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토요일 10:00)
하늘을 살피며 날씨를 가늠하다
내 눈치만 곁눈질 하는 아내를 재촉하여 이내 차에 올라
서초동 형 댁으로 향하는 도심,
휴가철 막바지 인지라 차량 통행이 다소 한가롭고
조수석에 동승한 아내는 콧노래를 흥얼댄다.
강원도 고성 거진으로 해수욕을 간다 했으니 왜 아니겠는가?
11시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
형은 업무 중, 아주머니께선 냉동고 안에서 작업 중.
영업용 냉장고를 세 대 씩이나 더블캡 트럭에 옮겨 싣고
단단히 밧줄을 당겨 묶고 나서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가 아닌 더블캡 트럭에 몸 구겨 싣고
형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거진항을 향해 출발이다.(11:30)
올해 들어 이른 봄 담양을 다녀왔던 후
이번이 두 번째 부부 동반 나들이가 된 셈.
앞좌석에 나란히 앉은 우리 둘은
그저 말이 없어도 흐뭇하고,
뒷 좌석에 나란히 앉은 두 여인은 반갑긴 하지만
다소 어색한 듯 사무적인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잇는다.
“우리 주말쯤에 거진항이나 함 다녀올까?”
“집사람들이랑 함께 바닷물에 몸 담그고 조개도 잡고?”
“가는길에 주차장에 세워둔 냉장고를 실어다가 친구한테 좀 처분했음 싶고?”
라는 전화에 마다할 내가 아니잖음을 형도 익히 알았을 터,
좋은 사람과 가까이 살면서 마음이 이끌려 가는 대로
서로 함께하며 삶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운이겠는가?
사는 동안 하고 많은 인연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잠시잠깐 스쳐 갈 군 생활에서의 인연을
긴긴 세월동안 오래도록 가슴에 남겨
그 연을 현실로 끌어다 서로의 삶 가까이에 벗 이루고
소중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서로의 삶에 커다란 힘이요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군 생활을 했었던 굴지리 유격장을 심심찮게 다니며 추억을 찾고
그저 불현듯 전화 한통에 서로의 고향을 기꺼이 함께 가 돌아봐 주는
가식이나 형식 같은 것일랑은 거추장스러울 만큼 허물없는 인간관계.
넓고 승차감 좋은 형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놀려둔 냉장고를 실어다 고향 친구들께 줄 마음으로
적재함에 빽빽히 그것들을 세워 묶고
비좁고 불편한 더블캡 트럭에 넷이서 동승한 채
마음만은 즐겁고 흐뭇한 기분으로
형의 고향 거진을 향해 겸사겸사 길을 나선 것.
차에 막혀 길 바닥이 주차장이 되었어도 좋다.
밀려 떠밀려 가다가 밤을 새운대도 나쁠 것은 없겠다.
그저 이렇게 가다가 배고프면 밥 사먹고 피곤하고 졸리면 쉬어가리.
밀리고 밀려 홍천을 지나 신남 어느 막국수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인제 원통을 지나 진부령을 넘어
고성 거진읍 형 친구네 가게에 냉장고(대)를 내려주고
다른 친구네로 이동하여 나머지(소:2)를 내려놓고 나자 16:30분 이다.
곧장 거진항 가까이에 민박을 예약하고,
화진포 초도를 한 바퀴 돌아본 후 다시 거진 해수욕장으로 돌아온다.
이미 피서철이 파장을 맞은 듯 하지만 그래도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며 늦여름 사냥에 한창이다.
두 여인께 조개를 잡으라 이르니 아주머니께선 경험이 있으셨던지
금방 준비를 마치고 바다 속으로 잠기고,
아내는 망서린 듯 눈치를 살피고 섰다.
우린 재빨리 낚싯대를 펼쳐 방파제로 나가며 아내에게
“당신도 들어가 봐!!~”
“바닷물이 단지 짠지 함 맛도 보고 함께 조개도 잡고!!~”
그러자 두려운 듯 슬그머니 바다 물속으로
몸을 넣는 것을 보고나서야 바삐 형을 따른다.
아내는 물론 나 역시나
바닷물에 몸을 적셔본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던지라
우리에게 해수욕이란 늘 동경의 대상이 되곤 했는데 아내는 오늘에서야
그 바닷물 속 세계에 첫 경험을 하는 날이 된 셈이다.
길고 넓고 견고한 콘크리트 방파제 끝 난간에
하얀색 건물 등대가 외로움을 간직한 채 낭만스럽게 우뚝 자리를 지키고
삼각다리 콘크리트 구조물을 쌓아올린 방파제 위에는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의
손놀림이 분주하고 짝을 이룬 쌍쌍의 연인들 모습이 평화롭고 행복하게만 뵌다.
형이 챙겨주는 낚시 바늘을 릴낚에 매듭지어 묶고 나서
바다지렁이 미끼를 낚시 바늘에 끼워서 멀리 던져 넣고
낚싯대 끝 부분에 시선을 고정한다.
짬짬이 멀리서 조개를 잡는 아내를 지켜보다
물 밖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아내를 찾아가서
“왜 당신은 그러고 있어?”라고 묻자
밀려오는 파도가 무서워 그냥 언니의 조수 노릇을 하고 있다며
기분 좋게 웃어 보인다. 그 모습이 하도 귀엽고 이뻐서 사진을 한컷 찍고,
돌아와 낚싯대를 보니 뭔가 입질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재빨리 낚싯대를 나꿔 채 릴을 감아대니 제법 손맛이 느껴진다.
물 밖으로 건져져 발버둥치는 놈을 보니 작은 가자미 새끼가 아닌가?
형이 달려와서 “이게 뭔일여?”라며 바늘을 빼 내고,
주변 강태공 들은 부러운 시선을 주며 탄성을 지른다. 혼자 속으로
“차~암 이놈은 재수없는 놈이네!!~”
“어쩌다 불행하게도 이 왕초보 낚시꾼 한테 걸려들었단 말인고?”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고 말았구먼!!~” 하면서 허허허! 웃는다.
찬찬히 들여다 보다 다시 미끼를 끼워 낚시를 던져 넣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 한데도 영 입질은 없고, 따분함이 몰려올 쯤
아내가 제법 큼지막한 흰 봉지를 들고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봉지를 펼쳐보니 그 안에 크고 작은 비단조개는 물론
성게며 소라며 홍합이 한 가득이다.
“우~와!!~ 어떻게 이렇게나 많이 건졌어!!??~”
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자
아내도 그 흥을 주체하지 못하며 신나고 잼있다는 몸짓으로
“알고보니 저 언니가 완전 선수여!!~”라며 손을 내민 방향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다가 오시는데
그 어깨 너머로 어느새 하나 둘 불빛이 깜박인다.
짙푸른 수평선에 밤 그림자 내리고 바다가 입을 낼름거리듯
파도가 하얀 포말을 남기며 백사장을 핥고,
우리도 이내 낚싯대를 접어 가방에 담고 돌아서 등대를 등진다.
짧쪼름한 바다 냄새에 후텁지근한 여름 열기를 달래고
생소한 여름바다 밤 풍경에 마음을 뺏기며
조용한 설렘이 가슴을 뒤흔든다.
짐 꾸러미를 챙겨 민박집에 넣고,
친구의 부친상이 있어 속초로 문상을 간다는 형을 따라나선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상주만 보고나서 금방 오겠다고는 하지만
문상길이 어디 그렇게 해서 될 일인가? 교통편도 그러 하고,
밤길 이지만 우리가 이때 아니면 언제 속초를 발 디뎌 볼 것인가?
기꺼운 마음으로 동행하며 속초를 향해간다.
한 시간여 걸린다 해서 긴장하고 달렸는데
40여분을 달렸을까 금방 속초에 이른다.
속초시내 입구 초입에 “아산상조 장례식장”을 찾아 형 부부를 내려놓고
굳이 함께 있다 가자는 만류를 뿌리치고
아내와 둘이서 오붓하게 속초 시내를 구경을 할 요량으로
장례식장을 빠져나온다.
양양까지 50여Km 이정표를 발견하고 친구한테로 함 내 빼볼까 싶어
전화를 해 보는데 영 반응이 없다.
우선 식사부터 하고 돌아 볼 계산으로 먹거리 골목을 서행하며 보니
늦은 시간이라선지 불빛이 어둡고 거리도 한산하다.
아내한테 추억이 될 만한 식사를 맛보여 줄 참이었는데 영 시원찮을 것 같다.
길 끝에서 유턴하여 다시 올라오는 길 쪽에 차를 세우고
건너편 순댓국집 간판에 불이 켜 있음을 확인,
겨우 순댓국집에 자리를 정한다.(속초시 보건소,세무소 건너편)
식사를 마치고 아까 봐둔 이정표에 “청초호”를 기억해 내고
주인 할머니께 청초호를 여쭈니
바로 근처인데 밤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며
구경할 만한 곳이라신다.
그곳을 걸으며 추억거릴 함 만들어 볼까 싶어
아내의 손을 잡고 식당을 막 나오려는데
형으로 부터 전화다. 얼른 거진으로 돌아가자는,
하는 수 없이 길을 건너 차를 향하며 아내한테는
나중에 꼭 속초를 다시 함 와서 관광해 보자고 달래며
내 기억 속에 속초와 연관되는 모든 것을 더듬어 생각해본다.
속초라는 도시와는 별 인연이 없었던지 그저 막막하기만 한데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기억하나 “초록미소”를 생각해낸다.
“그래 그랬어!!~”
“속초 어느 재래시장에서 빠자마를 판다는 할마시!!~“
이 속초 땅 어느 하늘아래 그 할마시도 이 밤을 맞고 있으리라.
이렇게 속초를 들렀다가 별빛 초롱한 밤하늘에서
달처럼 웃는 초록미소를 보았었노라고 한다면
무슨 잼난 말로 어떤 대꾸를 해올지 사뭇 기대가 된다.
초록을 좋아하시고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이시여!!~
이 밤도 아름답고 행복하시라!!~
“속초여!!~안녕!!~”
8월 8일 (일요일)
낚시에 중독이 된 사람처럼
07:00시가 되자 모닝콜처럼 휴대폰을 울려 우리 부부를 깨운다.
10:00에 형의 어부친구께서 출항을 한다며 그 전에 낚시를 하지 않겠느냐는
뻑뻑한 눈을 껌벅이며 일어나 준비를 서두는데,
그새 아침거리를 장봐다가 어제 낚시해서 올린 가자미 몇 마리에
조개를 넣고 매운탕을 끓여서 뚝딱 아침끼니를 마련하니
번갯불에 콩 궈 먹듯 후딱 아침식사를 해치우고
배멀미 예방약을 목구녕 안으로 흘려 붓고
키미테 까지 귀밑에 급 처방한 후 낚싯대를 챙겨 방파제로 내달린다.
두 여인은 차 그림자를 그늘삼고 이야기 삼매경
낚싯대를 펼쳐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전인데,
출항 15분 전이라는 전화연락에 선착장으로 급 이동.
물살을 일으키며 바다를 가르는 고깃배에
선장님과 우리 넷이 어부가 되어 승선했다.
하늘은 맑으며 한여름 햇살 쨍하고 바람 한 점 없는 동해안 거진앞바다를
날렵한 어선들이 굉음을 내면서 시원스레 내달린다.
마치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네 다섯 척의 고깃배가 전 속력으로 질주를 시작한다.
동해안 검푸른 바다와 하얀 하늘이 맞닿은 틈새를
서로 먼저 빠져 나가려는 욕망을 채우려는 듯
서로 무전교신을 해가며 대화를 나누는데
분간하기 어려운 교신음이 사뭇 긴장감을 준다.
친구선장님의 배 성능이 가장 좋았던지
우리 탄 흥남호가 제일 빠르게 앞서간다.
선수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숴진 물보라를 소나기처럼 우리 머리위로 흩뿌려
한여름 열기와 도심 일상에 찌들은 눅눅한 가슴에
시원함 통쾌함 유쾌함 상쾌함을 쏟아 붇는다.
나와 내 아내로서는 꿈에서도 못해봤을 이 신나는 체험에
그저 마냥 놀랍고 감탄스럽고 감동스러울 뿐이다.
40여분을 내 달렸을까!~
바다 한가운대 배를 멈추는가 싶더니 방향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방향을 잡고
다른 배들과 알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서로 그물이 엉키지 않을 방향으로
부표를 먼저 바다에 던진 후 그물을 내리기 시작한다.
속도를 유지하며 선미 좌우 양간을 부지런히 오가며
민첩하고 신속하게 움직이시는 선장님의 몸놀림이 기계와 같다.
바다와 배와 그물과 사람이 마치 같은 호흡을 하고 있듯이
무엇인가 도우려고 해도 들어갈 틈이 없다.
그렇게 서너 뭉치의 그물을 더 바다에 떨궈 내고
다시 돌아서 그 자리를 살피는가 싶더니 부표의 깃발 들을 점검하고 나서야
긴장을 풀며 우리에게 시선을 준다.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아카시아 껌을 하나 꺼낸 후
옷을 반쯤 베껴 선장님께 건네자 천진스럽게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고맙다는 인사를 주신다.
무뚝뚝한 표정이면서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정한 인상의 선장님,
배를 돌려 육지를 향하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선장님 배가 젤 빠르데요?”
“아!!~예!!~ 배의 속도가 곧 경쟁력 이라서요!!~”
그래야만 남들보다 좋은 자리 좋은 위치를 선점 할 수 있다시며,
탑재한 어군 탐지기나 장비가 여의치 않으면
항상 뒤쳐질 수밖에 없다 시며 엔진 장비만 해도
억은 훨씬 넘게 투자가 돼야만 겨우 유지를 해 나갈 수 있다신다.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혼자서 하다 보니 항상 위험이 따르고
혼자서 선장,어부,뱃사람,남편,부모,가장 등등
온갖 역을 다 소화해야 한다시는 바다삶의 애환을 묵묵히 이야기 해 주시며
20여 년 동안 줄곧 하다보니 이젠 슬슬 꾀가 난다시며 실소하듯 웃으신다.
이렇게 순박하신 친구를 둔 형이 참으로 부럽다.
육지가 보이지 않으면 전혀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없는 바다 한 가운대
말로만 듣던 망망대해라는 단어를 실로 현장감 있게 체험을 하며
저 멀리 아득한 뭍에서의 세상일을 까마득히 잊은 채
뻥 뚫린 가슴으로 팔을 벌려 하늘을 품고있는 바다를 껴안아본다.
선장님 덕분에 오늘 생애 첨으로 특별한 바다 체험을 했다며 감사를 전하자
정말 배를 첨 타 보는 것이냐며 오히려 신기한 듯 웃으신다.
근심스런 표정으로 배 멀미는 안하냐는 물음에 손으로 귀밑을 가리키며
“아직은 괜찮습니다!!~”라고 웃어 보이자
모두 한마음 되어 유쾌하게 웃어제킨다.
돌아오는 바다 길목 어귀에 배를 세우시며
드럼통 같은 부표에 배를 묶으시고
파라솔을 펴 배 난간에 묶으셔서 햇빛을 가려 주시고는
여기가 제법 낚시가 되는 곳이라시며 낚시 준비를 하라신다.
열십자 형태의 철사 끝에 낚시 바늘을 묶은 줄낚시를
아내와 아주머니께 내어 주시며 미끼만 끼워서 바다에 던져놓으면
심심치 않게 물릴 거라며 손수 미끼를 꿰어 바다에 던지면서
방법까지 친절히 일러주시고,
형과 나는 부지런히 낚싯대를 펼쳐 미끼를 끼워서 멀리 던져 넣는다.
미처 자리를 잡을 틈도 없이 아내가 줄을 감아 올린 듯 하더니
가자미를 두 마리 씩이나 매단 낚싯줄을 들고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엉겁결에 끌어올린 낚시 바늘에
생각지도 못한 고기가 두 마리 씩이나 매달렸으니
생전 처음해보는 생소한 일인데다 얼마나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었겠는가?
선장님이 재빨리 바늘을 빼서 다시 바다에 던져 넣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물려서 감아올리고, 아주머니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마치 시합이라도 하듯이 가재미, 놀래미(?)를 건져 올리며 환호성을 질러댄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했던가?
우리가 꼭 그 놀음에 빠진 것처럼 낚시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더라.
그렇게 바삐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한여름 땡볕에 화상을 입은 것인지 팔뚝과 종아리가 쓰린 듯 따끔거리고
머리는 띵하고 배는 꼬르륵대고
서로들 눈치를 살피며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선장님 이제 우리 고만합시다!!~”
“예에!!~ 지금이 한창인데!!~”
“아이고 인자~볕도 뜨겁고!!~ 배도 고프고~요!!~”
“이만 함 엥간히 됐지 싶네요!!~라는 아내의 푸념섞인 말에
선장님께서 히죽이 웃으시며 귀항 준비를 서두신다.
우리도 이내 낚싯대를 접으며 아이스박스로 몰려들어 안을 살피고
다들 우~와!!~ 하며 깜짝 놀란다.
제법 크고 넓직한 아이스박스 안을 우리가 건져 올린
가자미 놀래미로 바닥을 거의 다 메웠다.
모두들 신이나서 희색이 만면하고
뭔지모를 뿌듯함에 가슴까지 벅차온다.
만선했을 때 선장님의 기분이 이런 것 일까 싶어
항해실(?)을 넌지시 올려다보니 기분 좋게 웃고 계시는 모습에
흐뭇함과 넉넉함으로 충만하시다.
내일 새벽녘에 그물을 거둘 것이라 셨는데
아무쪼록 내내 무사하시고 건강하시고
내일만큼은 꼭 만선이기를 두손모아 간절히 축원을 해본다.
배가 선착장에 닿자
선장님 사모님께서 달려오셔서 밧줄을 받아 배를 묶으시고
냉면을 주문했다 시며 얼른 나오라신다.
잡아 올린 고기를 그릇에 옮겨 담아
배 밖으로 나오자 사모님께서 보시고는
“낚시가 별로 신통치가 않으셨나봐요?”
“신통치 않다니요!!~”
“우린 신나고 잼있어서 꼭 죽을 뻔 했는걸요!!~“
활짝 웃어주시는 사모님께 선장님께서
“점심 먹고 당신이 그것으로 회 좀 만들어 드리지?”라고 하시자
“그럽시다!!~”라시며 곧장 그물더미를 배 가까이 옮기시는가 싶더니
배 후미에 나란히 서셔서 두 분이서 일사불란하시게 일을 시작하신다.
그물을 살피며 훼손여부를 점검 보수하고
그물을 바다에 내릴 때 꼬이고 흐트러짐 없이
차곡차곡 사리는 작업이라시며
내일 새벽 출항준비를 하시는 것이란다.
지금 사리는 저 그물을 바다에 넣고, 오늘 내렸던 그물을 건져서 오는,
잠시 후 냉면 배달이 도착하자 서로들을 불러 자리를 잡고 앉아
눈치 볼 겨를 없이 허겁지겁 냉면가닥을 목구녕 안으로 빨아 드린다.
순식간에 자리를 물리고 나자 또다시 분주히 출항준비를 서두시는
선장님의 일손을 어깨너머로 살펴가며 거들고
사모님께서는 마침내 회칼을 꺼내셔서
우리 포획물을 손질에 들어가신다.
형이 술을 챙겨서 오는동안 사모님 가까이 쪼그리고 앉아
한눈에 보기에도 활달 쾌활하신 성격 같으셔서
“이 어렵고 힘든일에 사모님은 참 행복하게 뵈시네요?”
“선장님도 그러시구요!!~” 칼질에 시선을 고정하신 채
“그럼요!!~” “딱히 행복이란게 뭣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별 근심 없이 좋은 게 뭐 그런 거 아닌가요?”
“서방님 건강하고, 그래도 한번 출항하면 곧 돈벌이가 되니까요!!~”
“돈 벌어서 좋고!!~ 바다도 좋구요!!~”
“바다일도 아직까지는 잼있구요!!~
“위험한 일이다 보니 남편이 늘 염려스럽긴 하지만,
“자기 몸 스스로 잘 챙기며 운동 열심 하시고,
“아이들 웬만큼 다 키웠구요~”
“불만이란 게 없네요 전!!~하시며 고개를 들어 참으로 밝게 웃으신다.
“선장님께서도 참 성실하시고 진솔,다정한 분 같으세요!!~
“말 수가 적으셔서~ 실없는 말 없으시고?”
“네!!~ 그러는 남편이 좋으네요!!~힐끗 남편을 찾으며 두리번 거리시고는
큰소리로 깔깔대며 웃으신다.
아내가 이야기를 거들며
“연애예요~ 중매 결혼이예요?
“중매해서 결혼했어요 우린!!~”
“아니 그럼 시집와서 보고 어부의 아내라는 사실에
도망가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어요?~”
“아니요 전혀!!~”
“우리 친정 쪽도 바닷가라서요!!~”
“그냥 좋았어요!!~”
이 바쁘고 위험하며 험한 바다일 하시면서
왜 항상 좋은 일만 있었겠는가 만,
남편 하시는 일에 자기 힘 보태시며
어부의 아내로써 그 일에 열정을 갖고
자기의 삶을 스스로 알차고 빛나게 가꾸어 가는 여인!!~
그러한 자기 현실에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삶이 아름다운 선장 사모님께 마음 속 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한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곧
회 접시가 그득해지고
각자 종이컵에 초장을 덜어 회를 버무려
입안 한 가득 씩 넣고 우물거린다.
운동을(축구) 가신다며 술을 거절하시는 선장님을 대신해
사모님께서 한잔을 비우시고 형이 연거푸 남은 술을 비워내고
아!!~ 이런 맛 진짜 오래간만이여!!~라며
살점을 듬뿍 집어 입안에 넣는다.
아주머니와 아내도 젓가락질이 바쁘고,
별로 회 맛에 길들여지지 않은 나 이지만,
내 입안을 맴도는 건 비단 가자미 회 뿐 만이 아니고
망망대해 검푸른 동해바다를 통째로 입에 넣은 기분이더라.
두 분의 일손을 잡고 있기 미안하여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일련의 환대와 배려와 맘 써주심에 진정 감사를 전하며
거진항을 등진 채 차에 시동을 켠다.
잠시 다시 내려 두 분께 아카시아 껌을 하나씩 전해 드리고
다시 함 악수를 청해 고마움을 표하고 나서야
급히 차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는다.
하늘을 삼켜버린 듯 짙푸른 동해 거진앞바다에
끈적한 한여름 열기를 몽땅 털어서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