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진
가마솥처럼
여전한
한증막 열기 속
풀숲에
서성이는 건
낯선 바람이
틀림없다.
채
깨어나지도 못한
예민한 가을 손
이미 바람 냄새를
알아차린 듯,
제 몸 하나
추스리지도 못한 채
신음소리처럼
가냘픈 곡성을 낸다.
저처럼 시작한
애처로운 곡성은
날이 가고 밤 깊을수록
애절한 통곡이 되어
달님과 별님의
밤샘 눈물 자아내
방울방울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이 될 테고,
진초록 숲을 적신
방울방울 아침이슬은
해님의 노을을
한껏 품은채
시뻘겋게 닳아 올라,
내 가슴이 짓물러져
응어리진 설움까지
남김 없이 불을 싸질러
불꽃처럼 타오르리라.
언제나처럼
잠시 또 그렇게
낯선 바람은
또다른 바람을 불러와,
또 한 세월의 강을
잰 듯 건너뛰어
어느 낯선 간이역으로
홀연히
데려가 줄 것이지만,
이내
통곡이 멈추고
마침내 세월의 강을
건너고 나면,
비록
한물간 노객일지라도,
연식보다 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마음 한켠
자그마한 여백 한 칸
내어볼 수 있기를!!~
2022년 8월 21일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