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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겨울 명상






어제

북한산 산행에서

무리한 탓이리라.

 

앉고 서기가

불편할 만큼

허벅지 근육의

뻐근함을 못 참고,

술은 술로

풀어야한다는

설을 믿어,

뭉친 근육을

풀어낼 욕심으로

한 달 여 만에

용마산 품으로 돌아온다.

 

등산로 정비공사로

등산로를 차단한다는

플래카드 안내문에

사가정 방향으로 우회,

낙엽이 수북이 쌓인

희미한 등산로를 찾아

더듬더듬 엉금엉금

개척 로를 가던 중,

문득

낙엽 밟히는

바스락거림에

가만히 선채

귀를 쫑긋 세워

주변을 돌아다보다

살며시 배낭을 벗어

휴대용 접이식의자를

꺼내 앉히고 그 곳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앉아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사르르

명상 속으로 빠져든다.

 

도심으로부터의

차량 소음과

간간이 들리는

공사 현장으로부터의

망치치는 소리에

아랑곳없이,

 

갈참나무 잎을

소복이 이불 덮은 채

겨울잠에 드는 듯

용마산의 겨울 모습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발을 옮겨 디딜 때마다

바삭거리던

낙엽소리의 여운이

마치 고향 가을들녘

나락모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처럼 정겹고,

고즈넉한 가을녘

어느 호젓한 호수 변

곱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연애질하는

연인들의 속삭임처럼

감미롭다.

 

어느새

허벅지의 뻐근함을

까맣게 잊고

금새

나로부터 훨훨 벗어나

내면으로부터의

자유를 얻는다.

 

 

20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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