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고맙다!!~ 이렇게 빠른 답장이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뎅!! 네게 잔잔한 위로나 격려가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심란한 맘을 자극한것 같아 미안스럽기도 하고ㅡ하지만 그토록 속 깊고 솔직한 마음을 한방에 들여다 본 아빠 마음은 오늘 날씨만큼이나 쌈박하고 투명해진 느낌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이런 내용들의 화제를 대화로 풀려고 했더라면 수 백 번은 더 뒤집어지고 터지고 상처받고 하면서도 결국은 끝도 못내고 돌아 앉았을 일인데, 엄두도 못낼 관문 하나를 아주 가뿐하게 통과 하고난 수험생 같은 마음을 넌 이해하니?
네 마음 네 생각이 그러하다 하니 내 기꺼이 그렇게 이해하마. 그리고 그러한 네 마음 즉 일방적인 고정관념으로 지적하고 훈계하려는 아빠의 고압적인 독선이라 해도 인정하마. 또한 너의 실체를 믿고 인격이나 능력을 인정해 달라는 점도 정식으로 접수하마. 편치않을 네 맘일거라 생각하믄 또다른 이유를 달며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만 단 하나 너의 잊을만 하면 행해지는 외박문제에 진노하며 예민반응하는 아빠맘은 네가 좀 이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 외박으로 인한 어떤 분별없는 일탈의 가능성을 늘어 놓으며 그 때문 이라고 둘러대진 않겠다. 다만 너를 못 믿는다기 보다는 험하고 탈 많은 세상의 탓으로 이유를 설명 한다면 너로서도 긍정 할만한 이유가 충분히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 일이란 자기 능력과 자기 의지에 한계가 있는 것이라 어느 누구라도 장담할 수 없고, 세상 일이란 한치앞을 내다 볼수 없는 것이라서 만에 하나 있을 우려를 염려하고 걱정하게 되는게 부모맘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이유 하나를 더 첨하자면 아빠 딴엔 너 시집 보내는 예식장에서 네 팔 끌어다 붙여 줄 그 어느놈 한테 나름 자랑스럽지는 않더라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아버지 되고 싶은 어쭙잖은 희망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그래도 쪼끔은 귀여운(?)생각이라 이해 해 줄만하지 않겠니?
언젠가 아빠가 우리 그냥 이렇게 더 이상 바라거나 요구하거나 따지지 말고 더도 덜도 말고 이 상태로 덮어두고 시간을 보내 보자고 했던 말 기억 하니? 그 이후로 아빤 그냥 널 있는 그대로 보고 대하며 이해할려고 노력했다. 물론 너의 노력하는 모습도 가상했으니 말이다. 가끔은 밤 늦도록 네 발자욱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가도 네 엄마 휴대폰에 문자 들어온거 확인하고 나면 그러려니 하고 그때야 걱정을 접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것 말고는 널 귀찮게 하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이틀을 새고 들어온 녀석이 온갖 방정맞은 생각으로 조인가슴 겨우 누르고 마주한 자리에서 대뜸 그런 당황스런 이야기를 늘어 놓으며 없는 사람 끄집어내 험담을 해대는 모습이라니 핑계나 탓으로 오해가 될 수 밖에. 이틀을 연락없이 집엘 안 들어왔던 이유가 그런 것이었다고 말하는 네 모습에 맹하지도 않은 녀석이 실수 하나에 발목을 잡혀 저리 허우적 대는가 싶어 화가 나기도 했었다. 그렇다 하여 갑작스럽게 이러한 모습을 들이대는 아빠의 또 다른 마음을 넌 모르리라.
얼마전 결혼 운운하는 네 이야길 언뜻 듣고난 후 머릿속을 천둥번개가 스치고 지나간것 처럼 불꽃이 번쩍이며 뜨거운 생각이 가슴을 치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러고 있다가 이놈 이렇게 정말 시집이라도 훌쩍 가버리고 나면 나 그때가서 혼자 얼마나 아프고 후회가 될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더라. 그러다 보니 더 늦기전에 무엇이라도 시도를 해 봐야만 할것 같은 생각이 들어 요즘 가뜩이나 힘들어 보이는 네게 힘도 좀 보태고 위로도 하고 격려도 할 겸 해서 보냈던 글인데 그전 아빠의 모습에서 한치도 변함없는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네게 비춰진거 같아서 안타깝고 미안하고 가슴만 더 아프다. 더군다나 한 직장에 엄마와 함께있는 불편함과 애로를 감춰가며 애쓰는 네가 애처롭기도 하고, 아무튼 이는 엄마랑 신중히 이야기를 해 보고 좋은 방법을 연구 해 보도록 하자꾸나. 그러는 엄마도 난처하고 속상하고 가슴 아플때가 있다는 것을 너도 잘 아는 만큼 있는 동안 서로한테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직장 일, 원장과의 인과관계는 네가 먼저 꺼내지 않는한 묻지 않으마. 하니 오해로 인하여 불편하고 아직까지 아빠한테 미운생각, 섭섭한 생각이 있거들랑 훌훌 털어내고 원장과의 불편한 관계도 쉬 해소 될수 있기를, 그래서 네 마음이 가볍고 편하고 흐뭇함과 행복감으로 충만하여 지금보다는 한단계 성숙한 딸이 될수 있기를 빈다.
아마도 내가 너만한 나이에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더라면 그래 너보다는 훨씬 더 당황하고 억울해 하고 원망을 키우며 방황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만, 아빤 그렇게 라도 맘써 주시는 아빠가 안 계셨다는 사실이 더 큰 설움이고 더 큰 아픔 이었을것 같은 생각이 듦은 아빠만의 서글픈 청년시절의 추억이라 여기련다. 아빠의 마음이 네게 오해 없이 전해졌음 좋겠다. 솔직한 네 맘을 보여줘서 고맙다 딸!! 너도 멋 부린답시고 옷 얇게 입지말고 그저 겨울엔 등 따신게 우선이라 생각하고 건강에 힘쓰려므나!!~ 오늘 남은 시간 만이라도 가볍고 편안한 맘 되길 바라마----------------------------------------
2008년 1월 17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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