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영아!!~
우리가 부녀 지간의 연으로 만나서 그 필연을 잇고 살은지가 벌써 만 스물 다섯해가 되는가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일테지만 결코 간단치 만은 않았던 시간들 임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생각이든다. 이렇게 세월을 한참 비켜서 보니 그렇게 분노하며 애달아 했던 시간들이 참 어처구니 없고 부질없는 순간들이었다 싶은 생각이 드는걸 보면 이젠 아빠 맘에 생채기 처럼 남았던 그 마음의 흔적마저 깨끗이 잊혀지고 지워져 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다행스러움에, 뼈저린 고통을 극복한 자 만이 느낄 수 있을 느긋한 여유와 관대함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쓴 웃음을 짓는다.
언젠가는 떠나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면서도 굳이 가두고 싶어했던 내 자신이나, 일평생 중에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시간이 결코 그다지 길지 않음을 알면서도 애써 벗어나고 싶어했던 너나, 함께 살아온 25년 세월 중에 그 때가 가장 격렬하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천만 다행이다 싶게 호된 홍역을 치르듯 앓고 일어나 이제 한 여자로서 일생 중 가장 아름답고 풋풋한 시기! 심신이 맑고 밝은 한 숙녀로서 건강하고 건전한 인격과 품격을 지닌 한 어엿한 사회인으로 그만큼 성장해준 네가 참으로 고맙고 대견함을 느낀다. 이따금씩 직장일에 힘들어 하는 네 모습을 볼 때면 애써 외면하고 모른체 하고 싶다가도 이내 또 참견하고 한마디 거둘다 보면 돌아서 금새 후회를 하게 되는것을 나 또한 여느 아빠들 처럼 숨길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부정의 한 표현 일거라고 여기며 스스로 그 허망한 조바심을 달래곤 한단다.
언젠가 시골에 선영이가 합석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정환이 문제로 심하게 속상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 우리 가족 품 안으로 한걸음씩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고 있는 정환이를 주의깊게 보아오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우연찮게 정환이와 현진이가 한꺼번에 우리가족 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본의아니게 두 사람을 놓고 비교 저울질 하는 입장이 되었었다. 사람 맘이란 누구나 다 간사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라 하지 않더냐? 아빠 맘 또한 예외가 아니었음을 밝히며 너나 정환이 입장에서 보면 쪼끔은 섭한 느낌도 있었겠지 싶은 생각도 굳이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다만 현진이를 내 딸로 여겼을 때를 가정하며 주현이의 현실과 정환이의 현실을 되짚고 나서 보니 엄마아빠의 마음이 잠시잠깐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에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너무 우리측 상황에만 우쭐해 하며 편협한 이기심에 빠져 있었구나 하는 생각 끝에 너와 주현이 만을 생각 하면서 어떤 한 만남을 인연이라는 가설에 틀을 씌우고 한 사람을 내 가족으로 맞이함에 있어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를 깊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었다. 그리고 내 자신의 마음과 우리 자신의 마음이 우선 그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준비와 마음속에 내어줄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가 하는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첫 호감,집안,인물,직장,능력 등등이 우선 선택에 다소 유 불리가 따르기도 하겠지만 한 사람을 내 사람으로 선택하기에 앞서 그 사람에 관한 모든것,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은것은 물론 애써 감추고 싶어할 허물과 갖추지 못한 단점 까지를 포함한 육신과 영혼을 내것처럼 귀하고 소중하게 품어줄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의 선택에 관한 유,무한의 책임 까지를 서로 기꺼이 감당할 수 있고 감내 할수 있겠는가? 하는 자기 자신의 의지가 너나 정환이나 주현이나 엄마나 아빠나 우선돼야 하지않을까 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말이다.
좋을땐 평생을 함께 할것 처럼 정답던 연인들도 서로의 작은 소홀함이나 실수, 욕심이나 사소한 견해차이 하나 때문에 그동안 쌓은 사랑과 열정따윈 헌 신짝 외면하듯 잊어버리는 허무맹랑한것이 사람 맘인지라 좋을때 너무 넘치게 좋아하지도 말고 미워질 때를 생각 해서 쪼끔은 마음속에 남겨 사랑하고, 살다가 정말 못 봐줄 만큼 싫고 원망스런 순간이 오더래도 한 때는 죽고못살 만큼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니 쪼끔은 덜 미워하는 미덕을 쌓아 사는동안 내내 서로의 가슴에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함께 보듬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빠의 생각을 너와 정환이 한테 함께 묻고 동시에 아빠 자신을 향해 자문하고 있는 것이란다. 엄마 아빠의 삶을 바라보며 때론 여자의 일생을 엄마처럼 살지 않겠노라 호언했던 너였지만 엄마의 현실이 결국 네 것이 되고난 후에는 내 딸 혜영인 어떤 모습일까 라는 생각이 들때면 너에게 더 많은 이야기와 더 많은 지혜를 전해주고 싶은게 엄마 아빠의 솔직한 심정이지만 넌 그러는 우릴 또 잔소리한다 몰아 붙일께 뻔하기 때문에 그냥 지켜 볼 따름이다. 세상살이가 항상 즐겁고 신나는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너도 이젠 이미 알았을 터, 하루 이틀이 아니고 일이 년도 아닌 일생의 남은 평생을 같이 해야할 동반자를 선택함에 있어 무엇이 우선해야 하는가 하는 중대한 시기와 시간 이라는 점을 가슴 깊이 인식하고 정환이를 대하고 정환이를 네 사람으로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좀 더 냉철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좀 더 성숙하고 속 깊게 행동하고 더 아끼고 존중하여 존경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인격과 품격을 소중하게 지켜가는 마음을 먼저 갖추라는 점을 둘 다에게 강조하며 이르는 것이란다. 네 성격과 습성, 자신과 존심, 좋아하고 아끼는 것 등등의 반을 비워서 정환이의 모자라고 부족한 것으로 그 반에 채워 담을 수 있을만큼 애틋함이 생겨날 때 만이 너와 정환이가 비로소 하나 될 수 있음을 항상 새겨두기를 바란다. 부부라 하는 것은 모름지기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어가는 수학 공식 같은 것이라서 둘이라 외롭지 않은 반면에 항상 부디치고 눈치를 살펴야 하니 시끄럽고 불편하고, 서로 섞이지 못하면 결코 존재 할 수 없는 것이 부부의 연 이기에 각자의 반을 덜어서 서로의 부족한 반을 채우며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끊임없는 과정이 곧 부부의 연을 이어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점을 너희 둘에게 정중히 일러주고 싶다.
언젠가 다가올 그날 너를 보내는 내 마음이 애물덩어리 떼어 보내는 시원한 마음이기 보다는 가슴 한편이 시리고 아픈 섭섭하고 애절함이 더 큰 애비 맘이었음 좋겠다. 너를 보내 주면서도 둘을 보는 내 마음이 듬직하고 흐뭇하고 편안한 것이었음 좋겠다. 항상 갖는 맘이지만 네가 하는 일에 열정과 최선을 다하고 네 자신을 가꾸고 지혜를 쌓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며 인격과 품위를 높이고 지키는 일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딸이었음 더욱 좋겠다. 요즘들어 살갑게 다가오는 네가 이쁘다. 농반 진반으로 왕따시키지 말라며 저녁대접 외식자리를 마련하는 네가 사랑스럽다. 너를 왕따시키지 말라고 했더냐?? 네 손가락 열개를 다 한번 씩 돌려가며 함 깨물어 보려므나!!~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더냐? 부모 맘이란 다 그런것 아니겠냐? 왕따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측면도 없잖아 있는것!! 자신의 귀한 딸을 왕따질할 아빠가 어딨을까? 돌이켜 생각하면 항상 미안하고 안쓰럽고 후회스러운게 아빠 맘인걸!!~ 물론 너의 느끼한 이쁜짓 이라는걸 모르는바 아니지만!!~ ㅎㅎㅎ!!~ 각설하고 숙녀로서의 농염함이 묻어나는 스물다섯번째의 생일을 진정으로 축하하고, 사랑과 축복으로 만땅한 오늘!!~ 행복으로 충만한 멋진생일이길 바란다.
2009년 8월1일 00:37
아빠가
'삶의 이야기 > 부자유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비의 눈물 (0) | 2013.01.26 |
---|---|
이젠 널 사랑으로 안을 수 있겠다. (0) | 2010.08.04 |
아들과 함께한 산행 (0) | 2008.12.17 |
1박2일 (0) | 2008.07.23 |
무지 덥고 무지 힘들지만 (0) | 2008.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