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홍천 옛 상륙훈련 교장에서 그리움 덜고

 

그립고 보고싶은 이 들을 향하여 문자를 보낸다.(12:20) 지난 달에 그랬던것 처럼 또 그렇게 매 월례행사 하듯이ㅡ 기다렸다는 듯 답을 보내온 정다운 벗이 있는가 하면 곧바로 반가운 음성으로 안부를 되 물어 주는 선배가 있기도 하며 지인이 있기도 하다. 나만의 이러한 흐뭇한 행사를 통하여 서로의 안부를 교환하고 삶을 격려하기도 하며 때론 위로를 받고 건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전혀 무소식 무 반응인 친구도 태반이다. 그렇다 하여 섭할것도 없으며 무정타 야속해 할건 더더욱 없다. 답을 기대 한다거나 내 자신을 알리며 기억해 주십사 하는 무언의 억지는 더더욱 아니었으니, 그저 혼자만의 내 맘 안에 고운 기억으로 자리한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 만의 그리움을 보낼 뿐이니ㅡ,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하지만 가끔은 일방적인 내 행위로 인하여 부담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열외를 두는 그리운 사람도 아쉽지만 있다.
 
금월 오늘은 "가을과 겨울의 교차로에 흩 뿌려진 은행닢이 참으로 곱고 아름답네요!!~평안한거죠? 라는 메시지를 띄웠는데 곧 바로 반가운 메시지가 들어 오기도 하고 일반 전화벨이 울리는가 싶더니 이어 휴대폰 진동음이 울린다. 휴대폰 액정화면에 불이 켜지고 반가운 이름이 액정에 뜬다.(12:43) 화면을 밀어 올려서 귀 가까이 대자마자 대뜸 울리는 정겹고 편안한 음성 "뭐혀? 홍천 안갈껴?"한다. 주저할 필요가 없다. "몇시쯤?" 하자 "알았쓰 대충하고 갈껴!!~"하고 뚝 끊는다.참으로 얼마나 그리워 했던 사람이었던가! 수 년 동안 인터넷을 찝적거리고 지역 카페에 글을 남겨가며 사람 찾기에 얼마나 애타게 공을 들였는가? 온갖 수단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던 나머지 희미한 기억속의 주소를 이끌어 내어 그 마을 이름을 검색 한 후 마을 회관 전화 번호를 입수한 다음 고마우신 이장님을 통하여 그 그리운 사람의 친구인 연락처를 알아내어 사정을 이야기하고 부탁을 드리고 나서야 가까스로 통화가 이루어졌던 그래서 금방 서로 만나 극적상봉(?)을 할 수 있었던 내 맘 속의 정다운 사람ㅡ, 알고보니 그토록 그리워 했던 그 사람이 먼 곳도 아닌 같은 서울 하늘 아래 그마저도 가까운 이웃 서초에서 제대 후 줄곧 살고 있었다 하니 얼마나 어이없고 씁쓸한 일인가? 처가를(담양)다닐 때 마다 매번 날 생각하고 언젠가 함 들러서 찾아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가슴에 그리움만 키워가고 있었다 하니 세상사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것인가? 세상이 한 없이 넓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좁기도 하고, 그 인연 또한 참으로 묘한것이 아닌가!!?? 
  
벌써 27여년의 세월이 하얗게 묻어나는 푸른 제복의 추억 이라고나 할까!? 11사단 수색대대 본부중대 소속에 복무중에 부대 편제로 인하여 난데없는 굴지리 유격장으로 파견 명을 받고 간 그 곳, 육군 이라면 누구나 군 생활 중에 그 생각 그 이름 만으로도 치가 떨리고 오금이 저리다는 유격훈련 그 유격장에서 교육계 업무를 명 받고 유격장에 보급 업무를 맡고 있었던 그 고참과 유격장 업무를 총괄하고 계셨던 선임 교관님과의 평범치 않은 군 생활에서 끈끈한 전우애와 훈훈한 우정을 나눠 가졌던 굴지리 유격장에 그 예사롭지 않은 추억과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그 선임 고참을 수 세월이 지난 지금 까지도 못잊어 애태우며 그리워 했음이 아닐까 싶다. 군에서의 한 순간 이었지만 그 무뚝뚝함과 그 순수함 그 진정함이 내 마음을 꽉 채워서 잊지못해 했으리라. 이제 다시 만난지 반 년 정도 되어 간듯 하지만 두어번 술자리 끝에 교관님 자제분 결혼 소식을 전해 듣게되어 함께 찾아 뵈며 축하드리게 됐고, 일(간판)로 인하여 두어번 그리고 끝내 지난 늦 여름엔 홍천 상륙교장으로 철렵을 다녀오기도 했으며, 얼마전엔 부부 동반하여 양양,속초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 오기도했다. 그리고 바로 오늘 뜻 밖에 그 전에 다녀왔던 상륙교장으로 투망질을 가자고 한다. 이 스산한 날 둘이서 그 추억이 있는 곳 홍천을 가자는데 뭘 생각하고 뭘 망서리겠는가?

 

14:20분쯤 슬그머니 문을 열고 웃음 띈 반가운 얼굴이 스윽 들어온다. 부부동반 속초를 다녀온 이후라서 그런지 더 허물없는 느낌이 든다. 처음 만났을 때 호칭이 마땅찮아 군대 선임이고 하니 내 부르기 편하게 그냥 "형"이라 부르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라 마음 편한 형처럼 대한다. 커피 한잔을 타서 응접한 후 곧장 형 차에 오른다. 예전엔 살기바빠 그토록 맘에만 두고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을 형을 만나고 나니 이렇게 쉬운 일이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들며 만감이 교차한다. 석촌호수 가로변이 샛 노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하고 갈색과 청색의 천 조각 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널려 있는 듯 어수선한 도로를 빠져 나와 시원 스럽게 88강변 도로를 질주한다. 막혔던 가슴이 뻥 하고 뚫린다. 양평대교를 미끄러 지듯 건너서 6번 도로로 갈아타기를 한다. 지난 주일만 해도 추색이 완연하더니 이젠 이미 가을은 가고 없다. 강변이라 그런지 날씨가 한결 쌀쌀하고 을씨년스럽기 까지 하다. 이미 때는 겨울의 초입이 확실하다. 몇 마디가 오고 간 후 별 말이 없다. 아마 군대시절 행정반에서 둘이 생활을 했었을 때도 그랬던것 같다. 말이 오가며 의사 전달을 했다기 보다는 그저 눈빛이나 서로의 행동에서 서로의 내면을 이해했던것 같다. 아무리 소속이 다르다 할지라도 군대는 계급이 우선하는 집단이라 짠밥수가 중요 하거늘 우린 첨부터 그런 형식이란 아예 생각 밖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년여를 유격장에서 생활 하면서 불편했던 기억은  전혀없다. 아니 서로가 호들갑스럽게 친했던 기억도 전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거듭 될수록 무었이 그리도 자꾸만 그리움을 줬는지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때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저 그냥 좋을 뿐이다. 그냥 앞만보며 운전에 열심인 형이 그렇고, 음악에 흥얼대며 혼자 중얼대는 내가 그렇다. 오빈 교차로에 꼬리물린 차들이 줄을 서 있다. 직진으로 내 달려 조금 지난 곳에서 좌회를 하여 달리다 보니 44번도로 바뀐다. 휴게소(클린턴)에 차를 멈추더니 "소주라도 좀 사서 갈까" 한다. "운전하는 사람이 그래도 돼?" 라고 묻자 "아~ 깨서 오믄 되지!!~란다. "그려 그럼!!"하고 맞장구를 치자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소주 두 병 만을 달랑들고 가잰다. "뭘 좀 더 사야 하는거 아냐?" 라고 묻자 "아~ 됐쓰!!~ 란다. 시동을 켜고(15:00) 출발한지 몇 분이 채 안돼 다시 휴게소(산천)에 차를 멈춘다. 얼른 따라내려 안으로 들어가니 낚시 가게로 향한다. 이것 저것을 고르고 있자니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아주머니 께서 "이런 날씨에 낚시를 하려고요?" 하며 미친사람 쳐다보듯 한다. 씨익 웃으며 계산을 마치고 화장실을 들러 다시 가던길을 신나게 달린다. 둘다 테프에서 흘러 나오는 7080노래에 흥을 돋우며 며느리재 터널을 빠져나와 수 분을 달린 후 홍천IC에서 좌회전을 하여 홍천강을 건너 화계리 교차로로 내려 하이트 교를 건네자 어마어마한 하이트 맥주공장이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섰다.

 

        (강 건너편에서 본 맥주공장 : 옥탑 간판위 피뢰침 주변을 까마귀 떼 인지

                                             비둘기 떼 인지 모를 엄청난 새 떼 들이 맴돌고 있었다.)

 

 


아마 이 공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일년 내내 여기에 총성이 그칠날이 없었으리라. 11사단 실거리 자동화 사격장이 여기에 있었으니(내 기억) 그 사연인들 오죽 했으랴!!?? 시침을 뚝 떼고서 "하이트교"라 이름 붙여진 현대식 교량으로 탈바꿈 하고 있지만 교각 밑의 저 물속을 계절에 아랑곳 없이 높,낮은 포복으로 팔꿈치 무르팍이 다 닳도록 기어서 다녔어야만 맘이 편했으니 무슨 말을 더 하랴!!~. 오른쪽으로 맥주 공장의 외곽 도로를 따라 조금 가자니 그 한 많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상륙훈련 교장이 나타난다. 그러나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려 함인가? 아쉽게도 그 추상같았던 위용과 자태는 오간 곳 없고 폐허의 흔적만 잡초에 가려진 채 한 많은 청춘들의 피 끓는 그때의 함성을 어렴풋하게 기억을 되살려 주고 있을 뿐이다.

 

 

           (저 멀리 보이는 하얀색 구조물이 헬기에 승선하고 헬기서 수중으로 낙하하는

           훈련을 했던 이고,우측 작은 산 너머로 종합적인 상륙 훈련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폐허가 된 그 잔해만 있을 뿐)

 

 

5~6백m를 더 진입 한 후 강을 내려가 물이 없는 쪽에 차를 돌려 세우고(17:00) 투망질 할 채비를 서두른다. "참!!~" 하더니 뒷 좌석에서 포장된 꾸러미를 내려 놓으며 날씨가 추우니까 일단 한잔을 하고 보잔다. "좋쵸!!~하고 소주를 챙겨서 나오니 생굴에 오징어 회를 돌 무더기 위에 펼쳐 놓았다. 아마 사무실에 오면서 가락시장엘 들러 미리 준비를 했던 모양이다. 놀라서 "웬걸 이렇게!!??" 말끝을 맺기 무섭게 종이컵에 하나가득 소주를 채워 나눠 들고 가슴에 불을 지피려는 듯 단숨에 털어 넣는다. 한 병은 다시 싸서 차 안에 두고 장화와 우의가 원피스로  된 방수 옷을 입고 투망을 사려 어깨에 걸쳐 멘 후 성큼성큼 찬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보를 넘쳐 흐르는 아랫 부분에 피래미 들이 몰려 있을거라 예상하고  투망질을 해 보지만 멀리서 보고있는 내 눈에도 피래미 들이 잡혀들것 같지가 않다. 지난 늦 여름에 왔을땐 꽤 많은 고기를 잡아서 다섯이서 매운탕을 끓여 먹고서도 남았었건만 오늘은 눈 먼 놈들이 또 나와 있을것 같지가 않다. 날씨도 그렇고 느낌도 그러하고ㅡ, 하지만 뭐 못잡은다 한들 어떠랴!? 이렇게 만도 충분히 좋은걸!!~ 한참을 던지고 사리고를 반복하더니 200여m건너편 까지 갔다가 돌아 와서는 날씨가 추우니까 물고기의 움직임이 없다며 투망을 개서 넣고 낚시 도구를 꺼내며 대뜸 강을 건너잔다.

 

                                                                     어부

 

 

"어허!!~ 이거 큰일아닌가!!" 자기는 방수옷을 입었으니 별 상관이야 없겠지만 얇은 옷에 여태 떨고 있었거늘 맨발을 하고서 200여m 저 건너편을 가잰다. 자기먼저 몇가지를 챙겨 들더니 성큼성큼 물을 건너간다.하는 수 없이 양말을 벗어 신발 속에 넣고 바지 가랭이를 걷어 허벅지 까지 올리고 엉금엉금 회보를 건넨다. 한 겨울 어름속 처럼 발이 시리고 냉기가 가슴까지 차온다. "허허"하고 웃음이 나온다. 겨우겨우 건너서 자릴 찾아서 가니 이미 두어걸음 간격으로 낚싯대가 드리워져 있고 어둠이 강바닥에 내려 앉는가 싶더니 상현달이 물속에 얼굴을 내민다. 추위를 잊을 욕심으로 남은 소주병을 따서 잔을 채우고 비닐 봉지를 뒤져서 남은 오징어 회와 빵을 안주 삼아 술을 삼킨다. 낚시 바늘에 먹다남은 오징어를 손톱으로 잘라 끼우고 물속으로 던져 넣는다. 내 삶에 일상을 벗어나 이러한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 본적이 언제 있었던가!!?? 낚싯대 드리우고 수면을 마주하며 나를 바라다 볼 기회가 몇번이나 있었던가?? 참으로 평화롭고 편안하고 흐뭇하기가 이를데 없는 귀한 시간이다. 달빛에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형광색 찌가 비로소 한눈에 쏘옥 들어온다.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공장 기계 소음만이 고요와 정적에 휩싸인 초 자연속 전경에 초를 치고,수줍어 한쪽 얼굴을 가린 듯한 상현달이 물속에 잠겨 떠 내려가는 듯 하더니 이내 그 모습은 사라지고, 맥주공장 간판에 불이 켜지며 달빛을 물속에 묶어 놓은듯 훤하게 밝다. 간간이 살아온 이야기며 부부 관계며 아이들 이야기를 묻곤 하지만 결코 길게 이야기가 이어지진 않는다. 한참을 찌에 시선을 두고 재수에 옴이라도 붙었을 놈 들을 기다려 보지만 별 기척은 없다. 자릴 이동해 세금(?)을 �고 온 새에 어느 짐승인지 떡 미끼를 홀라당 물고 가버리고 없다. "허허" 하고 실소를 하더니 "그만 접을까?" 한다. 시간이 벌써 21시를 향해 있다. 서둘러 낚싯대를 접어 챙겨들고 나란히 찬 물속을 다시 건넨다. 물속으로 랜턴을 찬찬이 비추니 고기 떼들이 놀라서 도망치기 들 바쁘다. "어헛!!~ 이놈들이 어딧따 이제 나타났지?" 종종걸음을 치며 얼른 건넨 후 다시 투망질을 하겠단다. "이것 참 물고기 귀신이 씌였대도 정도가 있는 법이지!!~ 원 세상에~" 서둘러 앞질러 가더니 금방 투망을 들고 나선다. 난 너무 춥고 손과 발이 얼어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데도 그 컴컴한 데를 잰 걸음으로 가더니 휙 하고 투망을 뿌린후 잽싸게 거둬서 나온다. 하얗게 배를 보인 피래미들이 투망 속에 번뜩인다. 아마도 이렇게 신나는 순간을 맛 볼 수 있기에 그 애를 쓰면서 이곳을 찾아 다녔지 않았을까 싶다. 형은 제대 후에도 줄 곧 틈만 나면 이곳엘 다녔다고 하니 짐작이 된다.언 손으로 고기를 어망에 주워담고 있는 동안 연이어 서너 투망을 더 하고 나니 어망이 그득하다. "이만함 됐지?" 라고 물으며 투망을 개서 차에 넣고 방수복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으며 차에 시동을 건다.(21:45) 시동소리 힘차고, 두 마음도 넉넉하고 흐뭇하고, 짙은 어둠 속에 밤은 깊어가고ㅡ,

 

10여분을 달리다 "저녁을 먹고가야지?" 하며 어느 청국장 전문가에 주차를 한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청국장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형은 청국장을 난 김치찌개를 주문하고 느긋하게 언 몸을 녹인다. 얼굴을 마주보며 "지금이니까 말 하네요만 아니 글쎄 이런 겨울 날씨에 물고기에 무슨 웬수진 일이 있다고 그 청승을 떨며 투망질이요?" 라고 농담을 건네자 "뭔소리여?" "난 이렇게 라도 안하믄 사는 낙을 모르는 사람이여!~" "한겨울 얼음속 투망질은 못혀?!" 라며 씨익 웃어보인다. "하하하!! 전생이 어부였는갑네!!~" 라고 받으며 "형!~ 우리 다음엔 굴지리 하양강으로 함 가봅시다!!~" 했더니 "아~ 물론이지!!~ "어딘 못가?"라며 처음으로 수선을 떠는듯한 모습을 본다. 서로가 그곳을 향해있는 그리움 같은 것이 동했으리라. 이윽고 차려진 밥상이 허기를 자극하며 식욕을 돋운다. 한 공기를 추가하여 달게 식사를 마치고 셀프커피로 입안을 헹군 후 다시 귀경길을 재촉한다. 배가 부르고 추위가 풀리니 몸이 노곤해진다. "형!~ 힘들지 않아?"라고 묻자 응!~ 쫌 피곤하네!~" "떨어서 그런가?" 한다. "오늘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뭘!?" "나도 좋은걸!!~" 어둠속을 비집고 악을쓰듯 소릴 질러대며 무섭게 질주하는 차 창 밖으로 양평대교의 희미한 모습이 잡히는가 싶더니 이내 한강변을 중심으로 거대한 도심의 불빛이 우릴 삼킨다.테크노마트 앞에 차를 세우고(23:00)"이거좀 가지고 가지?" 하며 두어 그릇을 퍼 담아 비닐 봉지에 담으며 이것 저것을 챙겨 한꾸러미를 내민다. 고맙게 받아들고 "조심해서 가요 형!!~" 하고 인사를 나누고 택시를 잡는다. 한참을 실갱이 한 끝에 겨우 택시에 올라 강변 북로를 거침없이 달려서 집에 도착한다.(23:25)

 

아래층 아우께서 그때야 퇴근을 했는지 문앞에 서서 전화를 하고있다. "쏘주한잔 할려는가?" "올라오셔!"하며 계단을 올라 문을 두드리자 아내가 문을 열며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물고기를 내 보이며 "이놈들 잡으로 갔었어!!~"하니 정색을 한다. 아내는 민물고기 매운탕을 좋아하는 터라 싫지않은 표정이다. 형은 들어갔나 싶어 전화를 걸어보니 아직도 도로상이라며 거의 다 왔다한다. 조심하시라 이르며 밤 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마치자 아래층 아우가 올라왔다. 싸온 꾸러미에서 석화와 오징어를 꺼내서 상에 올린 후 술 한병을 첨해 아우에게 맡겨 주고 나서 물고기 손질을 시작한다. 이 놈들 한텐 참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놈들로 인해서 형과의 귀한 시간을 나누어 가졌다 생각하니 고맙기도 하고 매운탕으로 변신을 해서 아내의 입맛을 돋궈주리라 생각하니 감사하기도 하다. 아내와 아우의 하는 이야기를 등 뒤로 받으며 익숙치 않은 민물 고기 손질에 애를 써 본다. 마음 한쪽 저 아래에서 부터 포근하고 훈훈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세상에 나 있음이 행복하고, 내 맘에 그리움이 있으니 더 행복하고, 그 그리움을 전하여 나눌 수 있음이 더 행복하여라!!~

 

2007년 11월16일          

 

 

 

 

'삶의 이야기 > 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의 강에 또 한해를 묻고  (0) 2007.12.31
친구야!!~ 우리 소시쩍 겨울은!!  (0) 2007.12.11
가을과 겨울의 길목에 서서  (0) 2007.11.15
가을비  (0) 2007.09.19
넌 내가 맞는거니?  (0) 200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