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주일과 다름없는 평범한 일요일 오후 4시!
예전에 쭈욱 그랬던것 처럼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물 한병을 채워넣고
운동복 차림으로 용마산을 향한다.
이시간 5호선 지하철은 한참 붐비는 시간이다.
나들이에 나섰다가 귀가 하는 듯한 형색들
아예 열차 바닥에 퍼질러 앉아 제집 안방인듯 착각에 빠진 중학생 인듯한 아이들,
어느 잔치 집이나 예식 행사에 다녀오신 듯한
보기좋게 홍조띤 할아버지,아저씨의 흥겨운 말씀투,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듯한 등산복 차림의 중년 부인들의 들뜬 모습,
각양 각색의 다양한 모습들이 이곳에 늘 함께있다.
용마산 역에서 하차하기 무섭게 초 고속으로 계단을 올라
빠른 걸음으로 용마산 진입로를 향한다.
아파트 계단 한켠에 우유빛 처럼 희고 깨끗한 목련꽃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저 보란듯 웃는다.
이미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인파를 비켜가며 등산로 입구에 다다르니
벌써 몸에 열기가 돌며 숨이 차 오른다.
배낭을 고쳐메고 운동화 끈을 조여 묶은후
한걸음 한 걸음을 정상을 향해 옮겨간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꽃망울만 맺혀 있더니
이젠 완전히 만개한 진달래 꽃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거친 숨을 고르며 눈을 돌리니 이산 저 능선이 온통 연분홍이다.
참나무 오리목 나무에도 새 잎이 돋고
발밑 풀섶에도 연초록 풀잎이 솟아있다.
생동감이 넘쳐나고 아름다움이 일렁이는 신비한 계절
그래서 이 봄은 숫처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여
나물 바구니 옆에끼고 들로 산으로 내 몰았을까?
아마도 그리하여 이 봄을 여인의 계절이라 했나보다.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며는 두고두고 그리운 사람" 이라는 노래가 있듯이
이맘때가 되면은 아련한 옛날의 시골생각이 이따금씩 스치곤 한다.
봄 소풍을 갔던 천은사 일주문 앞에 그 흐드러지게 피었던 연보랏빛 진달래!
꽃잎을 따서 입에넣고 잘근잘근 음미하면
쌉쓸하면서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했던 그 꿈 가득한 시절!
4H활동을 하면서 그래도 그 무엇인가에 꿈과 희망과 의미를 찾고자 했던 청년시절!
순수함 속에서는 몰랐지만 이제와서 생각하니 마냥 그립고 보고싶은 동지들!
군생활을 하면서 우연한 인연이 우연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섭섭할것 같은 정다운 사람들!
보고싶다! 그립다! 궁금하다!
연락 가능한 벗들(비록 일부는 회답을 기다리진 않지만)을 향해 문자를 날려본다.
"만개한 진달래 보며 거친숨 고르고 보니
이 능선 저 고지가 온통 연분홍이네!! 잘 지내신가? 라고
언제쯤이 될련지는 알수 없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찾고 있는 노력들이
꼭 결실을 이뤄 보고 싶은 모든 그리운 사람들을 찾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생각 저 그리움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8부능선
땀이 휑한 이마를 타고 흐르고 온몸이 젖었다.
여긴 아직 만개한 진달래꽃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봄이 이른 탓인가?
돌탑을 지나 바위산을 힘들게 올라서니 서울이 한눈이다.
발 아래 도심은 온통 희뿌연 매연에 잠겨있고
소인의 도시처럼 모든게 작고 올망졸망 해 보인다.
저 발디딜 틈도 없는 공간에서 그토록 바둥대며 안간힘 쓰며 살았을꼬?
성내며 원망하며 탓하며 헐뜯으며 더 많이 갖겠다고 욕심 부리고
더 많이 누려 보겠다고 앞 다투며 살았을꼬?
용마산 정산 삼각점에 이르니 인파가 만원이다.
양지바른 한쪽에 개나리 꽃이 만발이고 이곳 저곳서 사진 찍기에들 바쁘다.
막걸리 한사발 생각이 간절 하지만 얼려왔던 냉수 한모금으로 땀을 식히고
바로 아래 체력 단련장에서 몸을 푼 후 아차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리막 길이라 힘들진 않지만 조금 더 조심은 해야한다.
우리의 삶도 이런것 이려니 하는 생각이 미치자 나도몰래 쓴 웃음이 난다.
힘들게 한 고비 넘기고 나면 조금은 여유로운 내리막 길이 나타나고
내리막 길이라 쉬 생각하면 실수가 따르기 쉽상인걸
알면서 실수하고 실수 한후 후회하고
인생사가 다 이러한걸 속고 또 속으며 버둥대니------------------------
솔향기 그윽한 숲길을 지나 대성암 뒤 바위산을 내려서
체력 단련장에 배낭을 벗는다.
헬스기구를 이용하여 온몸 온 근육을 풀어준다.
오십을 목전에둔 중년의 체력을 이렇게 라도 하지 않음 퇴물이 될까 두려워
가능하면 무리하게 까지 온 힘을 다 해본다.
이렇게 온몸을 풀고 땀을 흘리고 나면 날듯이 가뿐해져 옴을 느끼며
스스로 건강에 관한 확신이 생겨난다.
여섯시가 조금 지나자 대성암에서 타종을 시작한다.
해가 서산위에 걸치고 세상이 어둠을 맞이할 시각 쯤이면 늘 이렇게 범종을 울린가 싶다.
마치 부처님의 자비를 속세에 일깨우려는 듯
뎅그렁~ 뎅그렁~ 뎅그러~엉
대성암 계단아래 서서 합장하고 예를 올린 후
이제부턴 멈춤없이 뛰어서 산을 내려간다.
팔각정을 지나 바위산을 순식간에 뛰어내려
화장실에 들러 땀을 씻고나니 어느덧 뉘엿뉘엿 어둠이 내려앉고
터벅터벅 아차산 주차장을 지나 중곡동 마을에 당도하니
맑고 투명했던 마음에 희뿌연 삶의안개가 내려앉음을 느낀다.
이곳이 내가 가는 삶의 현장인가?
이곳이 내가 있어야할 삶의 터전인가!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내 삶을 찾아간다.
주늑들지 말자!
지치지 말자!
성실하게 임하자!
열심히 한결같이 임하자
아자!
아자!!
아자!!!
산에서 느끼는 일요일 오후 세시간의 여유!!
4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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