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로하신 가녀린 몸이
잔뜩 웅크리신 채,
잠을 못 이루시고
힘겨운 뒤척임을 반복하십니다.
굽고 쪼그린 앙상한 몸에서
신음 같은 숨소리에 가슴을 졸이다,
못내 잠을 못 이루고 일어나
살며시 어둠 속으로 손을 내밀어,
더듬더듬 어깨를 찾아
부드럽게 어루만집니다.
행여나 연약한 옥체에
무리한 힘이라도 주어질까봐,
조심조심 부드러운 손길로
등과 허리를 쓸어내리며,
무릎에서 발바닥으로 천천히
손길을 옮겨가다,
습자지 장처럼 얇은 살갗위에
나무 막대기처럼 불거진
뼈마디 마디를 스칠 때마다,
울컥울컥 복받치는 설움을
겨우겨우 눌러 참는데,
“오늘 하루 내 힘들었을 것인디~
그만 얼른 자라“시는 그 말씀에,
겨우 참았던 눈물을 어쩌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왈칵 쏟으며,
아무말씀도 듣지 못한 것처럼
묵묵히 발바닥을 문질러 드리다
소리 없이 한 손을 빼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훔쳐냅니다.
한때는 당신의 체구보다도 훨씬 큰
찰가리 나뭇동을 머리에 이시고도,
방광리 사랑째 까끄막을
달음박질로 오르내리시던
그 강하고 기운이 넘치시던 당신께서,
이 못난 자식들 위한 일이시라면
천하에 두려울 것 하나 없어,
이 세상과 맨 몸으로 대적하실 만큼
크고 단호하셨던 당신께서,
이토록 애처로운 모습으로
이 밤을 고통스럽게 드새시는
서글픈 모습에서,
불효의 죄스러움과 세월의 야속함에
회한을 금치 못합니다.
부처님 오시기 하루 전 날
만 9순을 살아내신 당신께서,
그 힘들고 고단하셨을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기셔서,
그토록 힘겹고 처량히
가픈 숨을 몰아가시는지?
어린 4남매를 앞세운 청상의 몸으로써,
더 이상 이 세상을 지탱하실
기력을 소진하셨기에
점점 자꾸만 어지럽다 시는지?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먹먹하게 저려옵니다.
고독한 절망으로부터 일궈내신 삶,
험난한 세상으로부터 지켜내신 일생,
한 치의 부끄럼 없는 고고한 인생이셨기에,
작고 가녀린 당신의 몸에서
장하고 위대하신 삶을 기억합니다.
굽고 불거진 당신의 뼈마디마디에서
인고의 눈물과 희생으로 얼룩진,
당신의 숭고한 사랑을 깨닫고
당신의 고귀한 은혜를 간직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른 아침,
겨우 잠들어계시는 당신 몰래
조용조용 밖으로 나와,
삼밭골 언덕서 내려다보고 계시는
무정한 당신의 남편 산소로 향합니다.
이슬이 축축한 산소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당신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52년 긴긴 세월 동안,
당신으로 인한 내 어머니의
외롭고 고단한 삶을
먼 곳에서나마 빠짐없이 잘
지켜봐 오셨나 먼저 여쭙고,
그동안 못 다하신 그 책임을
이제부터 철저히 다 하시라
간절한 부탁을 올립니다.
어린 네 아이들과 서른여덟 청춘을
청상이란 굴레를 씌워 이 세상에
버려두신 채 홀연히 떠나신
당신의 한도 한이시겠지만,
그렇게 이 세상에 남겨진
그 아이들과 그 여인의 인생도
당신께서 안고가신 그 한 만큼이나,
애통하고 황망하고 절박한 것이었음을
어찌 모르신다 할 수 있겠는지요?
당신 떠나버린 세상이었지만
일편단심 당신의 한 아내로,
오직 우리 네 남매만의 홀어머니로써
당신께서 못 다하신 당신의 몫까지,
죽을힘을 다해 살아내시느라
이젠 눈멀고 귀 멀고 이 헐어,
구강마저 부실해지신 나머지
기력마저 쇠하셔서 어지럼증에,
숨 가픈 증상이 더하여 주기적으로 수혈을
받으셔야만 하는 절박한 지경에 직면케 되셨으니,
이 모든 것을 당신의 탓이라 몰아세운대도
변명하실 여지가 없으시리라 전 훤히 잘 압니다.
이 현실을 저희로서도
딱히 대신 해볼 도리가 없음으로,
이제부터라도 당신께서
최소한의 책임과 예의와 도리를
다 해주시라 앞서 가 계신 당신께
당부를 올리는 것이니
거절치 못하시리라 믿습니다.
죽어서도 못 잊으셨을 당신의 그 여인이자,
그 여인을 은혜하고 사모하고 존경하는
그 여인과 그리고 당신의,
두 아들과 두 딸의
간절한 소원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이제 그 여인으로부터
아픔과 불편을 거두게 하소서!!~
부디 이제 당신의 아내로부터
미안함과 서운함을 거두게 하소서!!~
부디 그 가엾고 가련한 분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와 평안을 허락하소서!!~
우리 네 자매의 어머니께서
당신의 세계로 가시는 그 마지막 길이,
너무 지루하지 않으시도록,
행여 두려움 없으시도록,
홀가분히
곱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정결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맺힘 없이 환하게
웃으시면서 가실 수 있도록,
편히 그리고 정중히 모셔 주시기를
당신께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당신께서 먼저 가 계셨으니
그 사정은 더 잘 아실 터,
부디 두 분께서 손 꼭 붙드시고
좋은 곳으로 원 없이 훨훨 잘 가셔서
이승에서 못 다하신 연
천년만년 이어 가소서!!~
5월 신록위에 쏟아지는 햇볕이
축복과 자비의 빛으로 세상을 비춥니다.
아차산 4보루에 초록빛 여울지고
대성암 앞마당엔 축복으로 가득합니다.
거룩하신 부처님의 구원의 손길이
이 세상에 닿는 광영스런 축복의 날,
노환으로 힘겨운 당신을 뒤로하고
나 살자고 기를 쓰고 달려와 생각하니,
못내 서럽고 죄스럽기가 그지없어
그 마음 달래고자 홀연히 나선 걸음,
이내 용마산을 넘어 아차산으로
마침내 발걸음이 대성암 문 밖을 서성입니다.
대웅전이 먼발치에 올려다 보이는
대성암 문전 돌계단 아래,
공손히 합장하고 깊숙이 머리 숙여
당신의 만수무강을 빌고 빕니다만,
현관문에 간신히 기대서신 채
잘 가라 손짓하시던 당신의 그 모습이
마지막 모습처럼 자꾸만 어른거려
깊어가는 근심을 떨치지 못합니다.
2015년 부처님 오신 날
'삶의 이야기 > 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르스의 공포 (0) | 2015.06.08 |
---|---|
5월 늪에서 꼰지발을 서서~~ (0) | 2015.06.02 |
붉은 5월 (0) | 2015.05.19 |
아카시아꽃 향기 속으로 (0) | 2015.05.11 |
내 안의 설움 (0) | 2015.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