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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소년의 봄

 

 

 

 

화사한 봄볕에 아지랑이 일렁이면

서산아래 살구쟁에 벚꽃 살구꽃 만발하고,

노란나비 흰나비 봄꽃 찾아 길 떠난 후

넘세밭 일궈 씨 뿌리고 산죽 엮어 후타리 치고,

어미닭 먹이 쪼며 병아리 떼 불러 모으면

뿅뿅뿅 종종걸음에 마냥 신나했던 누렁이,

 

 

장시래 뜰 복송 밭에 복송꽃잎 내밀고

방천길 뚝방 지천에 푸른빛이 감돌면,

삼삼오오 짝지어 쑥 뜯고 쑥구재미 캐고

달룽개 캐서 다듬으며 깔깔대는 소녀가슴

봄바람에 설렌 가슴 울렁대고 두근대고,

 

 

꼴망태 챙겨 메고 내 어머니 분부 받고

짙푸른 보리밭길 흥얼대며 가는 길에,

찔룩 순 뚝 꺾어서 껍질 벳겨 베어 물고

이 잡듯 쪼그려 앉아 삐비 뽑는 소년가슴

공연스레 두근두근 민망한 듯 화끈화끈,

 

 

꽁보리밥 신무시 지에 이른 아침을 때우시고

대소쿠리에 대칼 챙겨 보리밭 가신 우리 어머니,

혼자서 무슨 낙으로 저리 바삐 하셨을까!?

긴긴 보릿 고랑에 독새풀이 무덤무덤

보릿 고랑 사이사이 가상카리가 더미더미라,

종다리 하늘 높이서 내 어머니 말동무 하고

혼자서 쫑알대다 제 풀 겨워 내려앉네.

 

 

날 반기시며 흐뭇해하시던 정 깊으신 내 어머니,

내 작은 꼴망태에 독새풀을 채우시고

어서 가서 공부하라 날 돌려 세우셨네.

망태 메고 논둑길을 삐뚤삐뚤 걷노라면

보릿 고랑도 삐뚤빼뚤 봄바람도 살랑살랑,

 

 

지금쯤 내 고향엔 그 옛날 그 봄 와 있을까!?

검푸른 보리밭엔 정적만이 묻어나고

복송밭길 방천길은 인적 머문 지 오래리라.

팔순을 훨씬 넘기시고도 정정하신 우리 어머니

올 봄도 평안하시고 만수무강 하시옵기를-------

 

 

2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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