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가을 발원

긴긴 5일간의

추석연휴 끝,

용마산 능선에

예사롭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조짐이

불어칩니다.

 

스산한 가을 산에

성깔 진 바람과

변심 깊은 하늘에

일그러진 구름,

 

낚시를 핑계로

두 정인을 볼모삼아

밤 장막 짙게 드리운

연천 한탄강줄기,

부엉이울음소리만

간간이 정적을 깨는

달도 별도 숨어

침묵하는 밤,

 

대자연의 숨결에

죽은 듯 동화된 채,

한 친구와 한 전우와

각시를 동반한

신선 지경으로부터,

밤샘하고 돌아온

어젯밤 여운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인데,

 

도심 가을 산에

훼방꾼처럼

점령군처럼,

불안감을 키우는

이 조짐은 무엇입니까?

 

지난,

빼앗기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보상의 변화는

혹여 아닐지라도,

놓치고

깨어진 것에 대한

재 반복의 징후만은

결코 아니기를,

 

미련과 연민

외면과 방관으로부터

속죄와 용서를 허락하는

넉넉하고 아름다운

치유의 가을이기를

발원합니다.

 

 

2020년 10월 4일

'삶의 이야기 > 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붓는 날  (0) 2020.10.17
때 잃은 백일홍  (0) 2020.10.15
추석  (0) 2020.10.12
가을 나그네  (0) 2020.10.12
방망이질  (0) 202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