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마산 암릉에
만개한
소담스러운 설화,
양 뺨따구니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얼얼한 바람,
비로소,
아련한 기억 저편
소맷자락 반질반질
콧물로 얼룩진
혹한의 한겨울,
손가락 끝이
깨어지는 동통을
호호 불어 겨우
삭이며,
얼음판 위를
동동걸음 했던
그 매서운
동장군 위세에,
꽁꽁 언 발
옴짝달싹 못한 채
밤낮 없이
쉬~잉 슁~
휘파람을 불어대던
전신주 신음 소리,
기나긴 밤
홀로 지새시며
목화솜을 자시던
울 엄니를 대신해
밤새는 줄 모르고
위~잉 윙~ 울어주던
구슬픈 물레 소리,
의지할 곳 없는
청상의 울안에
쌔근쌔근 잠든
어린 네 남매의
홑껍데기 같은
이불 속까지
시도 때도 없이
넘보던 삭풍도,
오죽 짠하고
안타까웠으면
구멍이 송송한
울 어머니 가슴만
속절없이 쾅쾅
쥐어패다가,
파르르~ 파르르~
자지러지던 서글픈
문풍지 소리가,
아차산 몬당을
단박에 넘어와
이제 막 들이닥친
한파와 함께 뒤섞여,
눈물인지 콧물인지
그리움인지 모를
심금 주머니에
구멍을 내
자꾸만 손을 올려
소맷자락을 꾹꾹
눌러 찍습니다.
2022년 12월 17일
삶의 이야기/용마산 & 아차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