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주룩 장맛비
산행 길 가로막아,
산벗님(5벗)들 산행 길 돌려
고궁 박물관 입관,
이조 육백년 사
유구한 숨결
눈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담은 후,
서둘러 곡기를 채우기 위한
도심 골목길 찾아 가는 길,
천둥 번개를 동반한
거센 장맛비
도심을 삼킬 듯
내리치는 장대비에,
우산 속 깊숙이
제 한 몸도 못 가린 채
운현궁 처마 밑을 종종걸음 질,
낙원상가 길 지나
인사동 골목까지
빗 사이를 가로지른 끝에,
쫄딱 비 맞은
개 꼬락서니들을 하고
어렵사리 한 곳에
겨우 자리를 잡는다.
제각각 챙기고
준비한 먹 거리와
주문한 메뉴에
두 테이블이 비좁고,
빼곡히 채우고도
자리가 비좁아
포개 앉은 음식에
상다리가 휘청거린다.
그렇게 함께한
훈훈함으로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
그렇게 공감한 우정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려는 진정함에,
한여름 찜통
열기보다 더 찐한
끈끈한 우정이
새록새록 커간다.
한동안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꿉꿉한 장맛비에
뽀송뽀송한 추억 눌러 담고,
8월 포천 모임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눈 후,
산벗님들과 함께한 시간에
흐뭇함을 뒤로하고,
못 다한 산행에 못내 부족한
2% 충족을 찾기 위한
나만의 그 자리를
습관처럼 찾아간다.
줄기찬 장맛비
용마산을 휩쓸고 난 후
진초록 숲 빈틈없이
가득 서린 진 운무,
그 틈새를 비집고 흔드는
빗물 묻은 바람,
제 몫인 양 목청을 돋우는
매미들의 함성,
제 자린 듯 뱅뱅 맴도는
고추잠자리 떼 비행,
외지고 한적한 자리
꼿꼿이 딛고 서
저마다 꽃 피워낸
아름다운 미소,
함초롬히 빗방울 머금은
참나리꽃, 무궁화,
금계국, 개망초꽃 자리
한여름 깊어가는
하늘아래 그 한 곳,
작은 내가 함께 있음이
참으로 좋고 감사하다.
오롯이 볼 수 있음이
고맙고 감사하고
온전히 듣고 느낄 수 있음이
또한 감사하고 행복하다.
깊어가는 한여름
운무 자욱한 산으로부터
맘 편히 돌아가
쉴 곳 있음이 흐뭇하고,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더불어 함께할 수 있음이
더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2017년 7월 23일
(깊어가는 한여름 장맛비 드세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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