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부자유친

아들아!!~

아들아!!~
간밤엔 겨울의 정체성을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세차게 진눈깨비가 내린가 싶더니 날이 밝고보니 군데군데 잔설이 희끗희끗 하고 제법 찬 기온이 옷깃을 세우게 하는구나. 보내준 소식 잘 받아보았다. 무고하다 하니 고맙고 다행이구나. 항상 네 아픈 허리에 마음이 가 있어 염려스럽긴 하지만 이젠 너 스스로 대처 할수 있는 능력과 전투력 쯤은 체득 했으리라 믿고 걱정을 접는다. 아빠도 그랬다. 그토록 맘을 들뜨게 하고 아름답고 낭만 스럽기만 하던 하얀 눈이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짜증스런 사역이고 애물덩어리 라는 사실을 군대가서 비로소 깨달았단다. 그치만 사역이라 생각하면 정말 짜증스런 노동이 되지만 그것도 군 생활의 지극히 평범한 일과 중의 일부분이라 여기면 그다지 그것도 싫은 일 만은 아니더라만, 매사 맘먹기에 따라 그 본질 마저도 크게 달라 보이는 것 아니겠냐? 지휘관이나 직속 상관이 바뀌게 되면 많은 변화가 따르기 마련이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개개인의 성격과 취향이 다르고, 인생관이나 가치관이나 삶의 철학이 모두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한 인간의 내면을 짧은 시간 동안에 파악 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지. 그 사람의 진심이나 진정성을 이해하기란 더더욱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라, 하지만 진실은 통한다는게 진리이고 보면 그 해답은 결코 멀리에 있다거나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개개인의 경쟁력이나 능력에 따라 그 서열과 직급이 엄존하며 상명 하복이란 원칙 속에 일사 분란한 지휘계통 지휘체계가 추상같지 않으면 존재 할 수 없는 특수한 집단이기에 까라면 까고, 고참이 꼬우면 라면 끓여 먹고서라도 맨발로 튀어 갔어야만 할 곳이 바로 그 곳 아니겠니? 하하하!!~ 우리땐 그랬거든!! 그러면서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고 단련시키며 그 능력을 최대화 시켜가는 곳!! 그래서 멋져 보이고 강해 보이는 것이 아니겠냐 아들아!!??. 내 아들을 믿기에 이제 기우로 시간 낭비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런 아빠의 여유를 느낄 때면 참 많이 변했다 싶다. 그래!! 네 말대로 1년이란 시간이 벌써(?)갔구나. 유수 같다던 세월이 우리 한테만 더디 가는가 싶더니 지나고 보니 벌써를 실감 하겠구나. 그만큼 서로에게 흐르는 시간을 통하여 여유를 나눠가진 셈이 됐나보다. 시간,세월이란 이면에 망각이 함께하고 있어 잊을 수 있어 다행스러움도 있지만 때론 잊기에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픈것도 있으니 세월은 우리 에게 많은 것을 주기도 하지만 앗아가는 것 또한 큰가보구나.(12월15일 오전)
 
아들아!!~
그제 오후엔 유격장에서 같이 근무 했다던 아빠의 군대 친구가 갑자기 들이닥쳐 빨리 차를 타라는 성화에 못이겨 올라 타고보니 홍천에 투망질을 가자 하더구나. 하남시에 그 형의 거래처를 들러 물건을(서울우유) 들여 주고 홍천을 향해 가는 듯 하더니 날씨 때문에 투망질이 불가 할것 같다며 자기 고향인 강원도 고성군 거진으로 바다 낚시를 가자더구나. 엉겁결에 코가 꿰긴 했지만 그 곳을 오가며 잘 하면 틈을 내어 너를 만나 볼 수도 있겠구나 싶어 마음이 한껏 부풀었는데 네가 있는 부대앞을 지나면서는 아쉽게도 시간을 놓치고 말았단다 . 갈때도 늦고 돌아 올때도 밤이 늦어 부대 위병소 앞을 그냥 스치며 돌아 왔단다. 늦은 시간이지만 면회 신청이라도 함 해 볼까 하다가 근무 중이거나 네가 시간을 못 낼 처지면 괜히 마음만 더 아프고 서운 할까봐 그립고 안타까운 마음만 부채질 하면서 돌아 왔단다. 그 형도 널 들어 알고 있는지라 몇번이나 미안하다 하며 꼭 다음엔 시간내서 함 오자고 그나마 아빠 맘을 달래 주더구나. 잠깐동안 얼굴 만이라도 보았음 좋았을 것을!! 지금도 서운함을 지울 수가 없구나. 그러나 그다지 아쉬워 하진 않으련다. 언제든 아들 시간만 허락하면 곧 달려 갈테니 말이다. 하얗게 눈 쌓인 네 부대 주변을 보며 너의 고생을 가히 짐작 할 수 있었다. 목적했던 바다 낚시의 꿈은 형편상 이루지는 못 하였다만 간만에 구경하는 하늘과 바다가 맞 닿은 검푸른 거진 앞바다에 마음을 비울 수 있어 후련했고 일상을 떠나 자유인이 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가벼웠다.

 

 

 
오늘도 잔뜩 흐린 날씨가 곧 눈이라도 쏟아질 듯 하구나. 그 곳 역시  또 폭설이라도 쏟아지는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앞선다. 내무반이 춥다고 하니 감기라도 들을까 염려스럽고, 여기 우리 걱정일랑 추호도 말고 네 몸 건강 관리에 항상 신경쓰도록 하려므나. 정기휴가 전까지 그리움 사무치걸랑 연락하고, 알았    지!!?? 다음달 2일이 퍽이나 새롭게 보이는구나. 거기서 부터는 비로소 네 군대 생활도 이제 절반이 뚝 하고 꺾여져 가리라. 아들아!!~ 더 힘내서 몸과 맘을 가다듬고 업무에 충실하여라!! 긴장 늦추지 말고 건투를 빈다. 아~자!~ 아자!!

 

 

 


2007년 12월 17일 13:45
아빠가 

 

 

 

'삶의 이야기 > 부자유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딴엔  (0) 2008.01.21
부드럽고 너그러운 아빠이고 싶다  (0) 2008.01.19
아버지 어머니께  (0) 2007.12.19
사랑하는 우리 아빠!!  (0) 2007.12.18
이젠 아들의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  (0) 2007.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