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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굴지리 추억탐방

 

6월 5일 오후

 

초여름 땡볕에 열기 가득한 도심을 떠나

언젠가부터 벼르고 벼르던 추억의굴지리 에서 하룻밤 야유를 위해

세 사람이 몸 실은 재천형 승합차가 기세 좋게

6번도로를 질주한다.

교관님의 박학다식하신 말씀에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에

놀라운 표정을 짓기도 하며

즐겁고 유쾌한 차 안의 분위기가 잠시도 식을줄을 모른다.

 

30여년 전 굴지리 유격장에서 맺은 인연이 가슴에 남아

사는동안 내내 그리움만 키우며 살아오다

그리워만 하기엔 서로 부족함이 컷던지

온갖 수소문과 사람찾기 노력 끝에 마침내 서로를 찾아내어

극적인 상봉을 이뤄냈던 우리 세 사람

굴지리 에서 공유한 추억이 수십 년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서로에게 이렇게 깊고 각별한 것이었던가를

새삼 깨달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우리 함께 기필코 굴지리를 꼭 한번 찾아가 보리라”를

만날 때 마다 주문처럼 되뇌어 오다

마침내 오늘 이렇게 그 꿈을 실현해 내는 순간을 맞고 있으니

그 기쁨이 오죽하겠는가.

내내 들뜬 마음으로 중간 약속 장소에서 교관님을 반가히 만나 (12:30)

재천형 사무실로 옮겨간 후

가락동 농수산물센타 에서 먹거리를 준비하여 (13:30)

초여름인데도 불구하고 한여름 못지않게

불볕 열기를 내뿜는 6월 태양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담장 너머로 얼굴 내밀어 붉은미소 간직한 채

손 흔들어주는 덩굴장미의 배웅을 뒤로 하며

진초록 녹음 무성한 산과 들을 가로질러

굴지리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간다.

이내 양덕원 농협 수퍼마켓에 차를 세우고 (14:45)

과일 및 양념등 몇 가지를 더 구입한 후 다시 출발한지 수분여

차창 밖에 줄달음 치는 홍천의 진초록 푸르른 바깥 정취에 취해

바삐 고개를 전후좌우로 돌려가며 시선을 뺏기기도 하고

곳곳에 드문드문 만개한 수국꽃의 탐스런 자태에 눈을 떼지 못한채

그만 넋을 놓고 뒤를 쫓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교관님께서 재천형 아들 녀석의 군대 안부를 물으시며

근무지를 물으시자

여기 11사단 시동에서 근무한다는 답변에 화들짝 놀라시며

당장 차를 돌려 그 곳으로 가자시는 엄명에

못이긴체 차를 돌려 혁종이 부대로 이동을 감행 (15:00)

면회를 신청하여 외박을 승낙 받은 후

남면을 거쳐 노일리를 지나 장항리에 안착한다.(15:50)

 

교관님께서 한때 고향처럼 여기시며 사셨던 곳인지라

몇몇 지인분들과 약속이 있으셨던지

우리가 예약한 펜션에 이미 친구분들이 앞서 오셔 기다리고 계시다.

춘천에서 까지 오셨다시며 반가운 인사들을 나누시는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우린 황급히 짐 꾸러미를 옮기는데

낯익은 얼굴이 함께 보인다.

출발하면서 약속이 있었던

재천형의 생질이 우리보다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는지

반색을 하며 손을 내민다.

혁종이도 신병을 갓 넘은 군 생활 이었던지라

경직된 몸가짐에서

다소 긴장을 풀어내며 이종형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금방 활기를 찾는다.

교관님과 지인들께선 이미 느티나무 그늘 평상에서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술 좌석이 만들어졌다. 급히 손발을 놀려

앞마당 또다른 느티나무 아래 탁자를 놓고 탁자 주변으로 뺑 돌려

의자를 배치하여 모두 함께할 자리를 만들고 음식을 마련하여 올린 후

마침내 교관님과 지인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나니

웬만한 만찬장 못지않게 제법 그럴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교관님의 확실하고 멋드러진 건배 선창으로

화기애애한 야외 만찬이 시작된다.

우선 먼저 혁종이의 군생활에 무운을~

둘째 잔엔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의 친분과 우정을~

그리고 셋째잔에는 우리 세 사람이 공유한 오랜 추억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를 연거푸 외쳐대며

연신 술잔을 목구녕 깊이 단숨에 털어 넣는다.

 

교관님의 힘있고 박력있으신 몸짓에서

추상같으시던 옛 열정을 기억해 낸다.

유격장에 입소한 수많은 올빼미들의 대열 앞 연단에 오르시면

그들의 영혼을 틀어 잡기라도 할 듯한 서릿발 같은 위엄으로

살어름 같은 군기를 불어 넣으신 후

“산이 우리를 부른다!!~” “우리가 그 곳으로 가자!!~”라시며

유격훈련의 시작을 알리면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굴지리 산천초목이 움츠러들 듯 했던

그 단호함 그 간결함이

마침내 절제된 최고의 화려함으로 기억속에 각인되던 그 때를ㅡ

 

무뚝뚝한 성격이라서 오히려 더 정감을 느끼는 재천형

아들 혁종이를 맞은편에 앉히고 넌지시 술을 권하는

정 깊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그 모습이

더 없이 흐뭇하고 편안해 보인다.

혁종이 또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버지의 면회로

어떨떨 하던 표정을 말끔히 털어내고

분위기에 동승하여

다소곳이 술잔을 비워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순간 3년전 쯤 원통에서 아들놈을 첫 면회하던 생각이

불현 듯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애절했던 그 순간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안주 접시를 혁종이 앞으로 밀어놓고 술잔을 채우며

“자~한잔 쭈욱 들이키고 그 힘으로 군 생활 대차게 해라!!~하면서

위로를 건네자 “예에!!~아저씨 고맙습니다!!~하는 혁종이의 모습에서

새삼 애처로움과 함께 안쓰러움을 느낀다.

 

조카님 역시 연신 장어와 삼겹살을 구어 나르며

무엇이 그리도 신이났는지 흥얼흥얼 주절주절

잠시도 입이 쉴 틈이 없어보인다.

교관님의 두 친구분과 이웃분들 께서도

오랜만의 만남에 잔뜩 고무되신 채

교관님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기도 하시고

서로 얼르고 달래시다 박장대소 하시며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시며

서너 순배씩이 돌고 웬만큼 이야기 분위기가 무르익자

혁종이가 슬그머니 일어나 자리를 뜬다. 그러는 혁종이를 불러

하고싶은 것 이나 먹고싶은 것이 있음 말해보라고 하자

잠시 머뭇하더니 자기 아버지 눈치를 살피며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댄다.

“그럼 같이 굴지리라도 함 나갔다 올까?!~” 하며

일어서자 교관님께서도 굴지리를 갈려거든 함께 가자시며

차 앞으로 성큼 앞장서가신다.

혁종이랑 함께 이야기라도 하면서 슬슬 걸어갈까 했는데

교관님께서 앞서시는 바람에 이미 우리모두는 음주를 했던 탓으로

춘천에서 교관님의 친구분인 큰 아빠를 모시고 왔다는

주인댁 따님께 부탁을 하여 승용차를 타고 이동을 하게된다.

굴지리 수퍼에 당도하자 가겟집 아주머니께

교관님은 옛 친구분들의 근황과 여러 이웃 분들의 소식을 여쭈기 바쁘시고

우린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 쌀을 구입한 후

교관님과 가겟집 아주머니의 정담이 끝나시기를 기다렸다가

곧장 왔던길을 다시 되돌아서 온다.

차내에선 물론 내리시자 마자 잔뜩 상기되신 교관님 음성을 뒤로하며

바삐 어설픈 저녁식사 준비에 돌입한다.

가겟집에서 구입해온 쌀을 덜어내 빌려온 압력밥 솥에 급히 밥을 지어

백숙과 남은 안주 등으로 저녁식사를 대충 때우고 나니

금방 사방에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고

남궁교관님의 지인들께서도 앞서 돌아들 가시고 나자

갑작스런 적막감이 펜션 앞마당을 차지한다.

 

우린 주섬주섬 야전 식탁을 정리하고 오른 취기를 달래고자

달도 없는 별만 총총한 밤길과 밭둑을 지나

차도 하나를 건너서 하양강으로 내려선다.

약속이라도 했던 것처럼

손에 랜턴,족대,어망(비닐봉지)등등을 나눠서 챙겨들고

교관님,재천형,조카,혁종이가 두런두런 물을 향해

더듬더듬 가는 앞으로

어둠을 뒤집어 쓴 수면은 먹물처럼 새까맣고

희고 깨끗한 조약돌들이 산과 강을 에워싸고

마치 무수한 사연들을 속삭이고 있었던 듯

오밀조밀 옹기종기 정겹고 아름답기만 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 애닲고

까만 밤은 그렇게 굴지리 하양강변을 차별없이 포용하며

어둑어둑 스멀스멀 깊어만 가더라.

 

물가에 이르자 작은 배 한척이 반은 뭍에 반은 물에 배를 묻고

밧줄에 묶인 채 텅빈 속을 하얗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아마도 누군가가 물고기 잡는 용도로 잠깐잠깐 쓰려고 매어둔 듯 하다

남궁 교관님께서 훌쩍 오르시고

기다렸다는 듯 묶인 매듭을 풀어 길게 다시 묶고난 후

물로 밀어내며 내가 훌쩍 배에 오른다.

뒤뚱거리면서 자세를 낮춰 간신히 앉고나자

교관님께서 환히 웃으시며

“황사장” 우리 그때가 생각나시는가? 라고 물으시며

칠흑같은 어둠에 초롱초롱한 별을 올려다 보시고

“북두칠성이 저 하늘 가까이에 있군!!~”하신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그럼요!!~”

“어떻게 꿈같은 그런 특별하고 소중한 추억을 잊을리 잊겠습니까?!!~

“남들 자랑삼아 군대생활 이야기 할 때면 불쑥 꺼내든 내 그 추억담 하나에

모두들 기가 죽어버리고 마는걸요!!~

어찌 그 황홀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잊을리 있겠는가?

간혹 삶이 버겁고 힘들때면 그때 그 추억을 회상하며

한시름을 덜곤 하는데, 지금도 이따금씩-----------------------

 

검푸른 하늘에서 무수한 별들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고

하얀 달빛이 서럽도록 곱디고운 초가을 어느날 밤 초저녘

굴지리 마을중간 골목길을 가로질러

풀벌레 소리 요란한 논둑길을 지나

마을 앞 개천물과 하양강물이 합류하는 지점

나지막하고 작지만 울창한 산 옆구리에

4인승 고무보트를 띄우고

교관님께서 준비하신 가을과일 채소등을 듬뿍 담아

고급 양주 한병에 잘 익은 담근술을 챙겨 싣고

내 생애 있을까 말까 할만한 하양강 유람을 떠났는데

내 인생에 그 유람은 아직도 계속되는 중이 아닌가 싶을 만큼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강 가운데로 노를 저어 유속에 배(보트) 맡겨 두고

교관님의 군대 철학을 말씀해 주시며

삶의 자세와 지혜를 일러 주시던,

위인과 선각자들 께서 읊으셨다는 유명시를

맑고 위엄있는 음성으로

또랑또랑 낭송해 주시고 풀이해 주시며

내 군 생활에 활력과 힘을 주셨던 교관님을

어떻게 내 기억 속에서 잃어버릴 수 있으리?

제법 큰 페트병에 가득 담긴 담근술이 바닥을 보이고

양주병까지 탈탈 흔들어 마지막 한 방울 까지 다 짜내서 마셨음에도

취기는커녕 정신만 말똥말똥 하였더라.

달도 기울며 졸음을 쫓고 초롱초롱 별빛마저 깜박깜박 조는 듯 한데

교관님의 한마디 한 말씀이 가슴을 파고들고

내 마음엔 뜨겁고 벅찬 감동 뿐이더라.

그런 황홀한 감동 속에 두세 시간여를 흘렀을까?!~

유격장 물코스 훈련장에 수심을 조절하기 위해

둑을 쌓아 막아 둔 곳까지 1,5km여를 떠 내려와 멈추니

마침내 하양강 유람이 거기서 끝이나며

교관님과 나 사이에 특별하면서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그렇게 꿈속에서 처럼 생겨난 것이었음을---------------

술자리에서 군대이야기가 나오다 보면 참고 참아주다

결국 내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 대부분 너무 심하게 뻥을 친다고

놀리는 친구들도 있지만

뻥칠일이 따로있지 어디 지엄하신 나의 교관님,

존경하는 우리 교관님을 끼고 감히 뻥을 칠 수 있겠는가?

 

“교관님!!”~

“저는 당시에 유격장 업무파악도 제대로 못했던 터라”

“교관님이 많이 어렵고 낯설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친근하시고 파격적인 큰 배려를 제게 해 주셨습니까?”

“글쎄!!~

“자네였으니까??”라시며 어둠을 뚫고 나를 보시는 교관님의 눈빛에

자혜로움이 담겨 있으심을 느끼며 읍소하는 몸짓으로

“그러시면 그러한 흔하지 않은 추억을 또 다른 어느분과 나누신 적은요?”~

“아닐쎄!!~ 자네가 첨이자 마지막 이었어!!~”라시는 단호하신 말씀에

“교관님 감사합니다!!~”

“저는 아마 살아있는 동안 내내 교관님을 못잊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

“나는 그러한 자네가 항상 고맙네!!~라는 말씀에

부정에 낯설은 나이지만 이처럼 투박하면서도 굵고 크고 깊은 정이 곧

아버지의 정이 아닐까 짐작하며 가슴 깊이 새겨 담는다.

“우리 언젠가 꼭 그때를 함 재현해 보지 않겠나?” 하시는 말씀에

“예!!~”

“꼭 재현해 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항상 건재하셔야합니다!!~”라고 말씀 드리고 나서

“이제 족대질이라도 해야만 일이 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배에서 먼저 내려 교관님 내리시기 불편 없도록 배를 잡아드리고 난 후

어둠을 휘젓고 물 속을 텀벙거리며

앞서나가는 재천형을 쫓아 눈멀고 아둔한 놈들 사냥에 돌입한다.

몇 번을 헛탕질 하다 조금 안쪽 깊은 곳에서 몰이를 하자

피라미,빠가사리,미꾸라지 등등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차암!!~그야말로 더럽게 운 없고 재수에 옴 붙을 놈들이지 싶다.

열심하던 재천형이 몇 번만 더 해보자는 조카의 청을 물리며

한 냄비감을 족히 건진 어망을 확인하고

족대질을 마친 후 곧장 숙소로 돌아와

대충대충 건성건성 손질해서 냄비올려

된장 풀고 고추장 섞어 냅다 불을 댕겨놓으니

뽀글뽀글 지글지글 냄비 뚜껑이 들썩들썩

라면에 봉지를 씌운 채로 냄비 속에 퐁당담가

이리저리 들쑤셔서 국물 멕여 건져놓으니

면발은 쫄깃쫄깃 국물은 담백구수

수 세월을 반추하며 추억은 새록새록

빈잔에 주둥일 쳐 박고 욕지기를 해대다

모자마저 벗긴채로 술상서 밀린 이슬이만

속절없이 술상 한켠 선착순대로 즐비하고

그칠줄 모르는 추억담은 밤새는 줄 모르고 꼬리를 물더라.

옷 갈아입고 오겠다던 조카님은 꿈나라로

그야말로 오롯이 우리들만의 오붓한 시간

이제사 비로소 서로를 찬찬히 보며 신기한 듯 환하게 웃는다.

군에서 만난 우리 특별한 인연이 서로에게 큰 행운이었고,

가슴 깊이 간직한 서로의 전우애에 진정 흐뭇하며,

수십 세월에 변함없는 서로의 마음에 흡족하고,

현실적인 이러한 나눔에 서로에게 감사하며,

우리 함께한 지금 이 곳이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굴지리라는 점에

더 없이 즐겁고 기쁘며 행복감으로 충만하다.

이야기에 빠져 하얗게 밤을 지새며

새로운 또 하루를 이렇게 굴지리 아니 장항리에서 맞는다.

 

 

6월 6일

 

새벽녘까지 정담을 나누다 잠시잠깐 눈을 붙인 듯 한데

창을 넘고 깊숙히 방 안에 까지 들어와 잠을 흔들어 깨우는

밝은 햇살에 눈부셔 부시시 눈을 뜨고 일어나

휴대폰 액정을 보니 벌써 시간은 8시40분을 지나고 있다.

교관님께서는 이미 밖을 한바퀴 돌아 오셔서

어제 우리가 야외 취식을 했던 마당을 말끔히 청소를 마쳤다 시며

다시 또 밖으로 나가셔서 펜션사장님(교관님 친구분)과 해장을 시작하신다.

혀를 내 두를만큼 대단하신 체력에 알콜에 강골이심에 분명하시다.

조카님도 이미 서울을 향해 갔는지 차가 없다.

우리도(재천형,혁종)부산하게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아침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어제 먹고 남은 민물 매운탕을 뎁혀 찬밥 덩어리를 꾹꾹 말아

후루룩 후루룩 한그릇 씩을 달고 맛나게 때우고,

안팎으로 어지러진 식기와 음식들을 챙겨 세척하고 정리하여

서둘러 차에 싣고 나서 교관님께 굴지리에 나갔다 금방

돌아 올것이라 말씀을 드리고 바삐 굴지리로 향한다.

 

견지낚시와 몇몇 부족한 품목등을 채워 구입하고

“어떻게 할까? 이참에 최창현씨 댁에 들러 인사나 하고갈까? 하고 묻는 형께

“정말 그렇게 합시다!!~ 매번 왔다가 그냥가며 마음이 편치를 않았는데!!~”

선물용 음료 셋트를 추가로 구입하여 차에 싣고

이곳에 올 때 마다 매번 물어봐서 익히 알고 있었던 오렌지색 지붕집을 향해

이동하여 금방 마당에 차를 세우자 앞마당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얼른 일어서시는데 형이먼저 차에서 내려서며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우리를 기억 하시겠어요?”~라시며 손을 덥석 잡자

“아이구여!!~세상에 이기 누구래요?”

깜짝 놀라시며 금방 알아봐주시는 아주머니 앞에 내가 살며시 다가서자

“세상에 이기 무슨일이래요?”~반가움을 감추지 못하시고 덥석 손을 잡으시더니

앞뒤를 안가리시고 우릴 그냥 방으로 이끄신다.

곧장 우리 뒤를 따라 또 다른 손님들이 들이 닥친데도

아주머님의 아들딸들 이라시며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우릴 먼저 기어코 자리에 앉히고 나시더니 막 들어오는 손님께

옛날 그 당시 꼬맹이였던 딸이라고 소개하시며

얼른 커피를 끓여내라고 성화시다.

방안에 계시던 최창현 아저씨께서도 특유의 빙그레하신 모습으로

우릴 반갑게 맞아주신다.

30여년의 긴긴 세월이 곳곳에 도배를 한 듯 덕지덕지 묻었건만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나듯 세월을 털어낸 그 옛날 모습들이

생생히 고개를 쳐들고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생각 했던 것 보다 건강해 뵈시는 두 어르신이 참 좋아 보이신다.

항상 오늘처럼 변함없던 그 긎없는 세월은 영원할 것만 같았던

강과 산을 거짓말처럼 변화시키고

번성했던 그 당시의 굴지리는 이토록 쇠잔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건장하시던 두 분을 비록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으로 세월을 덧칠 했지만

두분의 예전 그 모습은 조금도 변함이 없으신것 같아 그나마 조금은 다행스럽다.

잠시잠깐 왔다가는 군인들이었을 것을 뭐 그리 대단한 인연이라

호들갑을 떠는가 싶겠지만 인연이란 참 묘한것이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소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천형과 교관님과의 인연이 그렇고,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비롯한 이 마을 굴지리가 그렇지 아니한가.

사는동안 내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인연이 닿고 끊기기도 하지만

가슴 안쪽 한켠에 껌딱지처럼 눌러 붙은 채

두고두고 그리움 키우며 추억할 수 있는 인연이란

어디 그렇게 간단하고 흔하디흔한  것이던가?

이처럼 반갑고 흐뭇하고 설레는 마음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긴긴 세월 흐름에 묻혀 버리지를 못하고

세월이 더할수록 그리움만 더 커가는건 무슨 연유인가?

해도해도 끝이 없을 이야기들을 어젯일처럼 기억해 내시고

신명이나신 듯 그 꼬리를 이어가신다.

귀엽고 앙증맞은 손주들의 재롱을 애써 밀쳐내시고

커피잔을 우리 앞으로 연신 밀어주시며------------

유격장을 오가며 참새 방앗간처럼 들락거렸던 곳

누나네 집 처럼 드나들며 군생활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달랬던 곳

평범한 일상처럼 오가는 사이 서로의 무엇을 보았기에

서로의 마음에 자리를 내어 주었음인가?

그저 그렇게 서로의 삶에 나그네들 처럼 만나

가슴을 보고 마음을 읽어내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서로를 품고

기나긴 세월속에 묻혀버리지 않을

이처럼 벅차고 가슴 뿌듯한 인연을 품었었다는 말인가?

수세월을 뛰어넘어 한결같으신 모습으로

비록 도로 확장 사정으로 구멍가게는 접으셨다지만

마을 한켠에 굳게 자리하시고

여지껏 꿋꿋이 건강하신 모습으로 이렇게 굴지리를 지키고 계시는

두 어르신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시다.

잊지않고 자신들을 찾아와준 우리들이 되레 고맙다시며

종종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함께

이곳에 올때면 항상 들러서 가라시며 밝게 웃으신다.

함께 점심먹고 더 이야기 하며 놀다가 가라는 청을 간신히 물리고

겨우겨우 방을 나와 두분과 손님들께 인사를 고하고

참으로 가슴 속 저 안까지 즐겁고 흐뭇한 마음이 되어 장항리로 돌아온다.

 

무슨 하실말씀들이 저리도 많으실까?

두분께선 아직도 여전히 이야기 속에 빠져계시다.

차에서 내려 대화에 끼어들며 이동시간을 알려드리자

그제야 자리를 털고 일어들 서시며 굳은 악수와 함께

다음시간을 약속하고 서로들 아쉬움 가득한 작별인사를 나눈다.

펜션을 빠져나와 유격장 앞으로 차를 몰아가 정문 앞에 멈춰서자

유격장 정문은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고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그전 이맘때면 기초,산악,물코스교장을 비롯한 이 근처 온 산천은

교육생 올빼미들의 피끓는 함성이 지천을 흔들고

하양강 강주변이 온통 흙탕물 범벅이 되고도 남았을 악명높은 유격장이

이 고요한 정적 속에 졸음을 쫓듯 흉물스런 몰골을 하고

우리들 앞에 저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덩그렇게 서있다.

혁종이 앞에서 민망함을 겨우 감추고 돌아서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서로 달랜다.

차를 돌려 나오자 산악교장엔 아직도 교육장 모습을

유지한 채 외줄 두줄 세줄 및 레펠코스 및 암벽등반 코스에

흔적 및 시설물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다시 차를 세우고 혁종이를 앞세워 교장 계단을 오르며

그 옛날 화려했던 유격장의 그 명성을 전설처럼 이야기 해 주며

다소 위로와 위안을 찾는다.

한 묘비명 앞에 걸음을 멈추고 예를 갖춘 후 명복을 빌고

교장을 내려와 차에 오른 후 굴지리를 빠져나와 도사곡리를 지나

하양강변 어느 음식점에 차를 세우고 이른 점심을 토종 백숙으로 해결하고

음식점 주인아저씨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드시는 교관님을 남겨 두시고

우린 차를몰아 강 하류 쪽으로 이동 한 후 차를 길옆 공간에 세우고

물에 들어갈 차림으로 옷을 바꿔입은 후

셋이 각자 견지낚시를 챙겨들고 물 가운대 여울진 곳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음을 옮겨간다.

낚시를 묶어 매고 구더기미끼를 낚시 바늘에 끼우고

물속으로 떠내려 보내며 서서히 당김질을 시작 하는데

새까만 먹구름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고 일장광풍이 수면을 핥고 지나가며

심상찮은 조짐이 일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한두방울 수면에 곤두박질치고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천둥 소리가 괴성을 질러대며 하늘을 흔드는데

개의치 않고 서로 간격을 유지한 채 당김질을 계속해대 보지만

도통 어느 놈이 물어줄 것 같지가 않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물놀이를 하고 있던 아주머니 들 께서도

아이들을 챙겨 서둘러 물가를 빠져 나가고

이대론 않되겠다 싶어

“그만 철수합시다!!~” “혁종아!!~너도 그만 나와라!!~”라며

서서히 물을 빠져 나오는데 갑자기 우박과 함께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내리며 우릴 집어 삼킬듯한 거센 바람이

옴싹달싹을 못하게 우릴 붙든다.

겨우겨우 간신히 물에서 몸을 빼내 나오니

그야말로 완전 비맞은 개꼴이 되었다.

서로를 쳐다보며 기분좋게 껄껄껄 웃어 보이며

낚시도구를 주섬주섬 챙겨서 들고 차 앞으로 다가와

대충 물기를 닦고 젖은 몸을 딱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젖은 옷을 벗어 대충 물기를 짜내 다시 걸치고

교관님께로 되돌아온다. 이야기를 하시다 보니

음식점 주인이 군대 후배 였었다시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신다.

우리까지 덤으로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나서

다시 찻길을 재촉한다. 홍천 시내를 둘러보고 싶다는 혁종이 요청에

옛 수색대대를 지나 사단 사령부 앞을 통과하여

홍천 시내로 접어든다.

세월이 세월이니 만큼 옛 기억을 살려 볼래도

지금의 전경에서는 전혀 옛 기억을 상상해 낼 수가 없다.

어느 닭갈비집 앞에 차를 멈추고 옛 추억의 홍천 닭갈비 맛을 떠 올리며

안으로 들어선다. 교관님께서는 시장내에 인사를드려야 하실 분이 계시다며

다시 가게를 나가시고 우린 젖은 옷을 털어내며 의자에 엉거주춤한채

닭갈비를 주문하고 혁종이를 바라보며

“닭갈비 맛 본적있냐?” 라고묻자

“예!!~그전에 춘천에서 함 먹어봤습니다!!~라며 웃는다.

“오늘 몇시까지 귀대해야 하는데?”

“여덟시요!!~

“뭐 사가지고 들어가야할 것은 없고?”

“예!!~지금은 부대 내로 물품 등 일체 반입 금집니다!!~”

“귀대시간이 되어가니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두렵다거나 망서림은?”

“없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저씨들이랑 아버지께서

이렇게 면회를 오셔서 제가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든든하고 대견스럽다.

언젠가 내 아들놈 면회할 때 기꺼이 원통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위로와 격려를 해 주시며 속초에 까지 날라가서 싱싱한 회를 떠다

아들놈 입맛을 돋궈주던 형이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었는데

오늘 내가 그 빚을 다소 갚은 듯 하여 마음이 흐뭇하다.

“후유증 갖지 말고 어제오늘 동안 좋은것만 기억해 뒀다 귀대하거들랑

건강 조심하고 열심히 잘 생활하다 휴가나올 때 다시 만나자!!~”

“예!!~고맙습니다!!~라는 혁종이 말이 끝나자

곧이어 교관님께서 다시 돌아오시고 이내 닭갈비가

먹음직 스럽게 익는다. 또다시 교관님과 형의 술잔이 돌고

석식을 겸한 닭갈비 요리로 부른 배를 미리서 빵빵히 채워둔다.

시간을 셈한 후 귀대시간 맞춰 여유있게 혁종이만의 시간을 남겨둔 채

5시40분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 혁종이를 뒤로하고 귀경길에 오른다.

 

그렇게 기대했던 우리 세사람의 굴지리 추억탐방길이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홍천을 벗어나고 있다.

룸밀러에 비치신 교관님께서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이시고

두사람 덕분에 호강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시며

우릴 격려해 주시고 지긋이 눈을 감으신다.

조수석에 앉은 형께서 저희들이 교관님 덕택에 덤으로

잊지못할 즐거움을 만끽했다시며 감사를 전해 드림에

나도 덩달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 드리자

세사람 마음이 행복감으로 한껏 고조된다.

이내 형도 의자 깊숙이 등을 파 묻고,

전방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채 가속 페달에 지긋이 힘을 가하자

전우애로 충만해진 스타렉스 승합차가

물찬 제비처럼 기세좋게 고속도로를 미끄러져 나간다.

 

홍천이여!!~안녕!!~

굴지리여!!~또다시!!~

우리들 공유한 추억이여!!~영원하라!!~

굴지리의 그리운 사람들이여!!~

어디에서건 평안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펜션 옆마당 한켠 대충 정돈된 야외용 탁자위

무심코 올려놓은 세면기 속을

무슨 배짱으로 어떻게 날아 들어가 봤었던걸까?!~ 

세면기를 지붕 삼으면 안전하다 싶었을까?!~

 저렇게 덩그렇게 놓인 세면기를 붙박이 장 쯤으로 여겼을까?!~

아님 그도저도 아닌

세면기 지붕속 탐스러움에

인간들 마저  믿고싶었던 것일까!?~

착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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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세면기를 치우려고 했다가

놀란가슴 겨우 달래고

조용히 다시 세면기를 덮고나서

가만히 손 모아 소망하노니

아무런 탈없이 세면기 지붕 속 꿈 틔워

여린 날개에 굳센 힘 얻고 단란한 일가를 이룬 후

 이세상 끝까지 날갯짓 하며

높푸른 저하늘을

비상 할 수 있기를!!~

 

 

 

  이름모를 어느 새의 위대한 착각이

우리들 굴지리 추억찾기에 또 하나의 추억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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