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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안면도 영목항에 초로의 서글픔 덜고

 

 

 

 

(10월 23일)

 

형과 사무실(석촌)서 조우 후 서초동 형 사무실로 이동(11:40)

일 마무리 후 서초동 형 사무실 출발(12:40)

오랜만에 둘만의 오붓한 일상탈출로 도둑맞은 듯한 설익은 가을을 만끽!!~

삶으로부터 온전한 분리와 자유를 갈망(?)하며 일탈을 감행!!~

서해대교 행당도 휴게소에서 점심(14:40)

농민의 한해 꿈이 힘없이 말라져 비틀어져 버린 서산의 황량한 들판, 광활한 간척지를 스쳐 지나며 안타까워진 마음을 군무하는 철새들에게로 눈길 돌리며 겨우겨우 달래고, 봉긋한 능선 아름답고 평화로운 한우 목장을 지나며 다소 안정과 평안을 얻는다.

안면도 해안을 들어서면서부터 무지한 인간들의 몰지각한 허영심에 경종을 울리려했던 것인가?! 길목 야산 군데군데 빽빽한 아름드리 홍송이 거센 해풍에 폭탄을 맞은듯 중등이 뒤틀리고 부러지고 뽑히고 넘어진 채 방치된 처참한 몰골 앞에 분노한 대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며 당시 상황을 어렴풋이 어림하고 모골이 서늘토록 두려움을 느낀다.

긴긴 질주 끝 안면도 영목항 도착(17:00)-안면도 최남단 대천항을 마주 바라보고 있는 곳.

인근 섬을 유람할 수 있는 여객선 운용(3개 노선,배삯:10,000~15,000원)

항 주변 활어횟감이 즐비하고 민박 펜션이 옹기종기한 작고 예쁜 정감어린 항.

포장마차 선술집 같은 작은 횟집에 탁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갑오징어 회에 이슬이 한 병을 금방 해치우고 나서

서둘러 항구 변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드리우자 금방 사방이 어둑어둑,

어둠이 바다를 삼키려는지 바다에 어둠이 잠겨드는 것인지----------------------

굳이 마다하는 내게 낚싯대를 챙겨서 건네주는 형

“여까지 왔다가 그냥 갈려면 뭐하러 와!!?? 이~싸람!!~

하며 씨익 웃어 보이는 형이 마냥 좋고 고맙다.

못이긴 체 따라서 웃으며 형이 하는 대로 새우 미끼를 끼워서 바다에 던져 넣고는 무심코 먼 바다 수평선을 바라다본다. 삶으로부터 멀리멀리 아주 멀리 도망쳐 온다고 왔건만 갔다 오겠다는 전화에 이내 또 불편한 맘을 보였던 아내 생각을 못내 지울 수가 없다. 이러는 내맘, 이렇게나마 혼자만의 공간에 혼자만을 연민하고픈, 그냥 훌쩍 삶의 고삐를 풀어내고 혼자 이고픈 중년지난 초로의 허하고 서글픈 이 마음을 다소나마 이해하고, 너그럽고 좀 관대했으면 좋으련만, “누군 그러고 싶어 그런가?” “누군 그럴 줄 몰라 이러고 사는가?” “누구는 누구 땜시 죽을 둥 살 둥 하는데 누구는 누구 뿐!!~” 이라는 짜증에 그냥 혈압은 오르고 가슴만 답답해 질뿐. 그러한 마음을 위로라도 하려는듯 찌가 툭툭거리며 흔들거린다 싶더니 경련을 일으키며 쏙 잠기는 순간 잽싸게 나꿔채자 제법 손맛이 짜릿하게 전해져 오며 우럭 새끼가 있는 힘껏 발악을 해대면서 낚싯줄을 붙들고 매달려 나온다. 형이 흠칫 놀라며 “얼씨구!!~선무당이 또 일을 내시는군!!~” 하면서 옅은 어둠속으로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흥을 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썰물 이었던지 바다가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며 항구 제방이 차츰차츰 드러나 보이자 이놈들이 죄다 바다 난간으로 기어들 나오는 것인지 낚시를 넣자마자 주둥이를 치켜들며 해면을 차고 꼬리를 물듯 올라온다. 형과 나는 잠시도 쉴 틈 없이 던지고 감고, 올려서 빼고, 새우 끼워서 또다시 던지고를 반복하는 사이 작은 우럭 큰 망둥어들로 까만 비닐봉지가 제법 묵직하다. 그렇게 밤은 바다를 포용하고 바다는 또 그렇게 검은 밤을 포옹하며 일탈한 우리 둘 초로의 삶에도 또 하루가 기꺼이 저문다. 항상 그랬듯이 또 그렇게 조카님이 먼 길 마다않고 쪼루루 달려와 합류하고, 늦은 저녁 식사를 회와 매운탕으로 이슬이를 곁들여가며 기분 좋게 포식하고 나서 포만감을 다소 진정하려는 듯 항구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린다. 나그네 낯선 도시를 배회 하듯이-----------------어두운 항구 주변을 한참동안 그렇게 맴돌다 낚시가게에 들러 낚시 도구를 보충해 채우고 나서야 비로소 예약해 둔 민박집을 찾아 겨우 여장을 풀고 몸을 누인다.(00:40)

 

 

(10월24일)

 

낚싯배 예약시간 07:00을 맞추기 위해 겨우겨우 일어나 부산을 떤 끝에 배까지 곯아가며 예약한 사무실로 이동하여 낚시도구를 더 챙기고 점검하여 식수와 간식거리 등등을 충분히 배낭에 담아 채우고 계산을 마친 후 사무실서 일러준 안내 장소로 20여분을 급 이동하여 간 곳, 바닷가 논과 밭 허름한 한켠 “화가 아저씨 주차장”이라는 푯말 앞에 차를 세우고 나니 우릴 기다리고 있었던 듯 작은 배 한척이 엔진을 켜 놓은 채로 아저씨 한분이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해 보인다. 망서릴 틈 없이 메고, 들고, 끌고 배에 오르자 낚싯배로 옮겨가야한다 시며 서둘러 배를 빼내 물살을 가르며 바다 안쪽을 향해 속력을 가한다. 5분여를 달려간 끝허름한 항에서 본선 낚싯배로 갈아타고 나자 선장님께서 다가오셔 인사와 함께 낚시 어종을 물으시고는 이내 곧 먼 바다를 향해 꽁무니에 하얀 거품을 뱉아 내며 기분 좋게 내 달린다. “우럭낚시를 한다하셨죠?” 라시며 다시한번 우리들 의견을 여쭈시고는 25~30여 분을 달려 나간 끝에 배를 멈추고 “배낚시들 해 보셨겠지요?”라고 물으시고는 “자~시작하세요!!~” “여기서 우럭이 곧잘 물립디다!!~” 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언제 준비를 해뒀는지 형은 미꾸라지 미끼를 끼운 낚싯대를 날렵하게 배 밖으로 던져 넣는다. 유심히 살피고 묻고 다시보고를 거듭한 끝에 선장님께서 내 주시는 낚싯대에 추와 낚시 바늘을 매달고 배 좌측 꽁무니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겨우겨우 미꾸라지를 끼워서 바다에 넣는가 싶은데 “뚜~”하고 울리는 짧은 신호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형과 조카님은 잽싸게 릴을 감아올리며 멈칫하는 내게 빨리 감아올리라 아우성이다.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힘껏 낚싯대를 뽑아 올리는데 벌써 엔진소리를 높이며 배가 내달리기 시작한다. 후후훗~이러한 점이 조용하고 여유 있는 동해바다의 낚시와 유속이 빠르고 심한 서해바다 낚시가 사뭇 다름을 깨달아 가며 차츰차츰 그 찐하고 짜릿한 손맛을 찾아 간다. 귀를 쫑긋 세워 배 이동 신호음에 익숙해지려고 애쓰면서도 어쩔 수 없는 긴장감 속에 우럭을 건져 올리기도 하고 제법 그럴듯하게 월척을 낚아 올리기도 하며 늦게 배운 도둑질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더니 지금의 내가 꼭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선장님의 청에 우리들 양해를 얻고 한참 늦게 우리 배에 합류한 두 태공님들의 조언에 따라 갑오징어와 주꾸미의 애매한 손맛으로 긴가민가하다 감아올린 낚시 바늘에 그놈들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하며 선상에서의 순간순간들이 깊은 추억을 낳는다. 참 꺼리와 점심 때 끼니에 주꾸미를 넣고 끓인 선장님표 라면 맛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이며 추켜세우기도 하고, 갓 잡아 올린 우럭과 갑오징어 회에 바다를 통째로 입안에 털어 넣는듯한 상쾌함 유쾌함 통쾌함으로 물씬하며 해 마저 구름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함께한 우리들의 오늘에 그 즐거움을 더 해준다. 그렇게 일상을 망각한 채 바다를 건져 올릴 것처럼 릴을 감아올리고 내림을 반복하는 사이 아이스박스 어구엔 그놈들로 그득하고 그 주변은 온통 먹물 투성이가 됐다. 오후 2시가 다돼가서야 “기대만큼 손맛들 보셨습니까?” “돌아갈 시간입니다!!~”라는 선장님의 시간 끝을 알리시는 말씀에 다들 낚싯대를 거두고 수확물 앞으로 몰려들며 “우~와!!~”하고 탄성을 지른다. 선장님께서도 “그만들 하셨으면 오늘 본전들은 건진 셈인걸요!!~”라시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신다. 어구들을 챙겨 정리하고 꾸리는 사이 엔진 소리를 높이며 배가 뭍을 향해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하늘 끝자락이 바다에 잠긴 먼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작금의 이 특별한 일상을 애써 기억에 담으며 가슴을 열어 바다를 담는다. 후에 합류하신 두 분을 먼저 항구에 내려드리고 우리들의 차가 있는 곳으로 다시 이동하여 배를 선착장에 묶고 나서야 우리도 서둘러 짐꾸러미 들을 바삐 챙겨 주차장으로 향한다. 즐겁고 흐뭇한 마음을 서로 환히 드러내 보이며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다시 영목항으로 향한다. 영목항 주변을 구석구석 돌며 눈요기를 하다가 이내 전망 좋은 음식점 2층 야외 식탁에 자리를 잡고 일찍이 저녁 식사를 주문한다. 이슬이가 빠질 수 있으랴 기분 좋게 반주삼아 한잔씩을 곁들여 털어 넣고 여유있게 시간을 즐기다 마침내 안면읍을 향해 차를 몰아간다.(17:20) 간간이 나붙은 축제홍보 플래카드를 보며 혹여 수산물(새우,대게)을 염가에 물 좋은 놈들로 좀 골라 담아갈까 싶어 기를 쓰고 안면도 해산물 축제 현장을 찾아서 왔는데 화려하게 내걸린 축제안내 플래카드가 멋쩍을 만큼 축제분위기는커녕 구경꾼 한사람 없고 오히려 현지가격이 도심 매장가 보다 더 비싼듯한 느낌에 숨은 듯 축제장을 빠져나와 귀경길을 재촉한다. 서둘러 태안, 서산을 내달려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이미 고속도로는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 전인 듯싶다. 연무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차들이 거북이 기어가듯 앞차의 꼬리를 물고 피곤한 듯 충혈 된 눈을 껌벅대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섰다. “어이구여!!~오늘 우유는 누가 받으실려나?” 형의 사무실 일이 염려스러워 넌지시 한마디를 건네자 “일 없~쓰!!~ 걱정마셔!!~” 라면서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한 개피 빼서 물고 불을 붙인 후 길게 한 모금을 빨아들이고 나서 “후~우!!~”하고 멀리 내 뿜는다. 갑자기 담배가 펴보고 싶은 생각을 떨쳐내며 “그럼 됐네!!~” “서둘지 말고 쉬엄쉬엄 느긋하게 갑시다!!~”라면서 즐겨듣는 CD판 한 장을 골라 삽입하자 추억의 7080음악이 옛 감성을 자극하며 가슴을 울린다. 우린 자연스럽게 따라 흥얼거리며 박자를 탄다.

어둠은 점점 짙어만 가고 차는 제자리서 비지땀만 흘리고 섰고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슴팍을 파고드는 음악은 더없이 정감스럽고 그 시절 추억들이 새록새록 하기만 한데, 날 기다리는 아내의 분노는 펄펄펄 지글지글지글 라면 몇 봉쯤은 족히 끓이고도 그 남음이 있으리라. 한발이나 삐쭉 입내밀고 속 끓이고 있을 아내를 생각해 내고 미안스럽고 가엾고 안쓰러운 맘과 야속한 맘 안타까운 맘이 뒤죽박죽되어 입가에 엷은 쓴 웃음을 짓는다. 차창 밖 짙은 어둠속으로 일상이 찾아들고 지렁이처럼 꿈틀대는 긴긴 고속도로 차량 불빛 사이로 연민어린 두 초로의 삶이 어른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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