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쉰 고개를 넘어 서면서
초가을녘 소슬바람 반소매 품 파고들듯
언제 부턴가 이따금씩 서글픈 그리움 써늘히 가슴 한켠을 파고 들때면
가만히 하던 일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마침내 정겨운 이름하나 기억해 내고 문자를 날리거나 전화를 걸면
기다리고 있었던것 처럼 달려오거나 달려가거나
이따금씩 형께서 가끔은 내 쪽에서
두사람은 금방 한마음이 되어 더없는 편안함과 즐건맘으로
불현듯 이렇게 두마음의 그곳을 향해서 흐뭇한 달음질을 시작한다.
바쁘고 찌들은 삶을 핑계로 꿈에서만 그리며
언젠가 함 가보리라를 주문 처럼 외우며살아온 그 곳
그리움이 바람처럼 마음을 흔들때면 그시절 그곳에 그들과의 그 추억들이
겹겹이 도배된 세월을 털어내며 주마등 처럼 눈앞을 스쳐간다.
그들의 이름을 하나 둘 기억해 내고 온라인 오프라인을 벌집 쑤시듯 헤집고 다니다
그리움의 벼랑 끝 막바지 쯤에서 였으리라 가장 절친했던 지금 옆좌석
운전중인 형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꿈같은 행운이리라.
우린 마침내 그렇게 극적 상봉을 이루고난 후 약속이라도 했던것 처럼
오늘처럼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가 공유한 추억을 되살려 보며 그리움을 덜어내던 곳
이럴때면 발걸음은 예외없이 항상 그 곳과 그 주변을 향해 간다.
청춘의 욕망과 열정을 국방의 의무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
스스로 규제하고 자제하며 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적응능력과 생존능력의 한계를 몸소 시험하고 체험했던 지옥같은 곳
젊은 청춘들의 영혼이 비로소 완전한 군인 신분으로 거듭나는 피끓는 현장에서
형과의 소중한 인연이 닿았던 천당과도 같은 그 곳
무엇인가를 남겨두고 온것 처럼 자꾸만 뒤가 돌아다봐지는 그 곳을 향하여----------
한겨울 동장군에 잔뜩 등을 구부린채로
매서운 칼바람을 등허리로 받아내며
손살같이 뒷걸음질 치는 산등성이를 곁눈질하며
그리움인지 미안함인지 모를 애틋함을 애써 달래며
양평대교를 지나 강변도로를 시원스럽게 미끄러져 나간다.
잔뜩 상을 찌뿌린 날씨가 이내 눈발을 날리기 시작하며
차 앞유리에 여지없이 부디쳐 금방 눈물자국 처럼 방울방울 번지고
촉촉한 아스팔트 길에 맥없이 나동그라지며 희끗희끗한 그 형체를 흔적처럼 남긴다.
"날씨가 참 그렇네!!~"
"낚시나 할 수 있을려나?"하면서 긴장하듯 차를 몰아가는 형을 보며
"글쎄요!!~ 못하면 그만이고-----------
"전 지금 이 순간이 더 좋은데요 뭐!?~"
무뚝뚝한 형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며
의자 깊숙히 등을 묻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벌써 얼추 30여년 세월이 흘렀으리라.
삼청교육대가 실존하던 역사적인 현장의 한 모퉁이에
한여름 열기를 식히고도 족히 남을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삶의 인연이란 예고없이 스쳐가기도 하고
기억되기도 하는 것이었던지
장갑차에 거치한 기관총 사수 겸 위생병과
그 현장 민가의 원주민 아저씨와 그 가족 사이에서
생겨난 조금은 우연치 않다싶을 인연에 그때는 그냥
그렇게 스쳐가는 인연중 하나리라고 쉬이 여겼었지만
겹겹이 도배하듯 켜켜이 쌓여가는 세월속에
언제부턴지 발가락에 솟아난 티눈처럼 자꾸만 맘쓰이고 손이가듯
까마득한 그 기억이 이따금씩 되살아 나며
마음 한구석 껌딱지 처럼 눌러붙어 가슴을 짓누른지 오래전이다.
마지막 부탁이라며, 전해줄 것도 있고하니 가는길에 춘천을 들러
꼭 한번만 만나주기를 원했던 그 애절한 청을 끝내 외면하고
돌아서야 했던 그 무정함이 사는동안 내내 마음의 가시가 되고
쉬 지워버릴 수 없는 죄가되어 굳은살 처럼 맘 한켠에 굳어진 채로--------------
예전처럼 한시간여를 달려간 끝에 호호 손 불어가며
굴지리 하양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그동안 서로의 사는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노곤함을 달래기도 하고
이곳에 널려진 추억의 그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면서
찌에 시선을 고정한채 생각에 잠긴다.
아무런 말없이 그저 그렇게 몇날을 보낸다 해도
이 한곳에 서로 가까이 있다는 현실적인 사실감만으로도
편안하고 흐뭇한 형과 나
그러나 이 마을 그 원주민 아저씨의 따님 생각에 이르고 나면
이내 무겁고 미안스러운 마음을 쉬 떨칠수가 없다.
잔뜩 찌푸린 날씨가 내 마음 만큼이나 흐리고 어둡더니
간간이 눈발을 날리기도 하고 칼바람이 수면을 베고가듯
물결을 만들어 내곤 하더니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밤 그림자가 내리고
이내 손발이 얼음장에 잠긴듯 냉기가 엄습한다.
짙게 내리는 어둠에 쫓기듯 주섬주섬 낚시대를 접어 뒷 트렁크에 쑤셔넣고
운전석에 앉은 형의 옆좌석에 나란히 앉아 안절벨트를 맨 후
"오늘은 어디로 함 가볼까?"라며 고개를 돌려 넌지시 웃어보이며
느린 속도로 서서히 강을따라 민가를 찾아나선다.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멋드러진 현대식 펜션 건물들을 지나쳐 가며
헤드라이트 불빛에 반사되는
민박 안내간판의 전화번호를 눌러 숙박여부를 문의해 가다
허름한 간판 허름한 건물 희미한 불빛 앞에서
차를 멈추고 또다시 전화를 걸어본다.
두어번 신호음이 가는가 싶더니 반색하는 듯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오며
깨끗하진 않지만 하룻밤 묵어갈 방은 있노라며
일단 와 보시라는 상냥한 여인의 전화음에 알았다 이르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형과 함께 차에서 내려 4~50여미터 안쪽으로 걸어들어가
허름하지만 정감이가는 느낌의 건물앞 계단을 올라서 앞마당에 이르자
안방인듯한 방문이 열리면서 40대 초,중반쯤 되어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우릴 맞으시며 처마 하나 사이인 오른쪽
길다란 건물로 안내하고 미닫이 문을 열어 보이신다.
외관은 낡은듯 보이지만 내부는 리모델링을 한듯
상상외로 깨끗하고 편안해보인다.
"아~ 좋으네요!!~" "우리 여기로 할께요!!~" 라고 말하며
둘이서 동시에 여인을 돌아보자 반색을 하시며
"감사합니다!!~ 를 연발하시고 고개를 숙여 목례를 연거푸 하시더니
방은 곧 따뜻해질 거라시며 또 뭐가 필요한건 없느냐는 표정으로
우리의 행색을 유심히 살핀다.
그러는 여인의 모습에서 시골 아낙의 모습이란 전혀 찾아볼수 없는
세련된 몸짓에 다소 의아해 하며 우리도 밝은 표정으로
"혹 저녁식사를 할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장난끼 섞인 표정으로 "식사라고 까진 말할수 없지만
간단한 음식정도는 드릴수 있겠는데요!!~ 라며
사뿐히 어둠을 휘저으며 안방쪽으로 사라진다.
우린 기분이 살짝 엎되는 기분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어보이고
성큼 방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살피고 화장실 문을 열어본 후
"차에가서 술이나 좀 챙겨서 올까?!"라며 혼자말처럼 되네시더니
다시 밖으로 나가는 형의 뒷모습을 보고있다가
그럼 내가먼저 씻는게 낫겠다 싶어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꼭지를 틀어 수온을 첵크한 후 곧장 세면을 시작한다.
얼었던 몸과 손 발을 더운물에 씻고나니 손발이 얼얼하고
얼굴은 홍당무 처럼 벌겋게 달아오른다.
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며 방으로 나와 옷걸이에 옷을 걸고
이리저리 방을 거닐며 난방상태를 감지하다
벌써 온기가 오르는 애랫목 한부분에서 발을 멈추고
가만히 내려앉아 얼었던 몸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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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 묵직해 보이는 검정 비닐을 들고 형이 방으로 들어서고
곧 이어 네모진 제법 큰 상을 차려든 여인이 인기척을 하며 음식상을 내민다.
얼른 상을받아 방에 내려놓고 보니 평상시의 시골밥상 차림은 아닌듯하다.
간결하지만 나물국이며 전이며 조기찜에 막걸리까지--------------
"우~와~메뉴로보아 예삿상이 아닌걸요!!~ 하며 여인을 보자
머뭇머뭇하시며 "입에나 맞으실런지?!"라시며 부끄러운 표정이 역역하다.
"아직 식전이시면 들어오셔서 함께 하시죠?"라자
"아~ 전----"잠깐만요!!"라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사라진다.
형과 상을 가운대 둔채 마주보고 앉아
우두커니 서로에게 시선을 마추고 있다가
슬며시 수저를 잡고 음식맛을 본다.
마치 제삿상에서나 봄직한 음식들이 허기를 불러선지 식욕을 당긴다.
서로 의미있는 눈짓을 교환한 후 동시에 바삐 수저를 놀려
한참동안 달게 식사를 하며 소줏잔이 두어 잔씩 비워질 무렵
인기척이 들리며 "죄송하지만 좀 들어가도 될까요?"라는 소리에
형이 재빨리 일어서며 "네~에!!~ 들어오세요"~ 하면서 드르륵 문을열자
쟁반에 물병과 함께 컵을 받쳐들고 안으로 들어선가 싶더니
상 위에 놓인 형이 가져온 술병을 발견하시고는
멈칫하시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잠시 우리 눈치를 살피시고는
실례인줄 알면서도 망서림 끝에 들어오긴 하였지만
몹시 떨리고 조심스럽다며 바로 문 앞에 한 무릎을 꿇고 한 무릎은 세워 앉으시고는
사실은 이 한적한 곳에 혼자있기가 몹시 두렵고 불안하던 참에
손님의 전화를 받고 반가움에 혹하여 일단 와보시라고는 했었지만
곧 후회와 기대 사이에서 무척 고민을 했었다며
이 사나운 겨울날씨에 웬 사람들일까 싶어
기대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더 컸던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두분을 가까이서 뵙고보니 다소 마음이 놓인다며
손님들이 이렇게 오셔서 얼마나 다행이고 안심이 되는지 모르겠다시며
정말 고맙노라고 다시한번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해 오신다.
그러는 여인을 무심코 바라보고있다 얼굴에 시선이 멈추며 눈이 마주쳐 보니
아~ 참 아름다운 여인이구나 싶게 고운 자태 정갈한 몸짓에 정아함 마저
묻어난 미모임을 대번 느끼며 "예~에?!!~ 헌데 이런곳에 혼자라니요?"
"그리고 아무리 보아도 이곳 시골분 같진 않으신데?!!-----------
표정없는 미소를 살짝 지어 보이시며
"네!!~ 다른곳에 살고있는데!!~ 라며 머뭇머뭇 하시다
여름철에만 여기에서 영업을 하고 년중 대부분을 비워두고 있는데,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라 오게 됐다시며
아마도 손님들과 무슨 인연이 닿을려고 그랬던 모양이라며 부끄러운듯 말끝을 흐린다.
그러면서 궁금하다는듯 "손님들께선 이 엄동설한에 어디서 무슨일로 이곳에?" 라고
여전히 경계스런 표정으로 우리 행색을 번갈아 살피자
"아!!~ 발달린 짐승들이 어딘들 못가겠습니까?"
"그저 겨울이 시려워서 시린맘 달래고자 지옥의 도심 한양을 탈출하여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여기서 걸음이 멈추게 된게지요!!~"
"하지만 절대적으로다가 흉악한 사람들은 아니니 안심하시고,
"착한 중생으로 봐주심 고맙겠습니다!!~" 고 말하며 유쾌히 웃어보이며
"괜찮으시다면 막걸리 한잔!?"하고 잔을 들어보이자
"아!!~ 아닙니다" 술을 못하거든요!!"~ 하면서 손을 저으시며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짓는다.
형과 술잔을 가볍게 들어올려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나서 형이 묻는다.
"특별한 날이라시면 어떤?!~" 라고 하자
갑자기 그 환하던 미모의 얼굴에 슬픔을 가득 머금고
손님들 앞에서 왜 이런지, 이래도 되는것인지 모르겠다시며
어디선지 한 두번 쯤은 봤던듯한 낯 익은 얼굴이라
한동네 이웃에 살던 정겨운 오빠분들을 만난것 같은 느낌이라며
그 고운 눈매에 이슬처럼 눈물이 비친다.
눈물을 감춰보려는듯 천정을 향해 한참 시선을 고정하다
조용히 입술을 열며 손님들 께서 용서하시고 허락한다시면
부끄럽지만 가슴에 응어리진 슬픔을 이젠 떨쳐버리고 싶다며
뭔지모를 한을 안으로 삭이시며 긴 한숨을 숨기듯 소리없이 토해낸다.
가슴아픈 말못할 사연인듯 싶어
힘드시다면 굳이 안해도 된다는 만류에
이젠 자신의 내면을 짓누르고있는 가슴아픈 기억으로부터
조금씩 천천히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라며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다면
이제는 몇번이고 라도 마음을 열어 내보일 수 있겠다시며
작심하듯 이야기를 꺼내 놓으신다.
5년 터울진 언니가 있었노라며
딸만 넷중 막내인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아껴주고 챙겨주고 하여
친구처럼 친하고 잘 따르는 바로 위에 언니였는데 이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언니는 춘천으로 직장을 찾아가고 자긴 초등생인지 중학생인지 모를 어느 여름
군부대 유격장에 삼청교육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동네를 긴장시킨 후
마침내 군인들이 장갑차를 앞세우고 학교로 들어가 진을치고
거의 매일매일 닭장차 처럼 생긴 버스가 유격장을 드나들며
죄수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수갑을 채워 실어나르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던 그 살벌한 시절, 어느날 아버지께서 공사장에서 일하시다
손을 많이 다치셔서 병원을 찾아가시는 길에 너무 다급한 나머지
학교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를 찾아가 사정을 보이시자
응급처치와 함께 치료를 받으시고 이후 꽤 몇 일 동안을
매일 통근하듯이 치료를 받으신 끝에 말끔히 나으실 수 있었는데,
그때 그 위생병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가끔씩 자기집 까지 찾아와
치료를 해주시는 동안에 한번은 춘천에서 잠시 다니로 왔었던 언니도
그 광경을 목격한 이후 그로인한 인연이 계기가 되었던지
그해 여름이 끝이나면서 군부대도 철수를 하고
그 기억들이 조금씩 사그러들 무렵, 한번은 언니가 집으로 와서
그 위생병 아저씨한테 편지를 했는데 답장이 왔다면서 그렇게 좋아하며
어찌할바를 몰라 했었단다.
설마설마 하면서 마른침만 삼키고있던 목구녕이
급기야 불이난것 처럼 바짝 마르고 귀가 웅웅거리며 눈앞이 온통 하얗다.
떨리는 손을 뻗어 간신히 물컵을 더듬어 잡고
물을 들이켜 입술을 축이고 물을 흘려 넣는데도
가슴이 떨리고 쿵쾅거리며 숨이 멎을것만 같다.
심장이 터저 발기발기 찢어진것만 같은 통증과 함께
손발에 경련이 일어나듯 부르르 떨린다.
신음소리를 내며 안절부절 못하는 나를 아까부터 유심히 바라보고있던 형이
어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란듯 손을 젓는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며 몰래 인지를 들어 입막음을 해달라고
입술을 막는 시늉을 하고 "저 잠깐만 나갔다 올께요!!~" "이야기중에 죄송합니다!!~"
라고 겨우겨우 말을 마치고 놀라서 어찌할바를 모르는 여인을
손짓으로 안심하시라 이르며 황급히 밖으로 나온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말인가!?
자꾸만 짙어지는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이따금씩 이렇게 이곳을 찾곤했던 이유중 하나가
군대시절 이곳 유격장에서 서로다른 소속의 형을만나
군대시절 흔치않은 추억도 추억이지만
그때 그시절 그 현장에서 원주민 아저씨와 인연이 되면서
먼발치로만 보며 아저씨께서 "참 이쁜 두 따님을 두셨구나!!~" 라고
느꼈던 스치듯한 우연속 인연이 이런 애틋한 그리움으로 기억돼
그 그리움 달래보자고 이렇게 훌쩍 와보곤 했는데
그 그리움 속 한 아이가 이렇게 곱고 단아한 중년의 한 여인이되어
꿈속처럼 그렇게 내앞에 나타나 거짓말 처럼 천연덕 스레히
내 가슴아픈 옛 추억의 이야기를 자신의 일인양 언니의 한을 대변 하려는듯
그렇게 차분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꿈결에 귀신을 만나지 않고서야 어찌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짙은 어둠속 허공을 걷듯이 헛걸음질을 치며 발걸음을 간신히 가누고
계단을 내려 비틀비틀 어둠을 휘저으며 헉헉 막힌 숨을 내 뱉으며
무릎에 손을 짚고 허리를 구부리고 가픈 숨을 고르고있는 내게
형이 황급히 따라오며 "괜찮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가 이게 설마 귀신한테 홀린건 아닐테지?"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수 있는가?" 라며 팔을 끼어잡으며 날 부축해 세운다.
형도 그러한 내 사정 및 내 그리움을 익히 잘 아는터라
정신차리라며 날 진정시키려고 애를쓰고 있음을 느낀다.
"형!!~" 이게 꿈 아닌거 맞지?"
"우리가 귀신한테 홀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일이?~"
"나 아니 우리 여기서 어떻게 해야해?"라고 절박한 심정으로 형을 잡아끈다.
생각이 깊고 신중한 성격인 형인데도 불구하고
딱히 방법을 찾지 못한듯 복잡한 심경을 어둠속에 내비친다.
곧 단호하게 "형!!~ 않돼!!~"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하룻밤 머물고 가는 겨울 낚시꾼일 뿐이여야해!!~" "그쵸?"
아직 이야기도 다 못다들었고 그 언니라는 분 또한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쟎아?!!"
"맞다!!~ 그래!!~" 자네가 티나지않게 표정관리 잘해야 해!!~" 라며
주의를 상기시키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후
떨리는 마음으로 주차장을 지나 계단을 올라서 다시 방으로 되돌아 온다.
방으로 들어서자 안절부절 발을 동동구르며
괜한 이야길 꺼내서 손님들을 불편하게 해드린것 같다며
문을열고 나가려는 여인을 형이 재빠르게 말리시고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라고 달래시며
친구가 얼었던 몸이 풀리며 술까지 들어가니 몸에 갑자기
이상이 생긴것 같다며 이젠 괜찮으니 안심하라시며 여인을 자리에 앉히신다.
나또한 머리를 숙여 "미안합니다!!~" 제가 좀 변변치 못한 구석이 있어서-----------"
이젠 괜찮으니 염려 놓으시고 그 언니 이야기를 더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하자
쑥스런 미소를 지어 보이시며 "민망하게 왜 그러세요?!!~" 라며
그 쯤에서 이야기를 접을 것 처럼 단호한 표정에
타는 가슴을 겨우 진정하며 자연스레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잔 두잔 술이 금방 소주 두병을 다 비우고 나서 막걸리 병에 시선을 보내며
"참 이 막걸리는 혼자라시며 웬것인가요?" 라고 묻자
"아!!~ 이것 참!!~ 자꾸만 이야기가 한곳으로 향하네요!!~" "어떻게하죠?"
"정황상 내 언니 이야길 안할수가 없게됐네요!!~" 라는말에
기다렸다는 듯 다소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괜찮으시다면 들려주십사 청하자
윤기있는 피부에 쌍꺼플진 이쁜 눈을 곱게 내리뜨며
기억을 되살리려는듯 눈을 깜박이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거의 매일을 편지를 써대고 기다리고를 반복하는 일이 일상이 되듯 했단다.
수도없는 그 분의 편지를 책처럼 엮어서 보관하며
틈만나면 순정소설을 탐독하듯이 그렇게 읽고 또 보더라고,
가끔은 종종 자신도 그의 편지를 몰래 훔쳐보기도 했었다며
때론 부러워 하기도 했었단다. 그러는 동안 그 자신도 모르게
그 위생병 아저씨에 관한 관심이 생겨나고 흠모하는 정이 생기더라며
그 아저씨를 언니보다는 자신이 더 앞서봤고 보는 시간또한 훨씬 더 많았었다며
처음 집으로 오셔서 그분을 봤었을때 삼청교육대라는 이미지와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몹시 두렵고 서먹 했었지만
아버지를 치료하시는 손길이 몹시 정성스럽고 진실되게 보여서
차츰 경계심이 풀리며 고맙고 신비롭고 설레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며------------
그렇게 들뜨고 기뻐하는 언니한테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언니만의 행복을
봐 왔었다고, 한동안 주일만 되면 아저씨 면회를 간다며
춘천과 굴지리를 오가는가 싶더니 그때마다 매번 수심가득한 얼굴이 되어서
춘천으로 돌아가곤 하더란다. 하도 안타깝고 이상하여 한번은
"왜 그래? 언니!!~" "그사람 없대?" "면회가 안된대?" 라고 묻자
"아니야!!~ 그냥 바빠서 그러시대!!~"라며 근심 가득한 얼굴로
몹시 힘들어 하는것 같았다면서, 한번은 사촌오빠가
유격장에 방위근무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오빠한테 매달려서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눈물을 쏟아 내며 하소연을 하더란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잠잠한가 싶더니
갑자기 그 아저씨와 결혼을 할거라며 공공연히 자랑삼아
이야기를 하고 다닌적도 있었지만 그런 이후로 차츰차츰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그때부터 좀처럼 예전의 그 행복해 하던 언니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단다.
그렇게 한해 겨울을 넘기고 그럭저럭 언니의 그 사랑은 잊혀져가는가 싶었는데
그해 봄을 넘기면서 "그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꼭 만나서 전해줄것이 있는데-----" 혼자말 처럼 되뇌곤 하더니
여름이 되면서는 수심 가득한 얼굴이 되어 주일이면 굴지리를 배회하기도 하고
때론 방안에 틀어박혀 편지지에 무엇인가를 썼다가 찢고 썼다가 버리고를
몇날 몇일씩, 그러다 보물상자 처럼 애지중지하던 편지 묶음철을 꺼내놓고
읽고 또 읽으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여러날을-----------------------------
남들은 세월이 약이라고들 이야기 하지만 그렇게 몇년이란 세월이 훌쩍지나며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 굴지리에 머물 이유가 없어져
자신은 춘천 큰언니네로 가서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고
언니와 더 가까이 지내며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의 속내를 자연스레 들여다 보고 느끼며 뒤 늦게 알았던 사실이지만
언니는 그때까지 그 기억을 온전히 지우고 사는것 같지는 않더란다.
몇년이 그렇게 지나고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나가게 되면서 그 언니한테로 가서 함께살게 되며 그제사 자세히
그동안 언니의 예전같지 않은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고 맘이 아팠었다고----------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물잔으로 가는 손이 가볍게 떨리며
그여인의 눈언저리가 촉촉히 젖어있음을 본다.
나 또한 가슴에 설움이 복받치듯 울컥하며 치솟는 격한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그여인의 입이 얼른 다시 열려주기를 갈망하며 기다린다.
형 또한 자작한 막걸리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나서 여인을 살피는데
한참만에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여인이 한없이 안쓰럽고
측은하다는 생각에 울컥 진한 서글픔이 가슴을 치밀고 오른다.
둘이서 함께 사는동안 언니도 점점 웃음을 찾아가고
그렇게 2~3년의 세월이 더 흐르고 난 후
큰언니들의 성화에 못이겨 몇차례 선을 보고난 이후에
마침내 언니가 시집을 가고 그럭저럭 수세월을 잘 사는가 싶었단다.
무슨 이유에선지 늦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는 탓을 자신의 책임인양 쉬쉬하는 동안
형부의 극성이 날로 심해지면서 밖으로 나돌며 외도를 일삼다가
마침내 양자를 들여 입적하기로 합의한 후로는
그런 다툼마저도 사그러지는가 싶었는데
그런지 얼마 지나지않아 불행히도 형부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자
곧 그 곳 에서의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지금 이곳의 이 집을 구입한 후
이곳으로 내려와 지금껏 혼자서 청상과부로서의 고독한 삶을 살았었단다.
두 언니와 자신이 기회 있을때 마다 재혼하기를 그렇게 달래고 애원을 했었지만
그때마다 재혼 이야길 꺼내려거든 아예 자기집 걸음일랑 할 생각들을 말라며
좀처럼 들을려하질 않았었단다.
그러는 가운데 세월은 자신을 두 아이의 엄마가 되도록 하였고
남편 시중 아이들 뒷바리지에 점점 발걸음이 뜸하게 되면서
차츰 언니한테서 마음이 멀어지며 생각을 덜하게 되었지만
해마다 여름철이면 이곳에 와서 언니랑 함께 여름을 나곤 했는데 언젠가는
"아야!!~" 너도 옛날옛날 그 위생병아저씨 기억하지?"
"이제라도 그분을 본다면 서로 알아나 볼수 있을까?"
"아마도 좋은사람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지?"
"그분도 나처럼 가끔씩 내 생각 하며 사실까?"라며
혼자말 처럼 묻고는 회한의 미소를 지어보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깔깔깔 웃어대며
"세상에나!!~ "언니!!~" 그 세월이 언젠데?"
"참!!~ 언니는 딱하기도하우!!~"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언니를 붙들고 놔주지를 않는거유~?"
"내 기억하기론"
"언니가 그사람과 단 한번이라도 단둘이 만나서 연애질 해본적도 없었던것 같고",
"막말로 손목이라도 한번 잡고 정을 나눠본적도 없었던것 같은데"
"얼굴을 제대로 뜯어보길했수?"
"다정한 눈길로 정나눔인들 해 보았겠수?"
"어디 그사람 모습 담긴 사진이라도 한장 있거들랑
"나도 한번 봐보게 속시원히 함 내놔나 보시우!!~"
"그저 편지만 오갔던 사람을 무슨 기억, 무슨 미련있다고 그렇게 못잊고 그러우~?"
그 사람이 언니 생각하는 맘이 손톱만큼 만이라도 있었다면
그 오랜 세월동안 왜 아무런 흔적조차도 없었겠느냐며,
바보처럼 그렇게 오랜동안을 속앓이를 해오는 언니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핀잔스럽게 말했지만 언니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떨구며
다소곳이 눈가에 눈물만 찍어 내더란다.
그런 언니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분께선 이렇게 애달픈 언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고 원망스러울 때도 가끔은 있었다며------------------
"아~ 참으로 고통스럽기 이를데가 없다"
슬픔과 설움을 억누르고 몰래 감춰야만 하는 심정이
이렇게 힘들고 큰 고통임을 예전에 알지 못했다.
내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내 눈가에 이렇게 뜨거운 눈물이 고여본적이
실로 몇번이나 있었던가? 함께 펑펑 눈물이라도 쏟아내며
그 인정머리 없는 인사가 바로 여기에 이렇게 와 있노라 고하고
이 여인과 그 여인앞에 납작 엎드려 내 죄를 용서받고
이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손발은 움직일 수가 없고 입술은 얼어 붙은듯 꼼짝을 할수없다.
형 또한 연거퍼 자작한 막걸리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서
여인을 말없이 바라만 보며 돌처럼 굳어진다.
가슴에 설움이 복받치듯 울컥하며 치솟는 격한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그여인의 입이 얼른 다시 열려주기를 노심초사하며 기다린다.
잠시동안 정적이 흐른 뒤 조용히 그 여인의 입술이 다시 움직이며
그렇게 초야를 삶자락 삼고 미친듯 밭농사에 자신을 혹사시켜 가며
여름 한철 민박을 치기도 하고
때론 소리소문 없이 몇일 씩 집을 비우는 시간이 잦아지는가 싶더니
언제였던지 병색이 완연한 초췌한 모습이 되어 돌아온 그해 가을부터
시름시름 자리를 보존하고 앓아누운 끝에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서
3년전 그날 바로 어제, 그 그리움 그 애절함을 오롯이 가슴에 품은채
그렇게 홀연히 한많은 이세상을 훠이훠이 떠나가고 말았다면서
혼자말 처럼 "가엾은 언니~" "불쌍한 내 언니!!~를 부르며 젖은 눈을 훔치고 나서
죄송하게도 손님들 상에 올린 음식들이 대부분 언니 제사를 위한 제수였고
막걸리 또한 제삿상에 올렸던 것이라며 부끄럽고 죄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작년엔 혼자와서 외롭고 쓸쓸히 눈물 쏟아내며 제사를 지내고 다음날 아침
음식을 모두 집 주변에 뿌리고 도망치듯 돌아갔었는데
금년 제사는 고맙게도 뜻하지 않게 손님들이 이렇게 오셔서 음복까지 해 주시니
언니가 흐뭇해 했을거라며 옷 매무새를 만지며 자리를 고쳐 앉고는
비련에 한을품고 눈도 못감고 갈줄로만 알았는데
죽은 언니의 모습은 너무도 평온하고 편안해 보였었다며
자신이 죽거든 시신은 화장하고 유품은 한가지라도 남김없이 모두 불태워서
함께 유격장 주변에 고루 넓게 뿌려달라는 유언이 있어
유품들을 정리하고 보니 그동안 분신처럼 들고다녔던 닳대로 닳은 편지철 한권과
기껏 자신이 입었던 옷가지 몇 뿐이었다며,
옷가지와 편지철을 뒷마당에서 불태우는데 불꽃이 그렇게 활활 타오르며
편지철은 재가되어 하늘 높이까지 날아올라 사라지고 타고남은 옷의 잔해만
유골과 함께 유격장 주변은 물론 지금 이 집 주변까지 고루 뿌려 보내 주었노라며
유품중 노란 서류봉투가 하나 있었지만
그 봉투안에 검정색 부드러운 남성용 가죽장갑 한켤레와
언니가 써 놓은 편지 한통이 동봉돼 있었는데
그것 까지 차마 태워버릴 수가 없어서 지금껏 보관하고 있었지만
내일은 날이 밝는대로 그 마지막 유품마저 불에태워 날려 보내버리고
이젠 언니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벗어나고 싶다며
후련한듯 정말 편안하고 홀가분한 웃음을 지어 보이신다.
통곡이라도 하고싶을 격한 감정을 겨우 누르고 사정하듯 매달리며
"실례지만, 혹시 그 노란색 봉투를 지금 좀 볼수 있을까요?" 라고하자
형께서도 동조하듯 침을 꿀꺽 삼키시며 시선을 여인에게로 보내자
음식상에 빈 그릇을 주섬주섬 챙겨서 두손으로 받쳐들고 일어서시더니
"저를 따라오시겠어요?" 라시며 드르륵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신다.
급하게 눈짓을 보내는 형의 시선을 따라 신발을 꿰신은듯 마는듯
여인의 뒤를 쫓아 황급히 안방으로 들어서자
작고 아담한 방 윗목으로 네모 반듯한 상이 자리를 잡고
그 위에 음식들을 정갈하게 담은 하얀 접시들이 줄지어 섰고
희미한 촛불이 꼬리를 흔들어대며
진한 향 냄새가 폐심장에 스며들며 영혼을 깨우듯 한데
자욱한 연기를 거두며 자그마한 영정사진이 비스듬히 벽에 기댄채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곱고 아름다운 한 여인이 언젠가 함 봤을듯한 낯익은 여인의 얼굴이
다정한 미소 반가운 표정을 짓고 살아서 움직이듯
곱고 하얀 손을 내밀어 날 오란듯 손짓하며 자꾸만 멀리멀리 뒷걸음질을 쳐간다.
손과 발이 굳어버린듯 옴짝달싹 못하고 서서
발악하듯 헛손질을 해대며 여인을 애타게 부른다.
여인이여!!~ 여인이시여!!~ 그대 혼자 어딜가오?
나 이렇게 늦게나마 그대 찾아 예 왔는데
그 잠시를 못 더 있고 어딜 혼자 가려하오?
미안하오!!~ 죄송하오!!~ 정히 혼자 가려거든
내 영혼도 그대품에 함께안고 훠이가소!!~
아픈 미련 있거들랑 그 가슴에 품지말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훠이훠이 두고가소
그대 영혼이 날 부를때면 나 이렇게 다가와서
그대 영혼 머무는곳 물리도록 노닐다가
언젠가는 미련없이 그대 떠난 길 따르리오.
가슴을 쥐어 뜯으며 목청껏 여인을 부르며 애원해 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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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어~이!!~"
"이사람이 왜이러시나?"
"일어나시게!!~ "어여 일어나!!~"
내 몸을 심하게 흔들며 깨우는 다급한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무슨 꿈을 꿨길래 그리 요란스럽게 잠꼬대를 해?" 라시며
앉은채 수건으로 발을 닦으시고는 걱정스레 내 표정을 살피신다.
휘동그라진 눈으로 사방을 살핀 후 겨우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 꿈이었네!!~" "내가 꿈을 꿨었네요!!~"
마치 현실처럼 선명한 기억을 더듬으며
"꿈이 참!!~ 생시처럼 너무 생생하네!!~ 라고 말하며 슬픈 표정을 짓자
형이 궁금하다는듯 "뭔 꿈인데 그래?"라며 웃는다. 그때 문밖에서
"상 좀 받아주시겠어요?" 라는 상냥한 여인의 음성에
소스라치듯 놀라며 벌떡 일어나 문을열고 여인의 모습부터 유심히 살펴본다.
한동안을 그렇게 바라다보고만 서있자 여인께서 민망한듯
"팔이 아픈데요~" "이거 좀 받아주세요!!~"라는 애교섞인 말에
"아~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상을 받아들고 방으로 들어와 상을 내려놓고 나서
상에 올려진 음식 가지들을 의심스러운듯 살피고 있는 나를 찔벅하시며
형께서 "고맙습니다!!~ 아직 식전이시면 함께 식사하시죠?"라고 하자
"아!!~" "예~에!!~ 잠깐만요!!~" 하시며 바삐 안방쪽으로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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