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박차고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날,
자리를 박차고
홀연히 일어나
밖으로 나섭니다.
괴질과 전쟁으로
피폐한 이 세상에
희망을 저버린 듯,
봄비 끝에 비죽이
꽃잎을 내민
도심 목련꽃이
몽우리 채 시름시름
생기를 잃어가고,
서둘러 꽃을 피운
용마산 진달래도
자가 격리 중인 듯
해쓱한 모습으로,
바람을 앞세워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파르르 몸을 떱니다.
모처럼,
투명한 햇살
살가운 바람에
연무가 사라진 도심은,
돋보기를 보는 것처럼
빌딩숲 골목길까지
확연히 드러나 보이고,
흐릿한 기억 속
어느 한 세월 모퉁이
청춘이 머물던
그 자리엔
마치
거울 속을 보는 것처럼
맑고 뚜렷이
그 시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