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내 초상(初喪)을 미리서

                   

 

                   

정규가 가고

인균이도 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그들은 그냥 홀연히 갔다.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의

거부할 수조차 없는 필연의 길이지만

그들은 도망치듯 황급히

서둘러 앞서 갔다.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허겁지겁 쉰을 턱걸이 하듯 살고

아슬아슬 겨우 반을 간신히 채우고,

일상에서 출근 하는 것처럼 이 세상을 나서

단 한 번의 멀고도 긴

그 마지막 길을,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처럼

허망이 돌아갔다.

그렇게 기약 없는 먼 길을 가며

가는 저는 얼마나

원통하고 비통하였을까?

남은 우리가 이렇게

애통하고 황망하기만 한데,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남은 자의 하소만 곡을 대신할 뿐,

이렇게 우릴 두고

어찌 눈을 감고

저만의 그 길을

어이 돌아서 갔을꼬!!??

 

 

아직도 회갑잔치까진

긴긴 세월인데~~~~~~~~~~~~~~

살아생전,

그 친구들로 인하여

이렇게 몇 번 모여나 봤던가?

검은 정장에 눈물 찍어 바르는

남은 자들을 위한 연회를 열어놓고,

울라는지? 웃으라는지?

아님 축배라도 들라는지?

정작 그들은 가고 말이 없다.

한번이나 살아있을 때

이래 봤음 참으로 좋았을걸!!~

그렇게 비명에 갈 줄을

꿈엔들 생각이나 했었으랴?

예외 없이 누구나 돌아가야 할 길임에도

우린 너무 외면하며 사는 건 아닐까!!

 

 

남은 자 들의 이 성대한 잔치를

그대들은 보시는가?

취기를 부추기며 돌아가는 술잔 속에

그대 들 추억하며 슬픈 듯 취한 듯,

읊어대는 저 소리들로 일렁이는 술잔을

보시는가? 들리시는가?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아무도 모를 그 멀고도 가까운 길 앞에,

울고 웃고 떠드는 저 소리들이

그대들께도 들리시는가?

 

 

기왕 가야 할 길이었다면

이별 나눌 약간의 시간 정도는

벌어볼 묘안은 없겠던가?

미리서 문자라도 찍어서

먼저 가니 천천히 들 오시게 라는 짬도

잠시 잠깐 못 내겠던가 말 일세?

 

 

그도 저도 아니 된다면

내 초상은 가까운 내일

조금은 기쁘고 들뜬 기분으로

살아생전에 치르려하네!!~

내 어머니께 앞서가게 됐다

정성으로 큰 절 올리며

그 불효를 사죄드리고,

형제 일가친척 분들께도

여차저차 하여 이리 하노라

정중히 인사 고하고,

내 아내와 내 딸과 아들한테도

고맙고 미안하고 행복했다 이르고,

행복해라 당부하고 슬퍼마라 위로하고

내가 좋아 한 사람 싫어 한 사람

나를 좋아 한 사람 싫어 한 사람,

오늘 여기 찾아준 이 친구들을 포함한

절친들 함께 불러서

이 세상 모든 인연으로부터

함께 나눈 사랑과

함께 누린 기쁨과

함께 이어온

우리 모두의 삶과

마지막을 허락한

이 행복에 감사하고,

행여나 모를 서로의 가슴에

원망과 설움과

미움이 남아있다면,

축배의 잔속에

모두 한꺼번에 털어 넣고,

이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을

위하여 건배를 외치며,

내 돌아갈 길 가기 전에

미리서 작별인사 고하니

맘껏 드시고 즐기시고,

못다 나눈 정 일랑은

포장 해서들 가져가시라 하면,

초상집 치곤 쪼끔은

흥미롭지 않을까 싶네만,

오라고 들 하면 와 주기나 들 할까!!??

정신 나간 놈이라

손가락 질 들이나 안할까?

자네들도 그 들처럼

손가락질 할 텐가?

말 해보시게? 답 해보시게?

그럴만하지 않으신가?

 

 

살아 있는 사람들이야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

한동안 안고 살아갈

슬픔과 상처와 허탈은

세월이 묻고 나면

먼지처럼 희미한 흔적만 남을 테니,

아무쪼록

이승서 못 다한 인연

훌훌 털어내시고,

좋은 곳에 가벼운 넋으로

훠이훠이 가셔서,

맑고 고운 영혼으로 극락왕생 하시소!!~

내게도 언젠가 모를 그때가 오면

나도 그 길 따라 훠이훠이 돌아가리!!~

 

 

잘 가시게 친구!!~

뒤돌아보지 말고,

그 것 뿐인 이승의 인연에

미련 또한 두지 말고

고이고이 사푼사푼 잘 가시게!!~

그리고 거기 가서

행여나 혹시 앞서 간 정규를 만나시거든,

잊지 말고 내 마음을

꼭 좀 전해주소!!~

나 살기 바쁘다는 것이 핑계가 되어

정규가 가는 마지막 길을

배웅치 못했노라고

그 것이 못내 죄가 되고 슬픔이 되어

이런 때면 늘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2007613

친구를 보내며(연수동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삶의 이야기 > 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상속의 아침  (0) 2007.06.25
돌아가는 길  (0) 2007.06.18
올 해도 아카시아 꽃이-------------  (0) 2007.05.09
연둣빛 그리움  (0) 2007.05.01
소년의 봄  (0) 2007.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