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우의
북한산 산행 초대에
흔쾌히 동참,
08:45 130번 버스에 올라
약속장소로 향하는 마음이
은근슬쩍 설렌다.
09:30
종암동
국민은행 앞(숭례초교)에서
두 아우와 도킹
반갑고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7211번 버스로 환승,
정릉과 길음동을 지나
꼬불꼬불 노선을 따라서
도심을 달린지 30여분,
마침내
구기동 버스정거장에서
하차하여(10:10)
등산 진입로를 찾아
가파른 골목길을 차고 돌며
보현봉을 향하여
진격을 시작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진격을 시도한지
2시간 반여 만에
암사자봉과 수사자봉을 찍고(12:30)
아슬아슬 위험천만
릿지등반의
짜릿한 스릴을 만끽하며
천신만고 끝에
1차 공략 목표지 보현봉을
접수한다.(13:00)
오르는 내내
산으로 시야가 가려져
답답하던 조망이
일시에 병풍을 걷어내듯,
서울도심은 물론
경기일원 일대가
마치 한 폭 그림처럼
구석구석 거울 속을
한눈에 들여다보듯이
끝없이 드러나 펼쳐졌다.
보현봉을 오르고 나면
환장을 하고 만다는
영구아우의 표현 의미를
격하게 공감하며,
그러한 보현봉의 전망에
홀린 듯 사로잡혀
쉬 돌아서지를 못하다가
문수봉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좀처럼 시선을 거둬오지 못한다.
이 또 무슨 행운인지
우리 셋의 산행을
축복이라도 하려는 듯
전혀 예기치 못한
상고대를 발견하고
그 시린 아름다움에
탄성을 금치 못하며
행여나 놓칠세라 조심조심
폰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청명한 하늘
따사로운 햇볕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만큼
포근한 정오를 훨 지난
이 때늦은 시각에,
무슨 까닭으로,
지난 밤 내린 겨울비를
맨몸으로 머금다가
얼마나 시리고 아렸으면
저리도 하얀 서리꽃을 피운 채,
해가 나도록 눈물을 머금고
저리 시린 아름다움으로
하늘을 향해 석고처럼
굳어져버린 것인지?
보현봉의 기개와
문수봉의 수려함이 어우러져
함께 피워낸
겨울 꽃처럼,
북한산의 기상을
한껏 들쳐 내 폼을
내고 싶었던 것처럼,
그 시린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고
방심한 탓이었을까?
한동안 길을 놓쳐
길 잃은 멧돼지들처럼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급경사지를 한참동안
헤매고 다닌 끝에
힘들게 겨우 길을 되찾은 후,
거의 탈진 직전(14:00)
쨍한 햇볕이 들이치는
한적하고 평탄한 모퉁이에
서둘러 배낭들을 풀어
먹거리들을 꺼내놓고
서로를 먼저 챙기며
허겁지겁 허기를 채운다.
종이컵에 꽉꽉 눌러
장금장금 넘치는 막걸리 잔을
단숨에 쭉 소리가나도록
목구녕 속으로 빨아 넣고,
“크~아~~
바로 이 맛이여!!~“
“이 맛이 내내 그토록
간절히 그리웠던 것을!!~“
우리 셋은 일시에
긴장과 허기와
갈증을 털어내며
뜨거운 우정과
진한 동료애로 두터워진
서로의 가슴 속을
빤히 들여다보며
친밀한 형제애로
또 한 겹을 포갠다.
고향을 떠나
서울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고 깨어져가며
바늘 끝 같은 자리를
맨몸으로 차지하고,
부지깽이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간절함과 끈기로
뿌리를 박고
자신의 터전을 개척하며
오늘을 일궈왔던,
삶의 일부가
안팎으로는 다소
가감경중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설명치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대동소이하게 서로 닮은 삶,
탯자리 에서부터 비롯된
필연의 인연으로
같은 고향을 나눠가진
두 아우와의 오랜 우정,
서울 도심 머잖은 근처를
고향삼아 눌러 살며
가끔씩 안부를 물어주고
이따금씩 만나기도,
그리고 지금처럼
“형님!!~
산에 가요!!~“
라고 불러 줄때면
기꺼이 함께하며
살뜰한 형제애를 이어가는
든든한 두 아우,
금년에는 어쩌다
가을산행까지 기회를 놓치고
그 서운함이 마음에 자리하기
일보 직전,
수 일전
오늘을 약속하고
지루한 기다림 끝에
비로소 이렇게 얼굴마주하며
그 행복을 만끽하는
두 아우와의 산행에서
기쁨과 흐뭇함
상쾌함과 유쾌함을
못내 주체하지 못한다.
막걸리 한 병에
컵라면을 안주 삼고
빵과 커피로
포만감을 얻은 후
서둘러 다시 진격에 돌입한다.
북한산 성벽 외곽을 따라
암릉으로 이어지는
문수봉을 넘어
승가봉으로 돌진하는
산행 경관이
멀리가면 갈수록
두고 온 문수봉과
보현봉의 모습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는듯하고,
거처 갈 사모바위와 비봉자락이
저 멀리 도심과 도시와
겹을 이뤄 어우러지며
병풍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굽이져가는 한강줄기가 끝에서
서해와 만나며 해를 반사함이
비경과 절경이 되어
도저히 그냥은 지나칠 수 없도록
연신 발걸음을 붙든다.
다람쥐 아니 바람처럼
축지법을 쓰듯이
날라서가는 영구아우와,
그 뒤를 잰걸음으로
바짝 쫓는 복영아우의
뒷모습은 자꾸만 멀어지는데,
한동안 용마산 산행이
뜸했던 탓인지
허벅지 근육이 뻐근해지면서
심한 통증과 함께
근육경직이 반복된다.
티를 내지 않고 싶었지만,
세월 앞, 나이 앞에
견뎌날 장사가 어디 있다던가?
진갑의 나이가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예전과 오늘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그 한계를 여실히 경험한다.
두 아우의 염려에
허벅지근육을 주무르며
통증해소 스프레이를 뿌려
긴급처방을 마치고
다시 두 아우의 뒤를 쫓아
수십여 분을 종종걸음을 치다
사모바위 앞에서 딱
발걸음이 얼어붙은 듯 멈춰,
대자연의 위대함에
몸을 낮추고
북한산의 웅장함과
면면의 비경과 절경에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도 잠시
1968년 1,21 간첩단 사태 시,
이곳으로 숨어들었다는
간첩 김신조 일당의
은신지라는 거암 틈새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동안
기우는 해에 쫓겨
발걸음을 급히 재촉,
신라 진흥왕순수비유지에 당도
그 위엄 앞에 근접하여
우뚝 세운 비 옆으로 몸을 낮추고
석양을 바라보며
한 컷 하고나니,
해는 이미 서녘 하늘에
붉은 노을을 뿌리며
하루의 마감을 예고한다.
다급해진 마음이
비봉을 향하여 바삐 달려가지만
엉금엉금 더듬는 발걸음은
점점 더디기만 하다.
반복되는 허벅지 경련으로
가다 서다를 계속하는 동안
어느새 서녘엔
석양빛이 완연하고,
저만치 가까이 향로봉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며
더딘 발걸음에
채찍을 가할 것처럼
어서 오라 다그친다.
숨 가삐 향로봉에 이르자
어둠 속으로 스멀스멀
등산로가 잠기고
자꾸만 뒤쳐진 발걸음이
앞서가는 몸을 따르지 못한다.
해는 지고 마음은 급한데
갈 길은 멀고
허벅지까지 쥐가 나니~~,
분명 오늘
너무 무리했던 탓이리라.
잠시 걸음을 멈춰
물병을 꺼내 목을 축이고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어 안정을 취하며
허벅지를 강하게
마사지하고 나서
발 앞꿈치를 주시하며
발목에 힘을 주고
긴장을 늦춰가며
잔걸음 질로 조금씩
속도를 높여간다.
휘이~ 휘이~
휘파람도 불어가며~
그렇게 얼마를 지났을까!!?
가까이서 들리는
“형님!!~
족두리봉인데 어떡할까요?“
우리가 목표했던
마지막 고지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욕심은 절대 금물!!
“아~
그려!!?“
“지동촌 모임에
시간 늦지 않겠어?“
“아~
그럼 곧장 내려가죠!!?“
“오카이~~”
족두리 봉에
눈도장을 찍고
가차 없이
발걸음을 돌리는데,
이미 어둠이
온 주위를 에워싸고
내딛는 발 앞꿈치 마저
시야에서 흐릿하다.
더한층 가중되는 위험에
급히 플래시를 꺼내들어
발밑을 비춰가며
어둠속 틈새를 비집고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온 신경과 촉을 곤두세운 채,
까마득한 어느 옛날
어느 수색대 요원의
도피 및 탈출 훈련하듯
북한산 탈출을 감행한다.
18시00
“지동촌모임”
연말총회의 약속이 있었음으로
행여나 늦을세라
족두리봉에 미련을 남겨둔 채,
길이란
그 시작처럼
끝도 있기 마련,
어느새 도심으로부터
불빛이 밝아오고
마침내
도심의 혈관처럼
줄 잇는 차량들의
전조등 불빛과
거리를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행렬로 북적대는
서울 도심
불광동 전철역에서
북한산 진격의
발걸음을 멈춘다.
또 하나의 추억 쌓음에
다 같이 만족하고
깊어진 우정과 형제애에
셋 함께 흐뭇하며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음에
더불어
고맙고 감사하고
또한 행복했음을!!~
2019년 1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