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토/3월)
58년 개띠 생
근우회 개넘들이,
고단한 일상 훌훌 털어내고
백여시마눌들 앞세워,
예순 년여 삶 춘삼월에
회갑여행 제주투어를 떠난다.
한껏 멋 부려 기분 내고
잔뜩 어깨 치켜 개폼잡고,
부산김해 광주 청주
대구 김포 비행장으로부터
부푼 기대와 설렘을 안고
제주공항으로 날아든다.
개넘들(26)간 반가운 인사에
마눌님들(18) 사르르 긴장을 풀고
2대의 광광버스에 나눠 타고 달려
다해정 돔배 정식으로 곡기를 채운 후,
봄바람을 입가심 삼아
가슴까지 상큼이 헹구고
시끌벅적 회포를 나누며
성산포항으로 내달린다.
배 딛고 한 걸음에 훌쩍 건너뛴
우도(牛島)엔 정작 마공(馬公)이 살고
저만치 멀리 우도봉 등대엔
이미 봄이 넘실거린다.
섭지코지 드넓은 초원
노란 유채꽃밭엔
이미 벌써 봄이 한물가고,
짧기만 한 하루해가
제주 밤바다에 슬그머니 잠기고 나니
푸른바다 리조트행사장엔
흥겨운 유흥에 밤새는 줄 모른다.
용환의 재치 넘치는 분위기 주도에
제각각 부부동반 무대 앞으로 불려나와
다정한척(?) 나란히 서 수줍게 인사하고
흥에 취해 못이긴 척
18번지들을 뽑을 적에,
대원이 섹소폰이 음정을 고르고
형배 드럼이 박자를 맞춰
제주 첫날밤 깊어가는 어둠을
한사코 등 떠밀어 밖으로 내친다.
이해불가한 아내의 트집에
미쳐 죽을 만큼 발악을 떨다
격한 감정을 어쩌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와 어둠을 붙든 채,
미친 듯이 해변 로를 따라
하염없이 걸으며 밤을 헤맨다.
25(일)
선물 같은 하루해가
수평선 끝으로부터 시작을 알리고,
한 시간여를 줄곧 달려간
새섬은 정작 사람들의 천국이다.
산책둘레길 모퉁이마다
친구간부부간 오가는 정담으로
하늘 맞닿은 먼 바다 끝에
또 한편의 추억으로 오롯이 쌓인다.
천년의 숲 비자림에서
세월의 향긋함에 취한 채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세월무상을 잠시 잊고,
환갑을 맞은 초라한 노객
자신의 허상과 마주친다.
에코랜드 칙칙폭폭 기차여행길
아련한 추억 속으로 달려가고
아득한 세월 가까운 발치
청춘들 웃음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옛날 같았으면
자리차지하고 나앉을
골골할 개 팔자 인생,
인생 시작은 환갑부터라던가?
횡설수설 승윤의 우스갯소리에
웃음을 참지 못하며,
어제 다 못한 여흥에
불을 살라 보련 듯,
깊어가는 어둠을 흔들어 깨우며
제주의 이틀 밤을 잠 못 들게 한다.
26(화)
어둠이 덜 가신 현무암 해변에
거북손을 따 모으는 마나님들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며,
검은 바다 저 멀리 수평선을 비집고
찬란한 서광과 함께 턱걸이하듯
힘겹게 얼굴을 내민 새 태양을
벅찬 가슴으로 맞이하며
제주의 마지막 하루를 시작한다.
거의 제주 반 바퀴를 내달려
모슬포 항 뱃시간에 겨우 당도,
기다렸다는 듯 뱃머리를 들이미는
21삼영호에 승선,
찬란한 햇살에 반짝이는
검푸른 바다 수면을
날아오를 듯 가르며
가파도를 먼발치로 스쳐지나,
30여분 질주 끝에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마라도 섬에 입항을 알린다.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
고독한 섬, 아름다운 섬
환상의 섬 낭만의 섬,
눈길 가는 곳마다
숨 막히는 평온
발길 머무는 곳마다
두근거리는 설렘
눈으로 붙잡고
가슴으로 기억하고,
영기의 흥겨운 아리랑 타령에
또 하나의 유쾌한
추억을 간직한 채,
짧은 순간 긴 여운으로
마라도여 안녕을 고한다.
석부작 테마공원
발길 눈길 닿는 곳마다
자연의 신비함에 놀라고,
인간의 정성과 조화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산삼주 시음에 불끈 힘 솟아
다음 일정에 박차를 가한다.
항공노선 시간차로 인한
예정된 작별의 시간 앞에
친구들 간 부부들 간 손을 맞잡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행선지를 달리할 서로의 버스에
잘가라 손 흔들며
긴 작별인사를 나눈다.
서로 꼬리를 잇고
꼭 붙어 달리던 버스가
제각각 외로이 질주를 시작한지
수십여 분,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카멜리아힐에서 질주를 멈춘다.
탐방로를 따라서가며
각양각색의 동백꽃 앞에
아내를 손짓해 불러 세우고,
동백꽃 꽃말로
사랑을 전하며
동백꽃 전설의
애절함을 담는다.
버스이동 중에
동백꽃 꽃망울이
어느 처자의
젖꼭지 같다던
병출이 친구의
시적 표현을 상기하고,
동글 통통한 꽃망울
유심히 바라보다
아내의 젖가슴을 쳐다보며
빙긋이 웃는다.
가이드 여행의 필수코스
제주특산품 전시판매장
손에 들린 바구니 바구니마다
감사와 배려의 정으로 가득하고,
가이드의 마지막 안내코스
용두암에 이르러서보니
갈매기분비물로 개칠된 용머리
세월의 풍랑에 못 견뎌 서였는지
용두암 으로서의 기품을 잃고
박쥐암이 되어있더라.
긴 산책로를 따라
골목길을 가로질러
올망졸망 횟감이 즐비한
식당에 자리를 차지하고,
갈치회를 비롯한 신선안주에
전복죽 만찬(?)을 마지막으로
58년 근우회 개넘들의
2박3일 제주투어를 마친다.
미승님의 공항 수속을 끝으로
감사의 작별인사가 오가고,
연착으로 인한 탑승시간 지연에
망중한을 즐긴다.
면세백화점 긴긴 줄서기 끝
담배 가게를 발견하고
면세백화점 최대 인기상품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피로에 지칠 만도 하련만
벗님들과 그 아내들과 내 아내가
섭지코지 유채꽃처럼
싱글벙글 웃음꽃이다.
먼 훗날
내 인생 환갑에
이처럼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이 가물가물
내 영혼이 다할 때까지
이 순간을,
이 순간을 함께한
근우회 개넘들과
저 모두들을 비롯하여,
두고두고 추억하며
내 안에 오래도록
깊이 간직하리라.
근우회 개넘들
제주 회갑여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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