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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단비

 

 

 

식을 줄 모르던 폭염이

애달던 단비에 풀꺾이고

흠뻑 젖은 용마산은

잎새 끝마다 보석이 물렸다.

 

들릴 듯 말듯 스르르 쓰르르

풀벌레 소리 애절하고

빗방울 옥구슬처럼 매달고

밤송이 도토리 알알이 영근다.

 

하늘로부터 성운이 내리 듯

하늘과 계곡이 진무로 맞닿으며

세차게 쏟아진 빗줄기에

피로한 육신이 말끔히 씻기고

풋풋한 숲 냄새 향긋한 솔 내음이

혼탁한 영혼을 해맑게 한다.

 

비 눈물 글썽글썽 맥문동 꽃이

처녀 적 내 아내가 입었던

보랏빛 브라우스처럼

한없이 곱고 아름답고,

더없이 신선하고 신비스럽기만 하다.

 

 

2012년 8월 12일

단비가 내리는 용마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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