 잠시 커피타임과 함께 담소가 이어지는 동안

형석이가 어젯밤에 제안했던 의견이 미흡하다 생각을 했는지

다시한번 꺼내 강조를 하면서 상기 시킨다.

 

 

 

이어 음식과 장소 제공에 애써준 병출이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에 따른 계산을 치루고 나서도 느긋하게 들 떠날 생각을 않는다.

내가먼저 일어나 갈 길을 재촉하고 나서자

형석이가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채비를 하고 떠나가고,

우리를 터미널 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윤태를 갈길 먼 사람이니

걱정 말고 어서 먼저 떠나라 등 떠밀어 배웅하고 나니

승윤이는 아직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병출이가 차문을 열며 우릴 전철역 까지 바래다주겠다며

어서 타라 성화다. 상현이와 둘이서 병출이 차에 오르는데

승윤이가 우릴 배웅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산 따라 물 따라에 승윤이 만을 남겨둔 채,

그리웠던 벗들과 또 하나의 곱고(찝찝하면서도) 흐뭇한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며 일상을 향해 떠난다.

상현이와 병출이와 셋이 함께 서로에게 위로와 감사를 아끼지 않으며,

기일이 겹쳐있어 볼 수 없겠다던 안열이친구가 못내 서운하고

공사 현장에 누수가 생겨 응급 복구 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희창이친구 또한 보고자프고,

함께하지 못한 여러 친구들이 여전히 그립고 보고잡다.

 

서로의 가슴에 그리움을 품었다는 것은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품었음 이리라.

윤태가 궁디가 물러지도록 달려와 그리움 덜고 가듯이

그리움 사무친 벗이 먼저 우물(근우회)을 파고,

그 문전에서 기다리리라.

그리운 벗들이여!!~

우리모다 서로의 가슴에 그리운 벗 되어

그리움 품은 서로가 되자!!~

부디 건강 유지,보수 잘 하시어 사는 동안 내내 행복하시소!!~

감솨!!~

 

근우회 여름 사냥을 마무리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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