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문틈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이치듯,
시퍼렇게 날선 동장군이
잠시잠깐 주춤하는 사이,
무술년 정월 문틈사이로
거대한 태풍이 소용돌이쳐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득한 물보라 속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운무의 장막 저만치,
회오리치는 물기둥 속
휘몰아치는 폭풍우 넘어
무지갯빛 찬란함이
오로라처럼 점철되고,
광란하듯 솟아오르다
고꾸라지는 파도 저 멀리
고요한 평온과
잔잔한 설렘마저 혼재한,
산다는 것은,
한 걸음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잠시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꽃길보다는
험난한 가시밭길이라는 사실도
이제 알 수 있기에,
진중히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가려고합니다.
냉철한 매의 눈으로
온유함을 잃지 않으며,
물처럼 바람처럼
이름 없는 들풀처럼,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달그락거리는 빈 가슴으로.
2018년 1월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