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이른 아침 아내가 김밥말기에 여념이 없다.
연신 주방을 달그락 거리며 흥얼흥얼 노래를 곁들여 가며--------------
며칠 전부터 완연한 봄기운에 가슴이 후끈거리고 화사한 봄꽃들은 입을 삐쭉이 내밀며 삶에 붙들린 내 스스로의 구속으로 부터 어서 빗장을 풀고 나오라는 듯 하루가 다르게 환한 미소로 내 마음을 흔들어댔었다.
“그래!!~겨우내 움츠렸던 눅눅함으로 부터 이제 훌훌 털고 밖으로 나가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 활력을 만들어 내자” 라는 생각으로 온라인상에서 이곳저곳을 끼웃거리며 정보를 수집하고 확인한 끝에 나름 춘천으로 코스를 정하고 아내한테
“내일 어디 좀 갔다 오게 김밥이라도 좀 말아두지!!~”라고 했던 말에
“왜~애?” 라며 두 눈을 똥그랗게 뜨며 대번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아내가 아니었던가? 그러한 아내를 놀라 까무러치게 라도 할 듯이
“춘천으로 봄 사냥이나 함 떠나볼까 해서!!~”라고 잔뜩 바람을 넣어놨으니 그도 그럴만하지 않은가? 김밥 말고 물 챙겨서 간단한 간식거리와 함께 배낭에 채워 담고 등산복장으로 단장하며 폼새를 갖추고 서둘러 일어서며
“가자!!~”라는 말에 이내 기다렸다는 듯 아내의 환한 표정이 내 뒷모습을 쫓으며 쪼르르 따라 나선다. 행복한 듯 주머니에 든 내 팔에 자기 팔을 끼워 넣고 몸을 붙여 오는데------------ 제법 쌀쌀함이 묻어있는 날씨는 잿빛 하늘에서 금방 빗방울이라도 뚝뚝 짜낼 듯 잔뜩 흐려있다.(08:30)
답십리역에서 전철에 올라 군자역에서 환승, 다시 “상봉터미널역”에서 중앙선(경춘선)으로 환승하려고 내리니 상봉 터미널역이 등산복 차림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매 시간 20분 40분에(20분 간격) 출발하는 열차 시간표에 급행과 일반 차량으로 표시가 되어있으며 급행과 일반 열차에 따라 도착시간이 20분 차이가 난다고 하니 기억해 둘 일이다. 인파에 밀려 엉겁결에 오른 전철이 수분 동안을 점검중이라며 실내조명을 껐다 다시 켜기를 반복한 끝에 이내 서서히 움직이며 안내 방송과 함께 급행임을 알린다.(09:20) 아~벌써 언제였던가!~ 3년이 훨 지난 아들 녀석 군대 데리고 갈 때 경춘선 기차를 탔었던 그 기억이 불현 듯이 떠오르며 그때 그 분위기와 풍속도가 사뭇 다름을 금방 실감한다. 그때 그 열차는 훈훈한 정과 친밀스런 공감 속에 서로 함께 느긋한 여유와 교감을 나누며 시골 장터를 향해 장 구경 떠나는 정답고 시골스런 분위기 였었다면 전철 복선화가 된 지금은 좌석 배치부터 판이하게 달라 서로 다른 이들이 서로 다른 이유들로 서로 바로 보기마저 껄끄러운 듯 시선을 외면 한 채 그냥 제각각의 길을 바쁜 듯 심각한 듯, 도심에서 도심사이를 바삐 오가는 지극히 사무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그 전과는 정말 판이한 이질감이 들게 한다. 숨 쉬는 것만도 조심스러운 비좁은 공간에서 아내를 감싸고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바짝 붙어 선채로 창밖으로 시선을 애써 돌린다. 차창 밖 풍경들이 예전처럼 그렇게 아름답고 느긋해 보이지만은 않음에 안타까움이 생겨나고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을 실은 수레를 끌고 오가며 여행객들의 설렘에 흥을 더해주었던 그 정겹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못내 큰 아쉬움이 따른다. 다만 한 시간 남짓 귀한 시간이 단축됐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뿐, 냅다 달리는 열차 안 승객들이 중간 중간 역에 멈춰 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그 수가 줄어 들 줄 모른다. 거의 종착역 가까이 강촌역에 이르러서야 그동안 꾸역꾸역 밀어 넣었던 승객들을 죄다 토해 내기라도 하는 듯이 우르르 밖으로 쏟아져 나간다. 비로소 아내와 마주보고 웃으며 빈 좌석에 나란히 앉아본다. 출발한 열차가 금방 남춘천역을 지나쳐가며 우린 아들 녀석 군대 갔을 때를 떠 올리고 막 이야기를 이어 가려는데 그도 잠시 이내 곧 종착역 춘천역에 열차 도착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기다렸던 듯 앞 다퉈 남은 승객들의 발 빠른 움직임들이 밖으로 내달려가고, 우리도 서둘러 그 뒤를 따라서 나오는데 깨끗한 신축 역사가 춘천이라는 첫 느낌에 신선함을 더한다. 역 광장에 내려서니 예상보다 훨씬 한적하고 의아스러울 정도로 한산하다.(10:20) 관광 안내소로 다가가서 비치된 팸플릿을 뽑아 챙겨
들고 소양댐 가는 차편을 물으니 길 건너 승강장에 줄을 서면 금방금방 차가 올 것이란다. 가까운 건너편을 보니 주춤거릴 필요도 없이 줄지어 선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아내의 손을 내밀어 잡고 동그란 원 안에 11번,11-1번,150번 숫자가 적힌 버스 승강장 간판 아래 꾸불하게 늘어선 줄 끝에 합류하며 우리도 그들과 한 무리가 되어 섞인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의 버스 운행에 관한 자세한 안내에 귀를 기울이며 춘천의 봄을 눈여겨 살핀다.
자전거를 탄 동호인들의 한 무리가 줄지어 선 우리 앞을 꼬리를 물고 지나가고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시간에 가끔은 쨍하고 햇님이 얼굴을 내 보이기도 하며 비교적 쌀쌀한 날씨가 간간이 바람을 동반한 채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내 11번 버스가 도착하자 우르르 밀려든 승객들로 금방 만원이 되어 출발하고 곧바로 들어오는 150번 버스에 여유 있게 올라 승차요금 1인 1,200원(합2,400원)을 요금 함에 넣고 아내와 나란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자리를 잡는다. 잠시 시내를 경유한 버스가 소양강 처녀 상을 지나 소양2교를 넘는가 싶더니 외곽 어느 시골스런 길을 내달려 “월드온천”을 돌아 나온 후 곧장 댐으로 향해 가는가 싶은데 차창 밖 정겨운 풍경 속에 하얀 목련 꽃이 상복을 입은 듯 서글피 웃고, 간간이 산수꽃 개나리꽃이 봄이 오는 춘천의 길목에 노란 물감을 채색하고 있다. 내 손을 꼬옥 잡은 채 차창 밖 풍경에 심취해 있던 아내가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우리 주현이 군대 갔을적엔 어떤 길로 갔었쓰까?” 라며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그때가 생각이 나?”
“응!!~ 춘천엘 오니 그러네!!~ 벌써 옛쩍 일이 됐는데도”~
“그래!!~ 그땐 참 우리 가족 모두가 많이도 걱정스럽고 애달았었지!!~”
“그때 102보충대 갈 때도 소양강 처녀상을 봤었던거 같긴 한데 이 길은 아닌 것 같은디!!~
“주현이 군대 가기 얼마 전에 가족여행 삼아 왔었을 때~”
“그땐 엄청 헤매고 다녔으니까~ 모르지 한번쯤 지나쳤을련지도!!~”
이제와 생각하니 어려웠던 한 고비를 무난히 잘 넘어온 듯한 다행함과 안도감으로 서로 마주보며 환하게 웃는다. 시골스런 마을을 빠져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깊은 계곡으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잠깐 동안 비탈진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웅장한 제방위로 올라서자 시야가 확 트이며 치솟은 탑 구조물과 광장이 나타나
보이고 바람에 잔뜩 움츠린 삼삼오오 행락객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차창 밖으로 내다보인다. 버스에서 빠져나와 어마어마한 역사 앞에 탄성을 지르며 거대하게 펼쳐진 수면과 그 둘레로 시선이 쫓아가며 (11:00)
“우와!!~ 참 대단하네!!~”
“저수지 같은 규모하고는 차원부터가 다르네!!~”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시퍼렇게 깊은 물속에 아랫도리를 담구고 앉은 드넓은 수면 위에 물속에 잠긴 산허리가 벌겋게 드러나 보임이 다소 을씨년스러운 것만 제외 한다면 가슴이 확 트이는 정경과 상쾌함에 이곳을 정해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우린 다정스레 손을 잡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서로 저것 좀 보란 듯 손짓을 해대기도 하며 앞서가는 사람들 발걸음을 따라서 전시관(기념관)으로 들어간다.
관람로를 따라 대충 전시관 구경을 마치고 물 밑바닥 저 아래 조그맣게 내려다보이는 선착장으로 걸음을 옮겨가며
“여기까지 왔으니 배는 한번 타보고 가야지?”
아내도 물론이라는 듯 기분 쿨하게 웃어 보이고
선착장으로 들어서니 댐 주변을 한바퀴 돌아서 오는 유람선이 있고 청평사를 오가는 청평사 행의 두 코스가 시간표와 함께 안내되어 있다.
유람선 배 삯은(왕복) 1인 10,000원, 청평사 행은 1인(왕복)6,000원 이라는 요금표와 함께, 우린 매표소 앞에 멈춰서서(11:30)
“어떻게 하지?” 아내를 돌아보자
“청평사 절구경이 좋컷는디!!~”하는 말에
얼른 청평사행 티켓을 끊어 돌아서자 곧바로 유람선은 떠나고
청평사행 배가 들어온다.
티켓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재빠르게 기록하여 검표원에게 건네고 곧바로 배에 오르니 즐겁고 설렘으로 웃음 가득 띤 사람들로 자리를 꽉 채운 배가 엔진소리를 높이며 수면을 밀어내듯 움직이기 시작한다.(11:40)
제법 쌀쌀함에 한기를 느끼면서도 나란히 앉은 아내와 난 느긋한 여유와 모처럼 둘만의 특별한 여행에 무한한 부부애를 느끼며 잔뜩 행복에 겨워있다. 그도 잠시 5분여의 짧은 행복감에 너무 아쉬워하며 배에서 내려서 청평사로 가는 길을 따라 걷는다. 500여m를 진입하니 매표소가 길을 막고 서 행락객들의 주머니를 털고,(성인2,000원) 명소 입구 근처엔 어디나 상가가 있기 마련이듯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던지 드문드문 맛 집들이 들어서 있고 저마다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외면하고 걷기를 1Km정도, 청평사 앞 축대가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바로 몇m전 “공주와 상사뱀”의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이 기록된 안내 간판
과 그 형상이 세워져 있고 “구성폭포”를 지나 “청평사 영지”를 거쳐 “회전문”을
들어서 안마당에 이르니 여지껏 보아왔던 절 형태와는 달리 입구 문 좌우로 어깨처럼 길게 지어진 목조 건물이 두 겹을 이루고 자리하고 있음이 인상적이다.
(12:30) 그 천장엔 열과 오를 나란히 맞춘 속세인 들의 욕망을 담은 연꽃 등이 제각각의 이름표를 붙인 채 천장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고 그 밑을 지나서 문턱을
넘으려 하니 그 욕망의 무게에 대들보가 내려앉을 것만 같은 무게감에 불안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처님께서도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에 피식 실소를 하고 만다. 왜 아니겠는가? 일단은 꽃값으로 돈을 먼저 받으셨을 테니 되 물릴 수는 없는 일이고, 더군다나 저 하고많은 소원 중에 누군 들어주시고 누군 못 들어 준다 시면 부처님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심은 물론 중생들로부터 몰매를 맞으실 게 불 보듯 뻔하니 저 많은 소망들을 다 어찌 하실까 를 생각하니 참 부처님 처사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 크실 듯싶다. 혼자서 피식 웃는 표정을 봤던지
“왜 그렇게 혼자만 재밋써?” 라며 다가오는 아내한테
“응!!~ 부처님께서 요즘 이맘때면 되게 피곤하실 것만 같아서!!~” 라며 부처님의 그 고충을 이야기 하자 아내도 웃음을 참아내지 못하고 소리 내서 웃는다. 회전문 안으로 들어서자 우측으로 아담한 범종각이 제법 크고 육중한 범종을 힘겹게 짊어진 채 태연한 척 시침을 따고 있고, 계단을 올라 또 하나의 비슷한 형태의 문을 들어서 계단을 오르자니 대웅전이 그 모습을 보인다. 어느새 아내는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부처님 전에 절을 올리고, 그 뒤편으로 극락보전이 그 좌측으로는 500년여의 역사를 간직한 주목이 그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노구를 꼿꼿이 세운 채 하늘을 치받들고 아직도 그 청청함을 자랑하고 서있다. 혼자서 가만가만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이내 절을 마친 아내도 뒤를 따라 곧장 가까이 다가온다. 절 뒤편 등산로 오봉산 가는 길로 들어서자 왼쪽으로 한적한 모퉁이가 우릴 기다리며 자리를 내주고 있는 듯하다. 쉬어갈 요량으로
“여기서 쉬면서 점심을 먹을까?” 시계를 보니 12:40분이다. 뒤따르던 아내도 기다렸던 듯 자리를 찾아 앉으며 배낭을 받아서 열고 챙겨서 온 김밥과 간식거리를 낙엽 깔린 위에 줄줄이 꺼내놓는다.
우린 오붓하게 마주보고 앉아 다정스레 행복한 점심식사를 시작한다, 서로 물병을 건네 목을 축여가며 허기를 재우고, 덜미를 붙들린 일상으로부터 이처럼 멀리 벗어나 둘만의 소박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흐뭇한 행복감으로 가슴이 설레고 벅차고, 아내 또한 그러한 모습이 더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든든한 포만감으로 자리를 정리한 후 배낭을 어깨에 걸고 등산로 안내 표지 간판 앞으로 다가서며(13:00)
“시간이 좀 있으니 정상에는 아닐지라도 족적은 남기고 가야지?”
“좋을대로 헙시다!!~” 안내도를 가리키며
“여기 구멍바위 까지 갔다가 오면 시간이 대충 맞껏네!!~”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를 뒤로하고 앞장서 걷는다.
손을 잡아끌고 밀고 300여m나올랐을까 싶은데 급경사가 시작되며 암벽에 쇠말뚝을 박아 세우고 로프를 묶어 등산로를 확보해 놓았다. 아내가 주춤하며
“나는 힘들것는디!!~” 하면서도 100여m를 곧잘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아이고 나는 안대것쏘!!~
“나는 여그서 기다리고 있을랑깨 혼자 핑 갔다오씨요!!~”라며 주저앉는다.
“뭐시라?!~ 도저히 안대것써?”
“걍 내려가까?” 잠시 아내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럼 쉬면서 잠깐만 있어봐!!~”
“계속 그러나 함 보고 오께!!~” 급히 더 위로 올라보니 갈수록 태산이다.
“더 이상은 안대것네!!~ 그대로 기달려!!~”라고 소리치자
“내 걱정 말고 언능 핑 혼자 갔다와요!!~”라는 대답에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다가 “그럴까 그럼!!~” 여길 또 언제나 와보겠느냐 싶은 생각에 전화를 걸어 그냥 쉬면서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바삐 서둘러 로프를 힘껏 당기며 박차를 가한다. 워낙에 급경사에 로프에 의지하지 않고는 다른 길이 없는지라 등산객의 오르고 내림에 따라 서로 길을 양보하고 비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동반되어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더 걸릴 것만 같다. 아내가 무섬을 탈까봐 종종 전화를 걸어 안심을 시키며 40여분을 기어오른 끝에, 치솟은 암벽 위에 아슬아슬 곤두선 바위가 위태로이 버티고 서있는 중간지점에서 더 가기를 멈추고 시선이 끌리는 절경을 카메라에 고이 담아 발길을 되돌린다.(13;40) 긴장 반 걱정 반으로 서둘러
내려와서 보니 이미 아내는 산 아래까지 다 내려와서 웃으며 날 기다리고 있고, 우린 또 다정스레 손을 맞잡고 절 마당을 내려서 느릿느릿 무심코 지나쳤던 곳 들을 유심히 살펴가며 왔던 길을 되짚어 발길을 옮겨간다. 약수터 앞을 지나며 약수를 한바가지 떠 갈증을 해소하고 거북바위를 지나 청평교를 건너서 매표소를 빠져나와 선착장을 향하여 걸음걸음 마다 사랑과 행복으로 만땅하고, 약간의 기다림 끝에 다시 배를 타고 소양호 선착장에 도착하여 계단을 오르니 제법 쌀쌀함과 함께 강한 바람이 걸음을 붙들고 늘어진다. 가까스로 버스 승강장에 이르러 명동을 경유해 가는 버스를 물어 표를 구입하고(12번버스) 길게 늘어선 줄 끝에 합류하고(15:10)
“춘천엘 왔으니 명동 닭갈비와 막국수 맛은 필히 보고 가야지?”
“별로 생각이 없는디!!~ 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으로 아내가 밝게 웃는다.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버스는 오지 않고 늘어선 줄 꼬리만 점점 더 길어진다. 쌀쌀한 날씨에 제법 차가운 바람까지 동반하다보니 많은 이 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림에 차츰 짜증이 가중될 무렵 연이어 꼬리를 물고 버스들이 도착한다. 버스 전광판에 경유지안내(명동입구)를 확인하고 나서 우리도 곧장 11-1번스에 올라 비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겨우 몸을 구겨서 설 자리를 확보하고 손잡이에 의지하여 몸을 가눈다.(15;40)
마침내 출발한 버스가 산길을 돌고 시내를 경유한 끝에 춘천역 앞에 이르자 거의 모든 승객이 탈출하듯 버스 문 밖으로 쏟아져 나가고 가뿐해진 버스가 시원스레 가던 길을 재촉하며 달린다. 기사님께 명동 입구에서 내려 달라는 부탁을 드려 놓았던지라 춘천역 앞을 지나고 두 정거장을 더 지나가서야 기사님께서 우리에게 내리라는 신호를 보내주신다. 우리를 포함한 5~6명이 차에서 내려 잠시 두리번거리다 이내 닭갈비 골목이란 유도간판을 발견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곧바로 명동거리로 진입한다.(16:05) 우린 곧 닭갈비 골목 입구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좁
다란 골목 하나를 끼고 서로 마주보며 즐비하게 늘어선 닭갈비 촌이 각양각색의 간판들을 이마에 붙이고 서로 어서 오라는 듯 멋자랑 맛자랑을 하고 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길을 막으며 호객행위 하는 상인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음에 의아해 하며 마음 놓고 이집 저집의 홀 안을 기웃기웃 들여다본다. 성격 탓인지 번잡한 상가를 오가는 길에 호객꾼에게 걸음을 잡힐 때면 괜스레 미안스럽고 난처하고 민망스럽기 까지 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던데 그런 불편함이 전혀 없으니 너무 편하고 자유스러워서 좋다. 아내와 난 손을 잡은 채 느긋하고 여유 있게 골목 시작부터 골목 끝까지 이집 저집을 살펴가며 두 바퀴째 구경을 다 마치고 나서야 붐비지도 그렇다고 한가하지도 않은 한 가게 앞으로 들어선다.(16:15) 반가이 다가오는 웨이터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입구 창 측 자리로 안내를 받아 자릴 잡고 앉자 곧 메뉴표를 폄과 함께 주문(닭갈비2인분:1인분10,000원)이 이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큼지막한 불판에 수북하게 야채와 양념 닭갈비가 자리를 차지한
다.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 한분이 오셔서 부지런히 갈비와 야채를 뒤적이시며 요
리에 열중이면서도 우리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주시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주신다. 호객행위가 없어선지 참 조용하면서도 손님들이 느긋하고 편해서 좋다는 말씀에 처음엔 여기도 대단했었단다. 언제가 부터 서로가 치열한 경쟁열기가 심각한 단계까지 이르자 그 심각성을 비로소 인식하고 서로 약속을 한 후 일체 호객행위를 자진해서 중단했었노라고 지금은 감시원이 상시 순찰을 돌고 있으며 적발이 되면 벌금까지 물리게 된다시며 “자알 익었으니 야채와 떡 먼저 천천히 드세요!!~”라시며 다른 테이블로 가시고 우린 천천히 춘천의 맛 닭갈비 맛에 빠져든다.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은 가슴 까지 시원하고 쐬주 한잔의 간절한 생각을 애써 누르며
“각시 천천히 많이 먹게!!~”
“건강히 열심히 살아줘서 항상 고맙고!!~”
“오늘 이러한 시간이 우리들 삶에 늘 활력을 얻는
고운 추억이 됐으면 좋겠네!!~”
“당신도 많이 먹고!!~ 건강하고!!~ 고마워요!!~”
라며 행복에 겨운 듯 환하게 웃어 보인다.
푸짐한 량에 식욕이 소진하여 막국술 랑은 주문도 못 넣어본 채 우린 자릴 일어선다.(16:45)
“구경삼아 소화도 시킬 겸 춘천역 까지 사박사박 걸어서 가새!!~”
아내도 기꺼이 공감하며 나란히 보폭을 맞춰 걷고----------------
골목골목을 가로질러 15분여를 걸으니 금방 춘천 전철 역사가 그 모습을 보인다. 역 광장 한편에서 어느 무명 가수들의 노래 공연이 구경꾼을 불러 모으고 있지만 바삐 움직이는 행인들의 마음을 잡아끌지는 못한 듯 넓다란 광장을 허무하게 울릴 뿐 그저 그들의 노래와 연주소리가 애처롭게만 들린다.
우리도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전철 역사 안으로 들어서고--------------
한동안의 기다림 끝에 세련되고 날렵한 열차가 긴 몸을 이끌며 굵은 전선을 머리위에 떠받히고 양쪽 레일에 발 벌려 미끄러지듯 요란한 기계음을 내면서 길게 줄지어선 사람들 앞으로 잰 듯 살며시 들어와 스르르 옆구리를 열어준다. 아침에 우릴 이곳으로 데려왔던 것처럼 또 그렇게 우릴 데려다 줄 것처럼.(17:15)
승객들을 빨아들여 배를 채운 열차가 텅 빈 춘천역을 뒤로 남긴 채 금방 질주본능을 되찾은 것처럼 달리기를 시작하고, 역을 거듭해 갈수록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해진 열차 안은 소란스러움이 점점 더해진다. 남녀 팀원이 많은 그룹 일수록 낮 동안의 열기를 짐작 할 수 있을 만큼 의기양양하고 활력 또한 넘쳐나고, 한잔 술이 과했던 탓인지 횡설수설 떠들어대는 주객님들 넋두리에 주변 인파의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되기도 하며, 열차가 그렇게 우리가 나섰던 상봉역을 향해 되돌아가듯 나 또한 잠시잠깐의 상큼한 일탈로 부터 이내 끈적한 일상을 회복해 가며 아내를 이끌어 감싸고 가까이 다가선다.
이 오늘이 우리 부부의 삶에 내내 곱고 흐뭇한 추억이 되어줄 것을 희망하며---------------------------------------------
2011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