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전에 엎드려서
실컷 원망이라도 풀었더라면
아버님 산소에 무릎 꿇고
통곡의 기도라도 올렸더라면,
지체 없이 이어지는 항암 처방전이
이처럼 황망하지만은 않았을 것을,
이토록 막막하지만은 않았으리라.
병원 문을 나온 지 20여일 만에
그나마 겨우겨우 생기를 찾던 녀석이,
항암제 복용 사흘 만에 맥을 못 추고
늦가을 녁 서리를 맞은
코스모스를 닮아간다.
ts-1의 부작용을 가히
짐작은 하였음에도
어쩌지 못할 애틋함에
그저 가슴만 미어지고~~~~
간밤에 겨울 산에 눈꽃을 내리시어
설화가 만발한 은빛 세상을 만드셨나니,
저처럼 곱게곱게 덮어주시옵소서!!~
조상님 부처님 은혜로움으로
아무런 흔적 없이
거짓말처럼 덮어주소서!!~
그러신 연후 없었던 것처럼
깔끔 말끔히 녹아내리게 하셔
빛나는 햇살에 눈물지으며
자취를 감추는 눈꽃처럼,
친척과 친지들로부터 전해오는
사랑과 기도와 염원으로 하여금,
한 점도 남김없이 사라져가게 하소서!!~
한 방울 두 방울 눈꽃 눈물이
바위를 닦아내고 계곡을 씻기듯
ts-1의 항암 약발에
애먼 잔인함일랑 거둬 가시고
암 인자만을 집중 표적 무참히 격멸하여
장마철 천은사 계곡이 휩쓸려 내리듯
거세고 세차게 씻겨가게 하소서!!~
2014년 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