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공원을
넘나드는
출퇴근 오솔길,
여기저기
부지런한
딱따구리
나무 찍는 소리에
발걸음 흥겨운,
밤새
이곳저곳
팡팡 터트린
생강나무꽃 미소
가슴 찡한 웃음꽃,
초록이 움트는
지천의 덤불 속
가시에 숨겨진
찔레꽃 향기로움,
신선한 이 아침
설레는 새 하루
오늘도 또한,
아련한 어느
고왔던 봄날처럼
상큼한 출발
아름다울
하루 예감!!~
2024년 3월 15일
아름다운 이별
동탄
딸아이 집으로 퇴근,
먼저 도착한 아내와
아들과 합류
저녁 식사 후,(20:30)
시골 처가로 내달려
잠시 눈 붙이고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본가 형님께 인사 여쭙고
급히 성묘를 마치자마자
곧장(09:20)
순천 성가롤로병원으로
직행, 3일째 입원 중이신
아버님의 1일 돌봄을 자청
큰처남과 임무 교대하고
(10:00)
6인 입원실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걸터앉아
반 무의식 상태이신
장인의 용태를 살핀 후,
복부 맛사지를 시작으로
목에서 어깨 어깨에서
팔 다리 순으로 지압과
안마에 집중하며
아버님과 지난 시간을
거슬러 기억을 더듦는다.
가족들 모일 때면
뭘 먹을까를 고민하시며
미식가 못잖으신 미각으로
당일 함께한 가족들 특성에
맞춰 소문난 계절 맛집만을
골라 정하시고,
때 되기 전부터 어서 가자
성화 시던 장인어른께서
근간 설날 전후 무렵부터
예전 같지 않으시게 막상
우릴 앞세워 맛집으로
가긴 하시지만 정작
당신께선 영 음식 드시기를
주저하는가 싶으시더니,
설이 지나고 점점 더
기력이 쇠해지심을 우려
광양에 거주 중인 처제께서
병원에 진료 예약을 거쳐
검진 후 진단을 받은 결과,
누구도
감히 생각해보지 못했던
매우 위급한 상태에 직면한
회복 불가한 말기질환
이라는 진단 소견과 함께,
지금으로서는 집으로 모셔
길잖을 여생을 마음 편히
돌보는 것만이 아버님을 위한
가장 최선의 조치라는
청천벽력 같은 초 극단적
선고 처방에 모든 가족은
한동안 감당하기 힘든
큰 충격에 휩싸인 채 서로
할 말을 잃었었다.
여태 단 한 번 앓아누워보신
역사가 없으신 분인데
이 황망한 현실 앞에
직면하시도록 불편한
기색은 물론 자각증세나
체력약화를 호소해보신
적 또한 단 한 번 없으신
분이셨기에,
어느 누구도 이 엄청난 사실의
본말을 믿을 수 없었으며
더욱이 이 급작스럽고
황망한 사실을 어떻게 감히
당신께는 물론 장모님께도
직접 고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린 무언의 약속처럼
일단 모든 정황을 비밀
유지하기로 의견일치 한 채,
혹시 모를 오진이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정밀 검사 및 최선의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 대형 병원으로의
재진을 요청드려보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이미 잘 알고 계신 것처럼
괜찮다는 말씀만 반복하시며
두 번 다시 병원엔
가지 않겠다 시는 완고한
의지 표명 선언을 하심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5남매 중 가까이에
거주하면서 시간이 다소 좀
자유로운 가족 중심으로
각자 틈을 내 오가며
그저 안절부절 아버님의
용태를 살피기에 노심초사할 뿐,
누구도 뾰족한 대책을
선뜻 내놓지 못한 이러한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애가 타고
아연하며 원망스러울 따름.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라야 이해하고
대책 또한 용이할 것 아니람?
아니 왜?
어쩌시다 장인어른께서
이 지경이 되시도록
장모님도 모르시고 결코 적잖은
식구도 모르고 딸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른 채 이럴 수 있었다니?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
자신의 탓인 양 죄책감만
커가고 한숨만 깊어갈 뿐,
장인어른께서는 나 아주
어렸을 적부터 우리 마을
오직 단 한 분 계시는
국가 공무원 신분으로서
워낙 성품이 온화하시고
성실하셔 오래도록
공직자로서의 사명과
소임을 다 하시다
마침내 한 지역사회의
전반을 책임지시는
면장직을 역임하시다
정년퇴임을 하셨고,
성정이 맑고 정직하신
분이셔서 두터운 신망과
신뢰를 기반으로 정년퇴임
후에도 기초민주주의
꽃이라 말하는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지방자치 의회 의원 선거에
당선되셔 지역사회를
이끌어가시는 존경 받고
영향력 있으신 관내
유지 신분이셨음에도,
같은 마을 가까이 이웃한
서로의 생활 형편이
거울 보듯이 빤히 보이는
차마 비교할 수조차도 없는
궁색한 나의 처지를 속속들이
잘 아시면서도 차별 없이
대해주시고 맘 써주시며
가끔은 지방공무원 채용시험
공고문을 신문에서 오려다
출, 퇴근길에 전해주시고
공부하기를 권하시기도,
제대 후 잠시 마을 이장직을
보게 됐을 때는 꾸준히
잘하면 특채라는 채용의
기회도 있고 하니 열심히
잘해보라 격려해주시기도
하셨던, 당신의 가정은 물론
어려운 이웃과 주변을
세심히 살피시며 도움을
주시고자 늘 애쓰셨던
인품이 곱고 인자하시며
넉넉한 품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그 시대의 키다리 아저씨
같으신 분이셨는데,
어느 날 도망치듯 서울로
떠나오며 늦은 밤 불쑥
찾아뵙고 마치 선전포고처럼
일방적인 나의 무례하고
오만에 가까운 당신의 딸
사랑 고백에 맏사위라는
애중하고 귀중한 자리를,
요청드렸던 대로 묵묵히
지켜봐 주시며 무언의
기다림 끝에 기꺼이 허락
해주셨던, 경애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나의 장인어른께서
이처럼 갑작스럽게 시한부
판정을 받으실 줄이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며
믿고 싶지 않았다.
지지난 주말
집에서 누워계실 때만 해도
배를 문질러드리거나
어깨를 주물러드리면
내 손을 잡아 주시며,
"이제 됐어!!~ 그만하고
가서 좀 쉬어~"
"바쁠 텐데 뭐하러 왔어!!?"
라고 말씀을 걸어주시고
배를 맡겨 주시기도
어깨와 목을 들어 주시며
마음을 주시기도 하셨건만,
이젠 아예 눈까지 꼭 감으시고
아무 반응도 표정도 없으신 채
그저 숨만 깊이 들이쉬고
내쉬실 뿐,
이러한 모습을 대하고 있는
나의 심정이 너무 안타깝고
참담하기 짝이 없을 뿐이며,
부정을 느껴보지 못한
나의 여린 가슴에 묵직한
부정을 채워주시고 너그러이
마음 써주시며 애정스레
지켜봐 주시던 나의 든든하고
위대하신 아버님이셨는데
이처럼 급작스럽고 급속히
저러한 모습이라 시니
허망하기가 이를 데 없다.
어느 누군들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자 어디 있으랴?
그 문턱 앞
그 두려움과 슬픔
고통과 아픔으로부터
괴로움을 표출함은 물론
절절한 원망을 쏟아내며
한탄해봄직도 하시련만
그러심이 어쩌면 당연한
자신의 삶에 대한
미련이고 애착이며
죽음에 대한 강판 부정이며
거부 일 텐데,
모든 것을 다 수용하고
긍정한 듯하신 저 편안함과
의연함과 무표정,
죽음까지도 오롯이 당신께서
감내하실 몫으로 기꺼이
수용하시겠다는 무언의
긍정 표현이 아니시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불가한
당신 모습,
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온 밤을 다 밝혀서라도
아버님께 위안과 평안,
위로와 안정을 드리기 위한
나의 사랑과 공경의 마음을
온전히 다 전하여 드리기엔
턱없이 짧고 부족하지만,
마지막 이별이라 생각하고
나의 정성과 성심을 다하기에는
절호의 기회이며, 아버님과
나에게만 허용된 절체절명의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코에 끼워진 산소호수와,
손가락과 가슴으로 연결된
너절한 심장박동 체크(?)선
등이 불편하고 못마땅하신지
자꾸만 빼서 침대 커버 속으로
감추려는 동작을 반복하시고,
너무 과하게 벌어진 입 안으로
여과 없이 유입되는 건조한
공기로 인하여 입 안이
마르실 것은 물론 지속될 경우
폐렴이 우려스럽기도 하여,
일단 산소호수를 제거하고
주의 깊게 살피다 손가락에
물린 심장 체크 라인도 빼서
침대 난간에 걸쳐둔 채,
최대한 아버님께서 편안할 수
있으시도록 불편 상황을 제거한 후
수건을 적셔와 입 안을 닦고
벌어진 입술을 반쯤 덮어
가려 드리고 호흡 상태나
반응을 유심히 살피며,
목 어깨 팔 손바닥과 대퇴부
종아리를 주무르고 지압하다
배 맛사지를 병행,
이따금
머리를 좌우로 돌리시곤
무엇인가를 애써 보시려는 듯
반복된 반응을 면밀히 체크,
한 시간 반여 쯤 지나자 호흡
상태가 점점 안정되면서
동그랗던 입도 반 이상 오므려
처음보다 확연히 편하고
안정돼 보임이 확실,
혹시
양옆 타 환자분들의 수면
방해를 우려하며 살며시
귀 가까이 대고
"아버님 저예요!!~ 황서방이예요!!"
속삭이듯 의식을 깨워보려는
낮고 부드러운 부름에 갑자기
얼굴을 내 방향으로 휙 돌리시며
무언가 확인하시려는 듯
실눈까지 떠 보이신다.
노환으로 청력이 약화하셔
전화 통화도 힘드셨던 아버님께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나의 음성을
알아봐 주시고 반응해 주심이
얼마나 놀랍고 신비스럽고
기쁘고 다행스러운지,
눈시울이 뜨겁도록 화끈거리며
가슴에 뭉클함이 치밀어 오른다.
귀에 더 가까이 입을 들이대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난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간다.
"아버님 염려하지 마세요!!~
"오늘은 제가
아버님 곁에 있을 겁니다!!~
손을 꽉 쥐여 드리며,
"맘 편히 하세요!!~"
"금방 좋아지시면
곧 집으로 모실 거예요!!"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시며
내 손을 서너 차례 꽉꽉 쥐여주시고
내가 있는 쪽으로 얼굴을 돌리셔
말씀까지 뭐라고 해주시는데,
입이 마르시고 혀가 굳어선지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다.
조급한 맘에
"아버님!!~"
"다시 한번 말씀해 주셔요!!~"
라고 청하면 같은 음성을
몇 번 반복 해주기도 하시고,
우린 그렇게 의사소통을
시작으로 서로를 깊이 인식하며
난 그냥 평범했던 예전처럼,
"뭐하러 왔어? 바쁠 것인디~?"
"이제 가서 좀 쉬어!!~" 라시는
나를 위로해주시는 말씀으로
이해해 들으며,
"아버님 고맙습니다!!~"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천만뜻밖이고 다행스럽게도
공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온 마음을 아낌없이
아버님께 전해드리는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을
아버님과 둘이서 나눔 하는
동안, 날이 밝고 입원실 내
불이 켜지며 칸막이 커튼이
걷힐 때까지 우린 간간이
오가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회진 처치 시간을 빼고는
내내 행복한 소통의 시간을
이어갔다.
이 벅찬 교감의 시간을
이어가는 동안 내원을 극구
거부하셨던 아버님의 속뜻을
다소 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듦과 함께,
죽음에 대한 또 다른 측면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짐과 함께,
죽음을 대하고 계시는 아버님의
의식불명 중에서도 무엇인가
놓치고 싶지 않으시려는
그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귀중한 시간을 제게 주셨음에
더 없는 감사와 행복감을
뼛속 깊이 간직하며,
죽음이 곧
사망, 마지막, 끝, 영별
소멸이라는 극단적 슬픔과
아픔을 의미한 언어 보다
생애 주기 중 종결, 소진, 만료
영면, 귀소라는 정제된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죽음을
다소 좀 긍정적 이성적 측면에서
자연스럽고 너그러울 수 있어
조금은 덜 슬프고 덜 아플
수도 있지 않을까 한 생각으로,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인명재천(人命在天) 등등,
사자성어를 주섬주섬 떠올려
나의 얕은 지식을 끌어다
그 의미에 기대,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받들어,
아버님의 삶에 대한
품격 있는 마무리
아버님의 귀천을 위한
아름다운 이별,
혹시 모를
또 다른 인연의
극락왕생을 위한 하나의
또 다른 축복의 의미로
승화할 수도 있으리라는
나만의 억지 믿음으로,
아버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아버님께서
보이고자 하시는
아버님께서
말씀하고자 하시는
그 아름다운 이별 앞에,
정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나직이
아버님께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전하여 올린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밤새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주 많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맞쥔 손에 힘을 몇 번씩이나
주시며 실눈을 떠 보이신
눈가에 눈물이 고이심을
수건으로 찍어 내며,
"아버님!!~ 괜찮아요!!~"
"내일이면 집으로
퇴원하실 거예요!!~"
"오늘만 참으시면 됩니다!!~"
기대한 것처럼
손에 힘을 꽉꽉 주시며
실눈을 뜨시고
뭐라 말씀을 주시는데,
또한,
"알았어!~"
"밤새 고생했어""~
"바쁜디~ 어서 가봐!!~"
라고 날 위하시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지난밤 처가로부터
장모님 생신 차 가족들 별도
약식 축하 행사(?)에 이어
아침 생신상 나눔을 마치고
10시 전후쯤 처가로부터
서울 귀가를 위해 병원으로 와준
아내와 아들을 잠시
입원실로 불러와,
지난밤처럼
귀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이
"아버님 인숙이예요!!~"
라고 아내 이름을 불러 아뢰며
손을 잡아 드리자 어젯밤처럼
실눈을 떠보시고 손에
힘을 주어 꽉 잡아 주시기도,
뭐라 힘들게 말씀을 해주기도
하시는데, 아내가 격하게 소리 내
흐느끼는 바람에 급히 떼어내 밖으로
내 보낸 후 이어서 아들 손을
잡아서 쥐여 드리고,
"아버님!!~
주현이도 왔어요!!~" 라는
소개에도 역시 뚜렷한 의식
반응을 보이시며 아들 선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셔
의식 표현을 해 주신다.
교대를 위해 급히 달려와 준
처남 수영이 또한 내원을
알리며,
"아버님 수영이예요"
금방 알아보시고 뭐라
말씀을 해주시지만 역시
이해는 듣는 사람의 몫으로
맡겨두기로 하고,
뜻밖의 회복에 놀라워하며
자꾸만 의식 확인을 시도해보는
처남께
밤새 아버님의 용태 변화와
몇 가지 당부 사항을 전달한 후,
아쉬움과 미련은 크지만
그나마 조금은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아직 격한 슬픔을
삭이지 못하는 아내를 부축하여
입원실 복도를 걸어 나오며,
(11:30)
지난밤이 어쩌면 아버님과의
마지막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죽음, 이별, 아니 아버님의 귀천,
천국으로의 소환, 영면을 예견,
남은 시간이 가족 모두에게도
부디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서로의
위로와 감사와 교감의 시간이
되어주기를 기도하는 숙연한 마음으로
병원문을 나온다.
2024년 3월 15일(금)~17일(일)
'삶의 이야기 > 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은 피고, 또 피고 지고 (0) | 2024.03.26 |
---|---|
안녕히 잘 가시 오소서!!~ (0) | 2024.03.26 |
예순일곱 겹 덧대진 나의 봄 앞에서 (0) | 2024.03.15 |
수리산신령님께 축원 올리고, 외당 숙부님 모시고 문안 올리고~, (0) | 2024.03.15 |
천상의 선물 (0) | 2024.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