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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일흔일곱 살의 춘삼월 그 어느 그 날!!~

 

 

 

 

 

겨우내 밀봉되다시피 했던 창을 겨우 밀어제치고

의자 위에 위태롭게 올라서 문풍지를 떼어내고 있는

아내의 손놀림이 무척이나 힘겨워 보인다.

눅눅해진 방 안으로 시원스런 바깥 공기가 몰려들어오며

햇빛과 함께 상큼한 봄기운이 훅하고 코앞을 스친다.

천천히 머리를 움직여 바깥으로 시선을 옮기자

기다렸다는 듯 파란 하늘이 속살을 훤히 드러내놓고

하얀 솜털을 풀어 헤쳐 가며 몸치장을 하다가

부끄러운 듯 흠칫하고는 이내 푸른 미소를 짓는다.

텃밭 먼발치 목련꽃망울엔 어느새 새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내 가슴처럼 움츠러들었던 겨울 나뭇가지엔 물오름이 시작된 듯

생동감이 넘쳐난다.

 

 

그렇다.

난 이렇게 또 한 겨울이 봄을 향해 가는

세월의 길목에 누워있다.

희미해져가는 기억력을 겨우 틀어잡은 채 아슬아슬

꽃피고 새우는 희망의 춘삼월을 맞이한 셈이다.

고열과 두통으로 몸이 쳐지고 지속되는 혼몽한 시간 속에 잠길 때면

그 날 이리라!!~

이젠 정녕 그 날 이리라!!~를 매번 예감하며

그 날을 기다리고 줄곧 떠날 준비를 했었다.

 

 

이 세상에 초대받은 모든 이 들이

허락된 동안 내내 삶의 바다를 헤엄쳐 가는 동안

누구나 예외 없이 돌아가야 할 길목 앞에 맞닥트리면

아무도 되돌릴 수 없는 정해진 길을 떠나야만 하는 운명을 지녔기에

누구를 붙들고 하소연할 수도, 어느 것을 틀어잡고

억울함을 토로 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의 생사가 아니던가?

 

내 나이 다섯 살에 내 아버지 홀연히 그 길 가시고

내 어머니 또한 내 아버지 못 다하신 몫까지 구순을 다 하신 후

그 날 그렇게 또 그 길 가시고

형제들도 앞 다퉈 그 길을 갔으며

친구들도 하나 둘 그 길을 갔거나 기다리거나

예고 없이 불현듯 작별인사도 못하고 홀연히 가기도 하고

예견을 목전에 둔 그 길 앞에서 슬픔과 한숨이 얼룩지기도 한다.

 

막바지 겨울이 맹위를 떨치고

세찬 눈보라가 소나무 끝을 스치며 휘파람을 불어대던 날

두통을 동반한 현기증으로 자리를 보존하고 눕게 된지 두 달여

서서히 짜증이 가중되기도 하련만 청소하는 동안 내내

옛 노래를 흥얼거리며 분주히 방안을 들랑날랑 하면서도

매번 나를 향해 빠짐없이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아내가

한없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다복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곱게 자라 꽃다운 스물두 살 그 청순한 나이에

같은 마을 비교도 못할 만큼 가난하고 부족함 많은 나에게 이끌려

집 떠나 훌쩍 서울로 달려와 오직 나 하나만을 믿고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헌신해 줬던 심성 고운 아내

아무리 사랑에 눈이 먼 것이라지만,

무작정 상경한 빈 몸뚱이 무일푼을 기꺼이 반려삼아

험난한 이 세상 이 현실을 살아내기가 얼마나 고단하고 힘 들었을까만,

한 남자의 아내와 두 아이의 엄마와 한 가정의 주부로써

조금도 소홀함 부족함 없이 억척스럽도록 오늘을 일구어준 고맙고 사랑스런 아내,

그 복스럽도록 통통하고 기름진 피부, 곱고 탱탱하기만 했던 살결은 윤기를 잃고

깊게 패인 주름진 얼굴에 목주름이 주름주름 칠순을 지나버린 노파로 둔갑을 하고

헐렁한 쉐터 차림으로 꾸부정 허리를 구부린 채

연신 집 안팎을 들랑거리며 내 침대 주변을 맴돈다.

그러한 아내를 바라볼 때면,

때론 견딜 수 없는 죄책감으로 뜨거운 눈물을 몰래 쏟아내기도 하고

가끔은 한없는 미안함으로 아내를 불러 보듬고 등을 토닥이기도 했다.

이따금 청소에 여념 없는 아내를 가까이 불러

거친 손을 어루만지며

 

 

“이 못난 인사를 만나서 당신이 일평생 너무 고생을 하네!!”

“내야 당신을 만나 입때껏 불편 없이 호강을 누리며 살았지만,

“이 내 호강이 당신한테는 큰 죄가 되고 말았네!!~”

“정말 미안하고 고맙시!!~ 진정 감사하고 행복했네!!~”

“당신을 만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고,

“당신은 내 모든 것 중 항상 으뜸이었네!!~”

 

 

가느다란 목소리로 가만가만 또박또박 말을 이어 갈 때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선채로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디 서럽게 눈물을 쏟아 내던 아내가

언젠가 부터는 제법 담담한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안으며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

 

 

“당신을 차지 못 하였더라면 난 아마 평생을 후회했을 걸요!!~”

“당신을 선택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고,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늘 행복 했었네요~”

“내 일생을 빛내주는 이가 당신이었어요!!~

“내 인생을 일깨워 주는 이도 사랑하는 당신이었구요~”

“그러니 이제 그런 생각은 잊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세요!!~”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가슴으로 전해져 오며

의도한 대로 그 날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아내한테도

차츰 일깨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움과 함께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어제 밤늦게 몰려온 딸과 아들 내외 가족들로

적막하기만 하던 펜션 안팎이 시끌벅적하다.

듬직한 사위와 믿음직한 아들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훤칠하게 커버린

손자 두 녀석을 이끌고 텃밭으로 나가고

딸아이와 함께 예쁘고 참한 며늘아기가 주방에서 설거지에 바쁜데

두 예쁜 손녀들이 내 침대 곁에 찰싹 붙어 팔과 다리를 주물러대며

휑 열린 문 밖으로 힐끔힐끔 저희 엄마들 눈치를 살피고는

자기네 엄마아빠의 흉 들춰내기에 신들이 났다.

그러는 멀찌감치 의자에 앉아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는 아내의 얼굴에

연신 흐뭇함이 묻어나고,

곧 이어 며늘아기가 생글생글 웃음 띤 얼굴로 찻잔을 받쳐 들고 오며

곧 딸아이와 아내까지 침대 주변으로 몰려들자

손녀들이 놀란 듯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을 가고 방 안에 금방

커피향이 가득해지며 오붓한 분위기로 차분히 가라앉는다.

예쁜 눈에 잔뜩 미소를 머금고 다가서는 며늘아기와

뒤를 따라 밝게 웃으며

 

 

“괜찮아요 아빠?”

“기분은?”

 

 

딸아이의 명랑 쾌활한 인사를 웃음으로 받으며

손을 내밀어 딸아이와 며늘아기의 손에 번갈아 가며 악수를 나눈 후

아내와 셋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잠시 회상에 잠긴다.

 

 

20여 년 전,

딸아이의 출가에 이어 곧 아들의 혼례식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내와 함께 오래 전부터 꿈꾸며 준비해 오던 전원생활을 위해

도심생활을 정리하고 기다렸던 것처럼 이곳으로 들어왔다.

틈만 나면 아이들이 사는 곳으로 부터 한 시간이면 족히 올 수 있을 거리에

펜션, 민박 치며 전원생활 할 만한 곳을 물색하며 찾아다니다

어렵사리 이곳을 정하고 3년여 동안을 아내와 쫓아다니며 공을 들인 끝에

헤아릴 수 없는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감내하고 나서야

비로소 간신이 오늘을 이뤄낼 수 있었다.

주말, 주일 ,공휴일이면 언제나처럼 아이들이 달려와 일손을 거들며

다지고 짓고 고치고 바르는 공사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동안

제법 그럴싸한 펜션 형태의 윤곽이 잡혀갔고,

날 새기가 무섭게 산으로 밭으로 들쑤시고 나다니는 세월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공생 공존하는 이치를 조금씩 깨달아 갔으며

열심히 뿌리고 가꾸는 그 만큼 소득이 주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체험하면서

괜한 욕심과 쓸데없는 걱정으로 부터 벗어나

느긋한 기다림에서 오는 경이로움과

달그락거리는 텅 빈 가슴에 작고 소박한 속삭임 하나가

얼마나 마음을 설레고 기쁘게 하는지 경험하며

진정한 부부애를 다지고 가족 ,친지, 친구, 이웃들의

진정한 사랑을 가슴속 깊이깊이 눌러 담았다.

 

 

지나간 일들이 한동안 파노라마처럼 줄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문득 아득한 옛일들이 한꺼번에 섞이며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전생에 무슨 업이 쌓여 부모님의 몸을 빌려 이 세상을 왔다가

필연과 우연 속을 넘나들며 부모형제 일가친척으로서의 연을 받아들이고

무슨 운명으로 서로 만나 부부 부자가 되고, 친구 이웃이 되어 끈질기게

연을 이으며 아슬아슬 아둥바둥 애걸복걸해 가면서도 그렇게들 끌어안고

정을 떼지 못하며 살았는지 모두가 하나 같이 뿌연 꿈 속 같기만 하다.

힘들고 치열했던 삶이라서 그러한가?

한 인연 한 만남이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기만 하다.

내 아내와 아이들과 사위와 며늘아기를 포함한 귀여운 손주 녀석들이 그러하고

일가와 친척들을 비롯한 나를 기억하는 모든 내 벗님들과

친구들과 이웃들이 그러하다.

그들을 하나 둘 기억해 내며 추억을 더듬다 보면

형용할 수 없는 흐뭇함과 행복감에 늘 가슴이 벅차다.

 

아내와 아이들과 일궈낸 이 우리들의 별천지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 한 동안만 잠잠하고 나면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이 산중 펜션에도 고요와 적막이 걷힌다.

봄과 가을이면 주로 일가친척들이 찾아와 쉬었다 가며 농사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대부분 여름 휴가철이면 지인들과 친구 이웃들이 가족과 함께 찾아와

계곡에서 캠핑을 하며 피서를 즐기다 돌아가곤 한다.

입소문을 전해 듣고 물어물어 기꺼이 찾아와 추억을 나누며

그리움을 풀고 갔던 일가친척들을 비롯한 고맙고 정겨운 사람들,

못내 그립고 보고 싶어 청하고 부탁하여 찾아와주었던

반갑고 정다운 지인님들, 친구들, 벗님들은 물론

두 아이들의 주변 친구나 처부모님, 시부모님들 까지도

대부분 한두 번 정도는 이곳으로 찾아와 가슴 찐한 정과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곱고 훈훈한 추억들을 가슴에 나눠 간직하고들 돌아갔다.

 

 

이만큼 누리고 살았으면 족하지 않은가?

더 무슨 욕심을 품어 어디에 쓰겠는가?

더 이상 무슨 여한 미련 있다고 억지 삶을 살겠는가?

오늘은 다시 아이들을 불러서 내 그 날에 대해서 또 말해보리라.

언젠가 잠깐 이야기를 꺼냈다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던 아들 녀석이

아버지 그만하시라며 밖으로 뛰쳐나간 바람에 끝을 못 맺고 말았었는데

오늘은 왠지 아들 녀석도 그만한 내공과 이해는

갖추고 왔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이내 곧 텃밭을 일구로 나갔던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오며

서로 먼저 씻겠다고 샤워실, 화장실 앞에서 실랑이를 벌인다.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이 한 둘 씻고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손짓하여 모두를 불러 모은다.

 

아들의 눈치를 살핀 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서

누구나에게 그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니

우리들한테도 그 이별은 예외가 없을 것이라 운을 뗀 후,

난 내 눈앞에 보이는 지금의 이 현실이 너무도 만족하고 행복하다.

이 세상에 와 너희들을 만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기쁨이었고

너희들로 인한 내 삶은 더욱 빛나고 보람된 것이었노라고

이 순간이 마지막 떠나는 그 날이 되더라도 그 이별에

서로가 너무 슬퍼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노라고,

떠나가는 내 자신이 부끄러움 없이 이 세상 살다가

맺힌 것 없고 아쉬움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너희들도 내 마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날 보내줄 수 있었으면 좋겠노라고,

그저 자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내가 떠나고 없더라도

남은 너희 들은 지금처럼만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여

사람으로서의 기본을 잊지 말고 혈육으로 맺어진 인연을 귀하고 소중이 여기며

자신과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 부끄럼 없이 살아야 한다고 이르고

그리고 이후 어쩌다 행여 아빠에게 의식을 잃는 불행이 닥치더라도

허둥대며 119불러 병원으로 달려가 괜한 억지생명 연장시키려 말고

차분히 여기서 그 날을 기다려 주었다가 고생 없이 그 길을 떠날 수 있도록

꼭 기억하고 지켜 주기를 바라노라고, 내친김에 이어 더욱 분명한 목소리로

장례는 화장장으로 하고 뼈 한줌을 기꺼이 남겨

저 창밖 텃밭 목련꽃 나무 아래 고이 묻어만 준다면

아빠로서 마지막 받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는 말을 끝으로

편안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겨우 한숨을 돌린다.

눈물이 그렁그렁 하던 아들도 슬픈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고맙게도 끝까지 이 애비의 유언 아닌 유언을 담담히 들어주고 있다.

 

 

살며시 손을 내밀어 아내의 손을 감싸고

사랑하는 당신께 따로 더 남길 말은 없지만

나 떠난 후 당신의 남은 삶이 외롭고 지치고 힘들어진다면

아마도 내 영혼이 견디지를 못하고 당장 구천을 탈영해

당신을 붙들어 가고 말 것이라며 내가 가고 나거든

길게도 말고 짧게도 말고 딱 1년 동안만

못난 날 기억해 주며 그럭저럭 그리 살다가

많지는 않지만 선물처럼 노잣돈을 남겨두고 갈 터이니

진정 당신만을 위하고 아끼고 사랑해줄 돈 많은 인사를 잘 골라 만나

원한만큼 못 다한 사랑 한 없이 나눠 보고,

부족한 나를 만난 탓에 늘 맘 조리고 자제하며 살았던 보상으로

못 해보고 못 가져본 것 빠짐없이 누리고 즐겨보고

늘 원했던 세상여행도 주야장천 일삼다가

올 때가 되거들랑 없었던 것처럼 그 흔적들 말끔히 지워내

좋았던 티 너무 표 나서 내가 너무 멋쩍지 않도록

지금처럼 정숙한 모습으로 한눈파지 말고 나를 맞소.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르고, 늦바람이 되레 더 무섭다 하였으니

그 말을 자나 깨나 명심 또 명심하소. 행여나 깜박 잊고 시간을 놓치고 나면

아이들한테 천덕꾸러기 되고 추한 꼴 보이기 십상이니

나처럼 쫀쫀하게 그 날을 잘 기억했다가

부디 아름답고 고운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소.

꼭꼭 그 날을 잊지 말고 놓치지 말고 돌아와야 하네.

단단히 타이르듯 당부를 마치고 나서

후련하고 밝은 표정으로 소리를 내어 웃는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이 세상에 태어날 모든 사람들 이라면

예외 없이 누구나 필연이 돌아가야만 될 그 곳인 것을

가끔은 너무 이르거나 혹은 조금은 급작스럽거나 때론 다소 지연 될 뿐

돌아가는 그 곳엔 가는 순서가 없는 것이라

욕심을 내어본다고 연명을 할 수 있다던가?

부지 할 수 없는 것이라 내 던져 버릴 수 있는 것인가?

이 풍진 세상 호의호식 하며 백수를 누리며 살았거나

한 많고 설움 많은 세상을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았거나

떠나가는 사람들이야 이미 정해진 운명일 것을

남은이 들의 떠나보내는 마음은 아프고 슬픈 것 아니겠는가?

세월 지나면 비록 까맣게 잊어질 슬픔일지라도-----------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아!!~

자신들 모두의 그 날 만큼은 조금은 애석함에 숙연하기도 하고

편안함과 홀가분함이 존재함과 함께 약간의 애절함이 상존하는 시간이라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의식이 되겠는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죽고 사는 문제라서

그 마저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도 하나의 주어진 복이라면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 아닐까?

 

 

문밖출입과 거동이 불편하지 않을 시기

온전하게 자신의 의식이 살아 생생할 나이,

인격과 체면을 그나마 유지한 채

연민스럽지 않고 추해보이지도 않으면서,

약간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있을지언정

미련 여한 없는 더없는 홀가분함으로

기꺼이 나의 그 길을 돌아가고 싶다.

자리 보존하고 누웠거든 석 달을 넘기지 말고

외로움과 슬픔이 짙어져가는 가을보다,

흐드러진 목련 꽃이 춘풍에 탈상하고

이른 봄꽃 하나 둘 꽃비 되어 흩날리면,

꽃처럼 고운 추억 새록새록 기억될

내 나이 일흔일곱 살의 춘삼월 그 어느 날,

아지랑이 속으로 훨훨 봄나들이 가는

노란나비 흰나비 길손처럼 벗 삼고,

멀고 먼 마지막 길 훠이훠이 떠나가는

아름답고 멋스러운 나의 그 날이기를!!~

 

 

 

2012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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