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설은 잠 자리 탓인가 향긋한 고향냄새 때문인가?
서울이면 꿈속일시간 잠에서 깨어 밖을 나오니
청보리 물결 싱그러운 들녘 신선하기 이를데 없고
화장기 없는 맨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더라.
얼마전만 해도 비포장이던 내 마음 속 복송밭 길
콘크리트 포장하고 시멘트 분을 바른 채 길게 누었네.
못자리 판에서 내 뭘 했다고 온 몸뚱이 이리 뻐근한가?
어르신들 입심에 실소했던게 하루도 못가 이게뭔가?
알량한 내 자신이 죄스럽고 부끄럽고----------------
건축자재 창고앞에 모여있는 공사인력
목례를 갖춘 후에 뜀박질을 시작하네.
진 초록 푸른 물결 함께 따라 뜀뛰기를 하고
목을 빼 들고 힐끔거리던 흰색 재색 두루미 한쌍
이내 불안을 못 떨치고 수면을 차고 날아 오르네.
무릅 관절 예전같지 않아 삐그덕 삐그덕대고
땡기듯 하던 다리근육 알이 배긴듯 탱글탱글.
옛날 쌍전붓대 자리 고구마 땅콩이 즐비하던 밭
뚝방길 난간으로 건초더미 줄지어 섯고,
뚝방 아래 기다란 축사에 윤기 반질한 한우 무리들
칸칸이 방차지를 하고 놀란 눈 하고 올려다 보더라.
청보리밭 청초함이 5월을 채색하고
5월신록 초록물감 내 가슴에 방울방울.
주현이를 심부름 보내 막걸리 두병 새우깡 한봉지를
잔 챙겨 가구에 담아 아버지 산소에 성묘하고,
귀염스런 현진이랑 담소하며 돌아오는 길이
마냥 흐뭇하고 사뭇 행복하여라.
새집 짓는 길봉(미안)이네 집 그 윤곽이 멋드러지고
미정이(죄송)네집 담장밖으로 쏟아질듯 얼굴을 내민
만개한 불두화(?)꽃은 그 탐스움이 비할데가 없더라.
어머님 생신일을 너무 무심케 지낸듯 하여
못자리를 둘러보고 오신 형님께 마음 전하니
형님도 동감하며 산에 취나물이나 뜯으러 갈까 하시네.
그것 참 딱이네 싶어 흔쾌하게 맞장구를 치고
처가로 내 달려서 아버님께 여쭙자니,
아버님도 좋다시며 먼저 준비를 서두르시고
부처님 오신날 부처님 전에 불공가시는 어머님과 부인
불공 마치시고 연락하여 만나기를 약속하고,
시장도 보고 선영이도 맞고 읍에가신 형님 기다림에
내 마음은 안절부절 아버님 마음 조바심 치시네.
형님 내외와 선영이가 탄 형님 차의 꽁무니를 따라
아버님과 내 어머니를 동승하고 삼정사를 지나
고산 터널을 벗어나자마자 건너편에 주차하고,
마대푸대 한장을 곰말에 끼워차고
형님 형수님을 쫓아 산으로 들어가니,
형수님 형님은 산속을 훨훨 날고
딸기나무 까시에 바짓가랭를 붙잡힌 난
넓고 휑한 이마에 비지땀만 삐질삐질
도심 생활에 쩔은 가슴 두근두근 방망이질.
조금은 이른감에 취나물순 애기 순,
어쩌다 마주친 고사리 순에 심을 본듯 감격하며
가파르고 험한 산을 촘촘히 뒤져가네.
불공이 끝났다며 길을묻는 각시한테
오는길을 일러주고 산 타기를 십수분,
고산 터널을 산 위로건너 원위치에 복귀하니
주현이 현진이 진아네
어머니랑 각시랑 복례씨랑 모두합이 열 다섯,
불판 하나에 삼겹살이 호들갑이고
또 한 불판에 목살이 수선을 떨고,
아버님께서 챙겨오신 산수주가 입에쩍쩍
터질듯한 볼태기 속 취나물 향이 물씬물씬.
아버님께서 좋아라시고 두 어머님 복례님 즐거우시고
진아네도 행복해 뵈고 형님네도 정답게 뵈고,
주현이 현진이 사랑스럽고 내 아내도 신이나고
끝 맛을 장식한 쭈삼 불고기는 기가막힌 별미더라.
먹거리가 동이나니 배 부르고 맘 부르고
앉은자리 돋자리 걷어 정리하고 청소하고,
부른 배 소화시킬겸 다시 산으로 발길가니
영명하신 산 신령님 그만 탐욕을 버리라 신듯
한 두방울 빗방울을 툭툭 떨구는가 싶더니
마침내 소낙비를 쏟아붓듯 하시더라.
누님께서 조카들과 손주손녀 사위 앞세우고
순천에서 한달음에 친정집에 다다르니
금새 시골 본가는 잔칫 집 처럼 흥이겹고,
수만이가 왔다는 반가운 전갈에 동서까지 불러와서
어렵지않게 한 가족처럼 술상앞에 동석하니
앞앞이 놓인 술잔은 사랑으로 가득하고
서로를 위하는 모두의 가슴은 온정으로 포만터라.
가족 회식을 제안하시는 형님 청을 물리시며
자릴 비우고 일어서시는 누님네를 배웅하고,
형님가족 우리가족 아홉이서 한 차에 올라
돌려앉고 포개앉고 지름 고이게 눌러앉아,
추적추적 내리는 비 와이퍼질로 훔쳐내며
어렵싸리 도착한 곳이 산동 은행나무집이라.
현주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가족에
건강과 안녕의 건배를 들고,
첨 맛보는 흑양탕 진미에 혀끝을 바삐 굴리며
그동안 있었을 혹 모를 소원함들은 툭툭 털어내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빌고
충만한 가족애에 가슴은 뜨거운데,
찌적대는 빗소리에 하릴없는 어둠은
졸린듯 큰 입 벌려 하품만 해 대더라.
흐뭇함으로 가득한 귀한 이 자리에
두 가족이 빠져있다는 현실이 못내 가슴 아프고,
주현이와 현진이한테 이르시는 형님의 덕담을 끝으로
비 젖은 축축한 어둠자락을 휘젓고,
형님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우려를 간신히 누르며
이내 집 마당에 무사히 도착하여
꾸기고 포개진 몸들을 한껏 즐거운 맘 되어 빼내니
본가 마당 하나가득 행복이 넘치더라.
약속을 한적도 눈치를 한것도 아무것도 없었건만
우리 식구들은 쪼르륵하고 처가를 향해 달려간다.
아니나 다를까 수만이랑 경종이랑 이미 술상을 시작했다.
내 시골행에 기껍게 달려와준 고맙고 반가운 그들이 아닌가?
주현이를 불러 앉히고 현진이를 합석케 하여
삶의 경험을 들려주고 그들의 생각을 이야기 하며
각별한 외삼춘 관심을 전 하고 흔치않을 이모부의 사랑을 건네며,
서로의 서로를 향한 투명한 가슴 드러나게 보이고
오가는 정나눔에 술 축나는 줄 모르고
오가는 술잔에 밤새는 줄 모른다.
지동촌 에서의 꿈 같은 또 하루는 이렇게 깊어간다.
2009년 5월2일
석가탄신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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