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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예순일곱 겹 덧대진 나의 봄 앞에서

도심 차도 변
양 옆 가로수는
알고 있으리라.
빌딩 숲
그림자 그늘이
제아무리
길고 높아도
그 본바닥 밑은
이미
봄이라는 것을,

하늘도
알고 있으리.
오는 봄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제아무리 드세고
매서울지라도
잠시 머물다 간
그 자리엔
이미 봄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나 또한
그러함을
익히 잘 알지만,

아득히 먼 어느
긴긴 한겨울 밤,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우리집 방문
문풍지에서는
어쩌면 그토록
길고 오래도록
온 밤을 지새가며
서글픈 자장가를
불러댔었는지?

우수가
지나고 난
지난 엊그제 밤엔
무슨 연유로
그 엄청난 눈 폭탄
세례를 퍼부어
이 세상을 온통
눈꽃 천지로
표백했던 것인지,

그 당시엔
그냥 그런줄로만,
그 속내를
속속들이 다는
알지
못 했을지라도,

어느새 금시
딱 마주한
또 한
봄 앞에서,
이젠 찬찬히
그 이유를
추슬러보고자
지난 나의 온 봄을
들춰 헤아려 보는
예순일곱 겹
덧대진 나의 봄.


2024년 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