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던 폭염이
애달던 단비에 풀꺾이고
흠뻑 젖은 용마산은
잎새 끝마다 보석이 물렸다.
들릴 듯 말듯 스르르 쓰르르
풀벌레 소리 애절하고
빗방울 옥구슬처럼 매달고
밤송이 도토리 알알이 영근다.
하늘로부터 성운이 내리 듯
하늘과 계곡이 진무로 맞닿으며
세차게 쏟아진 빗줄기에
피로한 육신이 말끔히 씻기고
풋풋한 숲 냄새 향긋한 솔 내음이
혼탁한 영혼을 해맑게 한다.
비 눈물 글썽글썽 맥문동 꽃이
처녀 적 내 아내가 입었던
보랏빛 브라우스처럼
한없이 곱고 아름답고,
더없이 신선하고 신비스럽기만 하다.
2012년 8월 12일
단비가 내리는 용마산에서
'삶의 이야기 > 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여름의 침묵 (0) | 2012.08.22 |
---|---|
작은 여유 소박한 행복 (0) | 2012.08.22 |
조금은 이른 귀천(歸天) (0) | 2012.08.11 |
한여름 한가운데 (0) | 2012.07.27 |
아들이 가는 세상 (0) | 2012.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