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내 느낌에서의 첫 눈으로 인하여 청계천 나들이를 취소하고 주중 쌓인 피로를 잠으로 풀어볼까 하여 실컷 이불 속을 나뒹굴다 오후 3시 무렵에서야 눈을 번쩍 뜨고 정신을 차려서 보니 그 새 동네 한바퀴를 돌고난 아내가 웬 잠을 그렇게 자냐며 라면을 먹겠냐는 물음에 OK를 하고 산행준비를 시작한다. 물 한병을 채우고 냉장고 안을살펴 사과 한개 귤 몇 개를 배낭속에 챙겨 담고, 몇 일전 말년휴가차 집에서 쉬고있는 아들녀석을 불러내려 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주현아!!~ 간만에 우리 산에나 함 가볼까?"했더니 별 망서림 없이 "그럴까요?" 라며 흔쾌히 따라나설 채비를 한다. 내심 흐뭇한 맘으로 문을 열고 앞서서 전철역을 향해서 걸으며 만감이 교차함을 느낀다. 그렇게 더디가던 시간이 벌써 2년을 훌쩍 넘었는가 싶다. 초등 4학년때 비만을 우려할 정도로 불어난 체중을 좀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찔찔짜던 녀석을 끌고서 아차산을 오르락 거렸던 때가 어젯일 같건만 중학교를 다니면서 부터 훌쩍 키가 자라며 녀석은 산행을 스스로 멈춰버렸으니 혼자서만 줄 곧 산을 못 벗어나 가끔씩 아들녀석과 대화가 필요 할 시만 산에가자 꼬드겨 부자지간의 허물없는 대화창구로써 삼아 왔건만 지지난 해 군대를 가는 바람에 마냥 아쉬운 추억만 새김질 하며 뜀박질했던 산 길!! "같이가요!!" 소리치며 바쁘게 뒤 따라오는 아들 녀석을 기다려 "우리가 이게 몇년만이냐?"하자 "한 삼년은 지난것 같은데요" 라는 말에 언뜻 고 삼 때부터 시간을 뺏지 않았으니까 얼추 그렇게 된것이 확실한듯 싶다. 그러니 애비맘이 감회가 새롭다 못해 감격인들 않했겠는가?
5호선을 타고 군자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하여 용마산 역에서 하차하여 계단을 오르며, 아들을 향해 묻는다. "생각나냐?" "이 계단을 오르며, 누가먼저 마지막 계단을 밟을까 시합하며 두계단 세계단을 차고 오르던 때를?" 하자 "그럼요!!" "하지만 지금은 좀 아빠가 힘드실걸요!!"라고 말하며 은근히 힘자랑을 한다. "함 해볼까?" 할려다 힘자랑 할 엄두를 못 내 그냥 웃어보이며 계단을 올라 용마산 입구에 다다른다. 신발 끈을 고쳐매고 말없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매번 혼자서 다녔던 길이 오늘따라 참으로 새로운 느낌이다. 희끗희끗 눈을 묻히고 선 산이라선지 거친숨을 몰아 쉬며 꼬리잡고 따르듯이 뒤따르는 아들녀석이 있어선지 산이 그들먹하게 꽉 찬 느낌이다. 숨을 고르며 아들녀석이 입을연다. "그동안 혼자다니시며 외로우셨죠?" "아니다 이젠 혼자서가 더 편해 졌는걸!!" "고생 많았지?" "아니요!! 고생은요?" 군생활 마무리 하며 동료들과의 인연또한 잘 마무리 하고, 특별했던 관계라면 연락처 잊지말고 챙기라는 말로 내 자신의 경험을 들려 주기도 하고, 이제 사회로 돌아오거들랑 군대서의 특별한 경험을 잘 활용하여 더 강하고 더 참된 대학생활과 사회인 되길 당부하기도 하고, 군에있는 동안 저 나름대로의 가족관이나 가치관이나 생활관을 가감없이 들려도 주며 긴 오르막 산길을 거친숨 몰아쉬며 오르고 또 오른다. 산 허리 등성이에 쉬어가는 목조 시설물에서 잠시쉬어 바늘하나 꽂을 수 없는
오밀조밀한 서울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컷하고 부자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셀프로도 한컷 하고, 돌탑을 앞세우고 돌탑을 옆세우고 서로를 번갈아 가며 한컷씩을 담고 다시 정상을 향하여 발길을 옮겨간다. 구름에 가려 형체가 없던 해가 붉디붉은 얼굴을 하고 잠깐동안 얼굴을 디밀자 서녘 하늘이 금방 벌겋게 달아오른다. 용마산
정상 삼각점에 이르러서 물 한병을 꺼내서 번갈아가며 목을 축이고 정상 바로 아래 체력 단련장으로 내려서 기구를 이용해 잠깐동안 몸을 풀고나자 금방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며 밤 그림자가 엄습한다. 아차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하며 아들이 묻는다."아빠!! 지금 우리 부자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엔 어떻게들 뵐까요?" 제 딴엔 장성한 아들을 대동하고 산을 찾은 우리 부자 모습이 쪼끔은 어색했던지, "그야 보는사람들의 그들 상황이나 보는 각도에 따라 조금씩은 다를테지만 사이좋은 부자지간으로 부럽게 봐주는 쪽이 대다수가 아닐까?" 라고 하자 재밌다는듯 "혹 취업못한 찌질이 아들 바람쐬게 해주려고 끌고 나온것 처럼은 안 보일까요? 하며 다시묻는다. "헉!!~ 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너라면 아무리 취업을 못한 아들일지라도 아빠가 산으로 끌어 올린다고 따라서 오겠냐?"라고 했더니 "그렇죠?" 하며 덩달아 소릴내서 웃는다. 어둠이 짙어가는 산길에 부자간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산속으로 흩어져 간다. "아빠는 이러는 네가있어 참 좋다!!~ "저도 아빠같은 분이 저의 아빠라는 사실이 너무 좋습니다!!" "우리 아빠가 돼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러한 느낌이 행복일까 싶어 앞을 살피고 걸으며 슬쩍 손을 뒤로 내 밀자 따뜻한 아들 손이 내 손을 감싸 잡는다. "우리 좀 쉬어갈까?" 하고 어렸을적 자주 쉬어다녔던 평평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길을 틀어 긴고랑쪽 계곡을 향하고 자릴 잡는다. 배낭을 열어 귤을 까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지 누나와 엄마에 관한 얘기를 묻곤 하더니 이젠 지가 더 열심히 잘 할테니 아빠가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단다. 허연 백발에 허리마저 굽으시고 굴곡진 주름살에 거친 삶 힘든 일생을 버티시면서도 이러는 자식들의 따뜻한 위로 한마디에 그동안의 고생과 수고를 삼베적삼 오지랖에 검불 텉듯 하시며 사셨으리라. 내 어머니와 우리 모두의 부모님들 또한,ㅡ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온 삶에대한 감사와 우리 가족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존감에 동감을 하며, 아빤 이제 너와 누나의 미래에 관한 것들이 기대가 되지만 모나고 특출나기 보다는 평범하고 보편적인 것에서 얻어지는 행복또한 소중하더라는 말과 가끔은 어느 한 부분 이해에 정체가 생겨 다툼이 생기곤 하는 아내가 내가 먼저 갈 길 가고나면 혼자서 외톨이처럼 될까봐 그게 조금은 걱정이라는 때이른 염려, 아빠가 젊었을적 할머니께 딱 한번 불효했던 기억이 내내 살아오면서 큰 후회로 남던데, 지금은 잘 하지만 네 누나의 지난 불편함이 살믄서 자기 삶에 약간의 아픈 기억으로 남게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그리고 네 아내와 누나의 남편이라는 새 가족이 생기고 나면 지금의 우리 부자, 모자, 부녀, 모녀간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갈까 하는 궁금함 등 등을 이야기 하는 사이 제법 진한 어둠이 우리 둘의 얼굴을 가리고 선다. 이 산에 우리 두 부자만 남아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오던 길을 잇는다. 대성암 뒤 바위산에 이르러 어둠위에 선명히 드러난 구리,덕소방향의 야경을 아들한테 보이고 대성암 체력 단련장에 내려 마무리 운동을 하며 고요한 절간 마당앞에 가픈 숨을 토해낸다. 깊어가는 어둠이 산에서 우리 둘 마저 밀어내려는 듯 하여 배낭을 챙겨 메고 대성암 마지막 돌계단에 아들을 불러세워 함께 합장하게 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를 올리며, 너 군대가 있는 내내 이 산을 내려 갈적 마다 여기에 이렇게 합장하고 서서 너의 무탈과 안녕을 빌었노라고 하자 금새 아들이 숙연해지며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을 보인다. "아들!!" "여기서 부터 산 아래 마을까지는 뛰어서 하산한다!!" "좋지?" 말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두 부자가 산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2년동안 떨어져 살았던 공백의 시간을 만회라도 해 보려는 듯 뜀박질하는 부자지간의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고요한 산 속 정적을 흔들어 깨운다. 산 아래 아차산 입구 주차장 쯤에 이르자 우리 산행에 참았던 박수라도 보내주는양 함박눈이 펑펑 우리 두 가슴을 두드린다.
이제 정확히 7일 후면 내 사랑하는 아들도 이제 우리 곁으로 돌아오리라!!~
2008년 12월 7일
아들이랑 산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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