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법칙에 준한
한결같은
순리 일테지만,
예순여섯 번 째
마주한 이 가을 앞엔
왠지 모를
이방인 입니다.
이맘때 쯤이면
내면에 솟아 난
설움 덩어리가
습관처럼 어김 없이
배 밖으로 나와,
가을 읊조리는
풀벌레 소리에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 올라,
가을이 온통
핏물이 들 때까지
짓물러지도록
아리고 저리다가,
설움에 겨운
전령사들이
하나 둘 슬며시
뱅 빼 떠나가고,
허무에 넋 잃은
들녘 허수아비마저
논두렁에 스러져
몸져 눕고 나면,
그 설움
내 설움
낙엽과 함께
바람에 헹가래쳐
보내고 하였건만,
마주한 이 가을
저 풀벌레 소리는
예년의 그 애절함
같지 아니하고
인근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처럼 가늘고
여리기만 하니
이방인의 낯빛처럼
낯설기만 합니다.
이 가을 전령군이
코로나에 걸렸든지?
풀벌레 발성기관에
노안이 들었던지?
오가는 세월에
육신은 낡더라도
영혼과 감성만은
온전하기만을
바랐건만,
아~
정녕 어쩌면,
해 마다 이맘때
헹가래쳐 보낸
내 설움 그 설움이
해묵은 채 돌아와,
예순여섯 해의
가을 앞에 맞서
육신도 부식 되고
영혼도 따라 늙고
감성마저도
시름시름
죽어가는가?
2023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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