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행 겸
퇴근길 서둘러
버스에 몸 싣고,
간간이 퍼붓는
가을비와
벌초 시즌으로 인한
고향 행 정체길
기를 쓰고 달려
반 시간여
지체 도착 후,
(21:35)
46년 지기
의형과 반가이 도킹
그동안 못 나눈
서로의 삶을
애틋이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비빔국수에
이슬이 두 병을
순식간에
해치운 후,
자정에 가까운
짙은 어둠 속
희미한 온갖
추억이 난무한
옛 신작로를
경운기를 타고 가듯,
택시를 불러 타고
기억을 더듬어 가는
모처럼의 여유
그도 잠시,
어슴푸레
윤곽만은 뚜렷한
당산 앞에
성큼 도착
냉큼 문 열고 내려
본가의 창 불빛을
살피며 곧장
골목으로 진입
처가로 들이닥쳐
주무시다
인기척에 잠 깨신
장모님께
문안인사 올리고,
두 처조카의
배웅을 뒤로하며
급히 밖으로 나와
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
그 골목길을 지나
당산 앞 신작로를 건너
울타리 없는
본가 마당에 진입,
도둑고양이처럼
반쯤 열린 현관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와,
참으로
오랜만에
당신의 방
당신께서 누워계시던
그 큰 방으로
살며시 잠입,
당신의 여린 등을
바쳐지지 해 주던
그 전기장판 위에
맨몸으로 등을 대고
살며시 눕습니다.
여독이었던지
술 독이었던지
아님
당신께서 남겨두신
그 온기였던지?
금새 눈 녹듯
노곤함이 사라지고
어둠 속으로부터
새록새록 드러나는
당신과의 추억들을
하나 둘 되살려 내
온 방을 가득 채웁니다.
고향길 다닐 땐
아무리 밤늦게라도
큰방 창문을 가볍게
똑똑똑 세 번을
두두리면 대번
"명하냐" 시며
반가이 일어나셔
현관문을
열어주곤 하시던
나의 어머니 그 음성은
귓전에 아직 생생한데,
당신은 어디를 가시고
그 자리에 이처럼
텅 빈 그 전기장판만
덩그러니 놓인 채
여직 내내
누구를 기다렸는지?
서글프고 야속하기
짝이 없지만,
그때 가신 그 길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길인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그저
이 세상과의
소중한 인연을
주고 가신 그 큰
은혜에 감사하고,
당신께서
못 다하신
그 한과 설움
효성과 지성을
다하지 못한
내 불효의 여한과
미련으로 점철된,
그 아픈 세월의
기억을 줄소환
해내며,
시시때때로 뭉클
불현듯이 울컥
사는 동안 내내
사무칠 그리움에
가슴 시린 밤
잠 못 드는 밤,
길고 긴
한여름 열기에
뒤척이는 밤
몸살 앓는 밤입니다.
2024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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