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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이사모 여름사냥

7월 31일 (토요일) 오후

 

일 수주 건으로 고민고민 하며 맘을 졸이다 막상 포기를 하고나니 긴장했던 마음이 홀가분해지며 근심걱정이 일시에 사라진다.

내일이면 딸아이의 생일인데 사정이 여의치 않고 마땅히 선물거리도 그런데다 오늘 이사모에서 여름 야유회를 가기로 약속이 돼 있었던 터라 함께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미안한 마음 일부와 근래 자기 일에 열심하며 또한 자기 역할에 충실 해 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들이 가상하여 미리서 생일 축하 겸 칭찬 겸 위로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편지를 써 이메일로 발송하고 나니 시간이 여유롭다. 당초 이사모의 여름 야유회 계획은 어제 밤 내지는 오늘 이른 아침에 충북 단양 어느 계곡을 향해 출발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수진네의 일정변경으로 인하여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서 궁금증이 가중되던 차에 마침내 전화벨이 울린다. 이제 막 일을 마치고 귀가중이라며 곧 출발하겠노라고~ 하지만 단양 목적지 계곡엔 비가 내리지 않아서 물이 부족해 피서하기에는 좀 곤란하겠다는 연락이 왔었다며 어찌하면 좋겠느냐는 다소 김새는 소식을 전해오며 아무튼 곧 출발하며 다시 연락을 하겠노라는 전화 음을 남기고-------------------------------------------------------

수유리에서 답십리 은영이 네를 거쳐 우리 집 까지 오는 시간을 어림해 보고나서 여유있게 사무실 이 곳 저곳을 정리한 후 아내에게 출발을 알리고 준비를 하라 이른 후 14시00쯤 서둘러 퇴근길에 오른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주현이(아들)가 집을 지키고 있으면서 엄마는 얼마전 시장엘 가셨댄다. 옷을 바꿔 입고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캄캄 무소식인 아내를 호출하자 두손에 잔뜩 시장거리를 들고 헐레벌떡 계단을 올라온다. 수진네의 상황을 알리고 장소 사정을 설명하자 별로 개의치 않은 듯 무덤덤히 주섬주섬 짐 꾸리기에 여념이 없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 인지라 떠나기만 한다면야 장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리고 이사모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셋집 전전하며 어려운 시기에 이웃으로 만나 서로 마음 의지하며 이웃4촌 이루고, 한 지붕 안에서 가족처럼 만나 서로의 삶을 넘나보며 아이들 키우고 살림 일구며 사는사이 어느새 서로의 가슴을 닮아버린 피붙이 같은 사람들 아닌가? 수진이네가 그러했고 은영이네 미나네가 그러했다. 숨길 것도 불릴 것도 없었던 진솔하고 소박한 사람들 그저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마음 하나로 그 인연 변치 말자며 “이사모”라 이름하여 석달에 한번 만나 정 나누고, 여름 한철 피서 가서 형제처럼 가슴 맞대며 교감하는 년중 행사인데 장소가 무슨 대수겠는가? 16시가 지나서야 수진네가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수진엄마께서 계단을 올라오신다. 기다렸다는 듯 아내는 짐들을 밖으로 나르고 나 또한 짐 꾸러미를 챙겨 차를 향해 뒤따르자 수진아빠께서 철물상가에서 몇 가지 공구를 사서 손에 들고 나오며 미안한 듯 인사를 건네 온다. 장소를 어디로 할까 이야기를 나누다 그냥 오늘밤을 지내고 내일 이른 새벽녘에 어디로든 출발해 보자는 말에 역시나 아내처럼 대수롭지 않은 듯 일단은 출발을 하고 보잰다. 은영이네로 차를 돌려 집 앞에 이르자 오랜 기다림에 지친표정으로 웃어 보이며 악수를 나누고 서둘러 각자 분담했던 먹거리 짐거리를 차에 싣고 보니 더블캡 트럭 적재함이 그야말로 만땅이다. 그 짐만큼 이나 세 마님 들 께선 들뜬 기분을 주체하지 못해서 안달이고 이 피서철 절정에 주차장 같은 교통체증은 어떻게 하고, 이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갈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한 나는 그저 앞이 캄캄하다. 그리고 미나네 미나 엄마께서 허리 통증으로 힘들어 하시다 결국엔 수술 후 그 후유증이 아직 다 가시지 않아 이 행사에 함께 할 수 없음이 안타까운데 족발을 사러 간다던 두 부인들 께선 소식이 깜깜하다. 수 분을 더 조바심을 치게하다 나타난 마님들을 태우고 겨우 그제야 답십리를 떠난다.(16:40)

 

양평,가평 방향을 정하고 태능을 벗어나는데도 상상외로 교통흐름이 원활 하더니 얼마 못가서 주저앉듯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량 틈새로 차가 빠져든다. 뒷좌석에 나란히 자리한 세 여인 들은 그저 신이나서 이야기하기에 정신이 없고 앞좌석에 나란히 한 세 남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운전을 하는 수진이 아빠와 조수석에 앉은 은영이 아빠 사이에 앉은 나는 장소 물색에 여념이 없다. 한동안 조용하던 뒷좌석에서 아까 족발집 사장이 그러더라며 자기가 좋은 장소를 곳곳에 잘 알고 있다며 현리 어디쯤에 좋은 곳을 소개해 주시겠다고 필요하거든 전화를 달랬다며 연락처를 적은 쪽지를 넘겨준다. 반신반의하며 쪽지를 넘겨받고 고민고민 하다 속은 셈 치고 전화를 함 해 본다. 대번 알아봐 주시고 현리에 상 현리가 있고 하 현리가 있는데 상 현리 쪽으로 가다보면 로얄캐쉬골프장이 나올 거라며 거기서 우회 후 직진하다 보면 계곡이 나타날 것인데 바로 그 곳이라며 그 계곡은 별로 알려지지가 않아서 피서 인파도 별로 없을 거라고 친절히 안내를 해 주신다. 뜻밖의 수확에 감사를 전하고 급히 받아 휘갈긴 메모를 읽어 가며 위치 설명을 하자 대충 짐작을 하겠다며 수진아빠가 감을 잡는다. 은영이 모친께서도 친정 동생네 가족이 가평 어디론가 피서를 갔다는데 함 알아보겠다고 전화를 해 보시더니 몇 마디 통화 후 얼른 내게 전화를 바꿔 주신다. 연인산 근처 펜션에 머물다가 곧 퇴실할 시간인데 근처 텐트촌이 있었노라며 텐트를 준비하고 왔으면 늦은 시간이라 그런 시설을 활용함이 어떻겠느냐고 연락처를 알려 주시며 걱정을 해 주신다. 금방 추천 장소가 둘 씩 이나 생겨났으니 다소 위안을 삼으며 정체된 차량물결에 동승한 채 네 시간여를 밀려간 끝에 청평유원지를 지나 상천휴게소 근처 매점을 들러 상현리 로얄골프장을 물으니 아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고 묻는 사람마다 고개만 도리도리다. 다소 맥이 풀림을 겨우 가누고 보름이 한참 지나 달도 없는 캄캄한 밤에 텐트칠 일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어 우선 랜턴을 두 개 사서 손에 들고 보니 그야말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다시 족발집 사장님께 전화를 해 물으니 처음가는 곳이라서 찾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며 일단은 현리 읍으로 가서 홍천,춘천 가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곧 로얄골프장을 찾을 수 있을 것 이라며 전화를 끊는다. 어떻겠는가? 우린 필사적으로 현리 읍으로 찾아가 홍천,춘천 방향을 물으니 우리 왔던 길을 다시 돌아나가야 한다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일 아닌가? 아니다 싶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듯한 아저씨 한분을 발견하고 그 앞으로 다가가 여차저차한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하자 흔쾌히 응해 주시며 친절하게도 오토바이 꽁무니를 따라서 오라시며 앞서 길잡이를 자청해주신다. 한참을 달리시다 짙은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고 선 어느 교각 난간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여기는 하천인데 피서객들이 여기에 텐트를 치고 많이들 아영을 하는 곳”이라며 어떻겠느냐느 표정이다. 차에서 내린 마님 들 께서도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고 우리 또한 영 아니다 싶어 또 다른 장소를 묻자 방향을 짚어주시면서 15분 정도 가다보면 “작은예수” 간판이 보이는데 그 근처 계곡을 찾아보면 아마 좋은 곳이 있을 것이라며 곧장 오토바이를 되돌린다. 우린 모두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명함까지 한 장을 받아 챙겨서 길을 재촉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컴컴한 어둠 사이로 텐트 불빛이 간간이 보이고 계곡인 듯한 제법 긴 구간을 빽빽이 불빛들이 어른거린다. 한참을 달려 지나자 작은예수 간판은 보이지 않고 연인산 입구라는 간판이 덩그랗게 보인다. “어!~여기면 은영이 모친 동생들이 추천해 주던 곳인가본데!!~” 어쩌다 보니 일이 이렇게 돼 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우회하여 한참을 달렸는데도 작은예수는 보이지 않고 급경사진 오르막길만 굽이굽이 나타나더니 급기야 산꼭대기 쯤 짐작되는 곳에서 길이 뚝 끊겨버린다. 당황한 우린 일제히 차에서 내려 칠흑 같은 어둠속을 두리번거리며 주변 탐색에 안간힘을 써 본다. 혼자 같았으면 이 깊은 산중에 얼마나 두렵고 질겁할 일이겠는가 만 서로를 의지하며 믿는 구석이 있는지라 내색은 하지 않으며 수진이 부친께 차를 돌려보라 해놓고 은영이 부친과 난 터벅터벅 산길을 내려오며 샛길을 더듬어 본다. 외떨어진 민가 불빛이 보이고 양계장이 근처에 있는 듯 역겨운 계분 냄새가 코를 틀어막게 진동한다. 이 깊은 산중에 웬 불결한 냄샐까 의아해 하며 급경사 내리막길을 한참을 걸어 내려오자니 쏴~하는 물소리가 어렴풋이 들린 듯하다. 동시에 은영이 부친과 걸음을 멈추고 물소리를 쫓아 귀를 쫑긋 세우며 방향을 탐지하면서 서로 길 양쪽을 살펴가며 바삐 걸음을 재촉한다. 이내 잠시 후 샛길을 발견해 내고 랜턴을 비추며 안으로 들어가 계곡에 물 흐름을 확인하고 “여기다!!~”라고 소리치자 은영이 부친도 금방 달려와 주변을 돌아보고 “우~와!!~ 딱!!~ 우리가 찾던 맞춤 장소네요!!~”라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급히 전화를 걸어 어서 내려오라 연락하고 샛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자 금방 차가 도착하고 우르르 내려와 주변을 살핀다. 망서릴 시간 없이 남자들은 삽과 톱을 챙겨들고 텐트 자리를 만들어 내고 여자분 들께선 곧장 식사준비에 돌입한다. 어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 일인가? 우리 이사모 야유회는 이런 상황이 줄곧 비일비재 했던지라 각자의 움직임에 빈틈이 없다. 계곡 물로부터 약간 오르막 진 곳에 터를 잡아 한 시간 반여를 바닥을 고르고 풀을 잘라눕혀 텐트 2동을 나란히 세우고 그 위로 가름막을 치고 보니 그럴싸하게 멋지고 낭만스런 윤곽이 어둠 속에서도 멋스러워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모임 때 요번

 

 

 

피서 때는 숙박비는 줄이고 낭만스런 추억을 엎그레이드 시켜보자는 의견일치로 자금에서 충당키로 하고 온라인 오프라인 상을 들쑤시고 다닌 끝에 40여만원을 들여 텐트 2동을 구입한 것이라서 다들 잔뜩 궁금해 하며 기대를 하고 있었던 터였는데 설치하면서 너무 간단함에 놀라고 치고 나서는 상상외로 모든 것에 다 흡족해 들 하니 더 없이 즐겁고 신이 날 따름이더라.

세 여인이 분주히 오가며 보따리를 풀어 헤치고 더듬어 가며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삼겹살까지 구어 내어 자리를 펴고 음식들을 진열해 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없다. 모두가 즐거운 마음이니 어느 것 하나 거슬림이 없다. 계곡을 가로질러 도로를 내면서 길 아래로 수로를 확보키 위한 터널이 30~40m이상 길게 일직선 상태

 

 

 뚫려있고 그 안으로 너무도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발목을 적실만큼 시원스럽게 졸졸졸 흐른다. 터널 입구쪽은 제법 넓다랗게 콘크리트 공간이 있어 그 곳에 자리를 펴고 앉으니 평상이나 다름이 없다. 음식들을 한점씩 담아 고스레를 올리면서 좋은 장소로 인도해 주신 산신령께(?) 감사하고 무탈히 잘 쉬었다 갈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여인들 잔에 냉수를 채우고 사내들 잔엔 쐬주를 가득 채워 머리 위 까지 높이 올려 받쳐들고 “이사모를 위하여!!~” 이 별천지 같은 곳에서 “한여름 밤의 낭만과 추억과 건강을 위하여!!~ 축배를 올리며 그동안 맘 졸이며 헤맸던 시간들을 이 한 순간으로 다 보상을 받은 듯 그렇게 황홀하고 흐뭇함을 만끽하며 깊은산중 계곡 수중만찬을 촛불을 밝히고 즐긴다. 너무 깊고 인적이 없는 곳이라 약간의 두려움일랑 서로 함께 있음 하나로 애써 떨쳐내며 침이 마르도록 장소와 텐트와 분위기와 오늘 일정에 대해 극찬을 쏟아 낸다. 이미 시간은 자정을 지나 2시를 향하고 여인들은 셋이서 함께 텐트 한 동을 차지하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 꼬리를 이어가고 세 남정네들 술잔엔 이슬이가 주둥일 쳐 박고 연거퍼 맑은 이슬을 토해내며 밤 깊은 줄 모른다. 물에 잠긴 발은 얼음처럼 시리고 으슬으슬 냉기를 느끼며 움츠러든 어깨 위로 어느새 한 여름은 훌쩍 도망을 가고 남정네들 셋은 이내 싸늘함을 못 견뎌 잔뜩 움츠린 채 셔츠 깃 추스르며 텐트 속을 넘보더라.

 

8월 1일 (일요일)

계곡을 산보하듯 토닥거리며 흐르는 물소리가 바람소린지 빗소린지 분간을 할 수 없는 낯선 소리에 일어나 세상 밖으로 나와 있는 듯한 신선한 기분과 신비스러운 느낌으로 텐트 출입구 지퍼를 지~익 열고 밖으로 나온다. 계곡 이슬을 잔뜩 머금은 축축한 공기, 나무냄새 숲냄새 풋풋한 산 냄새, 여기가 진정 별천지가 아니고 무었이랴?!.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짙은 산안개가 산자락을 휘감고 손바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릴 것 만 같은 작은 하늘, 우리 집 옥상 바닥만큼 보다 더 작고 아담한 좁다란 하늘 한 조각과 그리고 보이는 건 온통 산뿐이다. 여름 끝을 알리려는 것인지 가을 시작을 예고하는 것인지 모를 귀뚜라미 선율을 따라 이름모를 풀벌레들의 이어지는 향응이 삶에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 달래는 듯 하여 잠 자리를 심하게 타는 탓에 잠을 설친데다 텐트자리 마저 고르지 않아 울퉁불퉁한 바닥이 등에 괴어 잠을 못 이루고 날 새기만을 기다렸던 육신이 이내 곧 피로를 회복하고 활력을 충전한다.

부시시 일어나 밖으로 나온 두 사내들도 기분 좋게 웃어 보이며 신선한 산 공기를 깊이 들어 마시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야!!~참!! 우리들이 이거 별천지에 와있네!!~” “무슨 복이 있어 우리가 이런 곳을 만났을꼬?”~ 뒤 따라 텐트 속에서 나오는 여인들 까지 탄성이 끊이질 않는다. 모두가 한마음 같이 즐겁고 신나고 흥겨운 마음으로 아침을 준비한다. 주변 경관을 새롭게 정리하고 평평한 돌덩이를 굴려다 물가운대에 탁자를 만들고 그 둘레에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돌을 골라다가 여섯 개의 돌 방석을 만드니 멋지고 운치있는 수중탁자가 되었다. 이러한 정취 속에

 

 

서 맛이 없는 음식인들 어디 있겠으며 또한 그 분위기를 돋궈줄 술 한 잔이 없다면 무슨 낙이 있겠는가? 구수한 된장찌개가 침샘을 자극하고 먹음직스런 반찬이 물위에 즐비하며 가슴 닮은 사람들과 마주앉아 물위에 여름을 깔고 앉았는데 어디 우리가 속 풀어줄 해장술을 모른 체 할 샌님들인가? 세 여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들을 애써 피하며 목구녕으로 털어 넣는 이슬이가 해장부터 그 맛이 유달리 달착지근하더라. 해장술에 취한다더니 아마 우리 셋 남정네들이 그럴 꼭 그럴 것 만 같은 예감이~. 세여인과 세 남정네 들은 그렇게 아침식사를 기분 좋게 마치고 설거지를 자청한 남자들이 실력발휘를 선보이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 여인들이 차(둥굴레)를 준비해

 

 

서 화답한다. 물가에 앉아 정담들을 나누는 사이 텐트를 전후로 밀어내 이동시켜 가며 돌을 골라내 바닥을 평평히 고르고 나서 텐트를 다시 제자리에 앉혀 고정하고 나자 수진아빠께서 분위기가 좀 밋밋하다며 차로 다가가더니 언덕길을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와 앞문을 열어놓은 채로 차 카세트 음악을 틀어놓으니 대번 주변을 쿵쿵 울리는 음악소리가 계곡 물 흐르는 소리를 밀어내며 분위기를 금방 바꾸어 놓는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어깨를 들썩이고, 두 남정네는 우스꽝스러운 춤 솜씨, 몸놀림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니 계곡을 따라 흩어져가는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이미 일상을 떠나있고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가우니 정말 올 여름 피서는 제대로 하는가 싶다. 부부끼리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나무그늘 숲속에 가려진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해보기도 하며 자연의 숨결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일상으로 부터 점점 멀어져만 간다.

부슬부슬 내리며 오락가락 하는 이슬비에 느긋한 여유를 즐기고 풋풋한 산 냄새에 마음을 정화시키기도 하며 흥겨운 음악을 따라 콧노래를 불러보기도 하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오전을 훌쩍 넘는다. 오늘 밤엔 그래도 모닥불이 있어야 할 것 같지 않겠느냐는 여인들의 말에 따라 어렵잖게 근처에 제법 큰 고사목을 발견하고 당장 화목 작업을 실행한다. 세 남정네들이 낑끼대며 두 세 시간을 베고 자르고 갈라서 그득하게 나무를 쌓아올려 놓으니 캠프파이어가 준비된 셈이다. 오늘 내내 차에서 울리는 음악은 더 없이 좋았으나 길을 막고 너무 계곡 아래에 까지 내려와 있는 차가 자꾸만 눈에 거슬려 어둡기 전에 차를 길 위로 올려놓자고 제의를 하자 두 사내는 괜한 걱정이라는 눈치다. 아닌데 싶어 다시 언젠가 함 유사한 상황과 경험을 이야기하며 깊은 산중이라 변화무쌍한 날씨에 유비무환을 강조하자 비로소 다소 걱정이 되었는지 못이긴 체 차 앞으로 몰려가 시동을 걸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보려고 한다. 예상했던 대로 역시나다. 젖은 땅에 풀이 덮여 있으니 바퀴만 헛돌고 타이어에 마찰이 생겨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하며 하얀 연기만 내 뿜을 뿐 도무지 한 치 앞도 올라가지를 못한다. 급기야 아내들을 다급히 불러 합세한 후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밀어 보았지만 별다름 없이 차는 헛바퀴만 돌며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인들의 애간장을 태울 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우린 모두 하나같이 초조한 빛이 역력하다. 삽을 가져와 바퀴 밑을 고르고 캠프파이어용 장작개비를 바퀴 밑에 깔고 종이박스 상자를 뜯어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한마디로 허사였다. 바퀴가 헛돌며 튕겨져 나온 흙과 모래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잔뜩 흙을 뒤집어 써 옷이 온통 흙범벅이 된 채 발만 동동 구른다. 오랜 실갱이 끝에 마지막 수단이라 생각하고 뒷바퀴 양쪽 1m정도 진행 방향으로 미끄럼을 방지해 줄 수 있는 모래자갈을 두툼히 깔고 그 위에 박스를 덮은 후 천천히 가속 폐달을 밟으라하고 우린 뒤에서 “하나 둘 셋!!~하고 죽을힘을 다해 밀어 올리자 그때야 마침내 땅을 밀어내고 바퀴에 힘이 실리며 오르막길을 어렵사리 기어 올라간다. 모두 하나같이 환호성을 질러대며 도로위로 올라서서는 미친 듯 몸을 흔들어 대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볼륨을 높여 노래를 틀어놓고 한동안 정신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다 승리자가 된 것처럼 서너차례 “만세~”를 불러대며 유쾌하고 통쾌한 기분을 서로 공감하고 마음껏 발산한 후 계곡으로 내려와 땀을 씻고 나자 금새 주변에 어둠이 내려앉으며 무거운 정적이 산을 메우고 여름은 식어서 계곡을 굴러 내려가더라. 대충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때우고 장작더미에 불을 붙여 모닥불을 살랐지만 기대한 만큼 그 분위기가 살아나지를 않는다. 아마도 차 때문에 힘을 소진해버린 탓인지 은영모가 먼저 잠 자리를 찾아가고 잠시 후 수진부와 은영부가 텐트 속으로 사라지니 두 여인을 불 앞에 둔 채 나 또한 잠 자리로 피곤한 몸을 감추자 두 여인 이야기가 도란도란 모닥불을 지피고 “연인산” 어느 계곡에 인적을 남기며 칠흑 같은 어둠을 두 여인만이 지키고 앉았더라.

 

 

8월 2일 (월요일)

 

텐트 가림막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바로 물가에 텐트를 설치했던 터라 반사적으로 일어나 밖을 살피자니 이내 또 금방 비가 그친다. 은영부도 일어나 주변 정리를 하며 날씨를 살피고, 폰 액정 시간이 05:45. 은영부와 함께 엊저녁 흔적들을 정리하며 그릇이나 식품들을 비설겆이 해 놓고 다시 텐트로 들어와 앉았는데 다시 또 비가내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여인들도 부산해진 바깥 분위기를 파악한 듯 일어나 아침 준비를 서두르고 남정네들 셋은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주변을 서성거리며 날씨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그도 잠시 천둥소리가 산을 흔들고 짙은 먹구름이 주변을 밤처럼 어둡게 하더니 한질금 소나기를 냅다 퍼 붓는다. 그리고 잠시 멈추기를 여러번. 눈을 계곡 상류 쪽에 고정 시키고 수저질을 하는둥 마는둥 하는데 금방 계곡물이 불어나며 흙탕물이 쏟아져 내린다. 식사를 재촉하며 주섬주섬 짐을 쌓는데도 두 남정네들은 주거니 받거니 해장술 까지 곁들여 가며 무사 태평이다. 여인들이 급히 서두르자 그때서야 몸을 빼며 짐 싸기에 동참하고 부지런히 차에 짐을 싣고 나니 텐트만 달랑 남았다. 여유가 생기자 씨익 웃으면서 “어때? 어제 우리가 차를 그대로 뒀었다면 어떻게 될 뻔했어?!!~”라고하자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고 다들 비에 젖은 새 꼬라지 들이 되었으니 더 이상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 같아 교통체증을 피해 일찍이 귀가하기로 뜻을 모으고 텐트를 철수한다. 마침내 여기서 이렇게 이번 여름사냥을 접고 돌아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모두가 못내 아쉽고 서운한가 보다. 더위가 드세 지거든 언제든 다시 오자며 약속을 하고 이곳과 이곳에서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자며 가슴에 이웃간 사랑과 삶의 활력을 만땅 하고서 차를 돌려 연인산 자락을 뒤로하고 가속 페달에 지긋이 힘을 가한다.(8:20) 차창 안으로 훅 하고 밀려드는 후덥지근한 바람에 금방 별천지를 떠 올리고 아쉬운 맘을 달래며 오락가락 굵은 빗방울을 퍼 붓는 빗속을 질주하여 광릉수목원을 드라이브 코스 삼고 은영네에 도착해서 짐을 내린 후 우리집에 들러 보따리를 풀고 나서 곧장 수유리 수진네로 차를 몰아 이동, 주차장에서 짐정리를 마친 후 집으로 올라가 잠시 누워 피로를 달랜다. 점심시간이 되자 인근 식당을 찾아나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수진네로 와 차를 마시며 경비지출 및 결산을 마무리 하고나자 쨍한 햇빛이 열기를 품기 시작한다. 후다닥 주차장으로 내려와 텐트를 손질하여 주차장과 벽에 펴서 물기를 말려 두고 하계 이사모 아유회를 마무리하며 의미 있는 악수를 나누고 수진네의 전송을 받으며 은영네와 함께 택시를 잡아탄다. 목적지를 말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택시 기사님께서 부인의 등산 취미에 대한 불평 불만 불신을 늘어놓으며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고는 우리들 의중을 살핀다. 전후 사정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에 굳이 가려고 애쓰는 부인의 잘못도 있다 하겠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부인의 입장을 듣지 않고서야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냐며 불신은 불신을 낳을 뿐이고 심하면 의처증으로 발전하여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지금 자기가 그 시점에 서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군다. 서로 다른 남남이 부부지간의 연을 맺고 살다보면 어디 항상 사랑스럽기만 하고 맨날맨날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던가?!~ 작은 소홀함에 서운함이 생기고 그 서운함을 떨쳐내지 못하면 미움이 생겨나고 미움이 짙어지면 원망이 생겨나서 가슴에 화를 품게 되고 그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스스로 불구덩이 속을 뛰어들기도 하고 밀어 넣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이 아니던가?!~그것은 곧 괴물과 같은 것이라서 다스리지 못하고 자제시키지 못하면 언제든 악마가 될 수 있는 것이라 항상 마음을 곱고 여유롭게 쓰고 감정 또한 아름답고 부드럽게 정화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될 것을---------------------------------- 다소 심각한 이야기에 빠져 열중하다 보니 금새 “장안시장”에 이른다. “진정 편안 하시려거든 먼저 의심을 풀고 손 내밀어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모두 차에서 내린다. 미나 모친한테 들러 가자고 의견을 모았던지라 집 가까운 여기서 부터 아파트 언덕길을 오르며 “아~벌써부터 연인산 별천지가 그립네!!~”라며 서로를 쳐다보고 웃는다. 아파트 틈새를 비집고 골목길을 돌아 미나네 대문 초인종을 누르자 한참 만에 허리를 손으로 지탱하며 미나 모친이 겨우겨우 대문을 열고 얼굴을 내 민다. 한눈에도 핼쑥해진 미나 모친이 너무 안쓰럽고 가엾다. 벌써 20년여 전 쯤 일이리라. 형편이 여의치 않아 본채를 세놓고 살아야 했을 만큼 어렵고 고단했던 시절, 은영이네가 2년여를 살다 바로 대문 앞집으로 이사를 나가고 이어 이사를 들어왔던 젊은 새댁, 새댁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남편 뜻 잘 받들며 작은 것 하나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즐기며 배려할 줄 알았던 신세대 주부 였었으리. 모정을 경험하지 못한 채 홀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랐다지만 생각이 바르고 밝았던 미나모친, 어린나이에 남편을 만나 미나 3~4살 때 우리 집에 와 둘째 낳고 수 세월을 사는 동안 내내 변함없는 마음으로 동기간처럼 살아 오면서 웬만한 사람 같았으면 집사람과의 호칭 정도는 “언니”라 살갑게 부르면서 서로 가까이 지내도 모자랐을 것을 이 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아줌마”라니 마음을 받을 줄 모르는 것인지? 마음 줄 줄 모르는 것인지? 그 속마음을 가늠해볼 따름이다. 한때는 미나 부의 사업이 번창한듯하였으나 불경기 극복을 하지 못하고 폐업을 하고나니 그 생활상이 오죽 했겠으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나모친 건강이 자꾸만 병원 신세를 지게 되니 그 마음은 어떻고 그 삶인들 온전하겠는가? 그저 가까이 에서 보기에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울 뿐, 열기 가득한 반지하 방에 선풍기 마져도 끄고 있었던 미나모친, 선풍기를 틀어 우리한테로 돌려놓으며 냉장고 문을 열고 무엇인가를 찾다가 마땅한 것이 없다며 얼음 얼린 곶감을 내서 우리 앞에 밀어놓는다. 그러는 표정과 불편해 뵈는 몸짓이 자꾸만 신경이 쓰여 “이 열기 가득한 곳에 혼자 틀어박혀 따분하고 짜증스럽고 심란한 생각 뿐 이겠지만 그래도 좋은 것만 생각하고 마음을 가볍게 해 얼른 털고 일어나 우리 집으로 내려와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약간의 위로금과 위로의 말을 건네고 서둘러 일어난다. 뒤따라서 나오려는 미나 모친을 겨우 돌려 세우고 대문을 빠져 나온 우린 하루 빨리 쾌차해서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정 소원하며, 굽고 언덕진 골목길을 터벅터벅 내려오는데 그러는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성진 매미소리가 심금을 울리고 후텁지근한 한여름 열기가 연인산 별천지 기운을 시샘하려는 듯 가슴을 헤집고 숨을 턱턱 막는다. 하지만 이 여름도 연인산 계곡 산자락에 덜미를 묶어 두었으니 그 열기도 이내 그 꼬리를 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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