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를 묵도록
힘껏 사셨는가?
꾀부리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죽지 않을 만큼
안간힘쓰며
가랑이 밑에서
딸랑이 소리가나도록?
이 나이가 되도록
참 히 사셨는가?
눈치 보지 않고
양심 팔지 않으면서,
빨가벗고
이녁의 거울 앞에 서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을 만큼?
진갑이 다 지나도록
후회 없이 사셨는가?
실수하지 않고
미움 사지 않으며
비록
겉은 빛나지 않을지라도
속은 향기 은은하게?
진갑을 훌쩍 넘어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휘청거리지 않고
잘 마칠 수 있겠는가?
정신 줄 꽉 틀어잡고
격 떨어지지 않게
폐 끼치지 않으면서
처량해 뵈지 않도록?
지난 가을 끝
힘없이 이끄는
바람의 뜻대로
홀연히 떠났던
그 고운
단풍잎처럼?
2019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