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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산 초상

친구여~
님이시여~

우린
죽어서 말고
살아생전에,
환갑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장례식을 미리서
함께 치뤄둠이
어떨까 싶소만?

서로 마지막처럼
한번이라도 더
진정히 얼굴 보며
살갑게 정 나눔하고,
송별식을
하는 것 처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미리 나눠둔다면,

어느 날 언제든
이 세상 마지막
떠나가는 길이
쪼끔은 더
가볍고
홀가분하지 않겠는지?

죽어서 영정앞에
술을 권한 들 알겠으며
죽고나서 꺼이꺼이
통곡한들 무슨 소용일까?

우리 살아온
그 인연이 얼마고
겹겹이 쌓아온
그 추억들은
또 얼만데?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다시는 못 올
북망산천 길을,
홀연히
훌쩍 떠나기엔
너무 허망하고
슬프지 않겠는가?

유통기한
만료시점 되도록
쎄빠지게 살아온
세월도 허탈하고,
이처럼 하릴없이
따박따박
나이 묵기도
서러운데?

우째?

부줏돈
3만원 정도면
우리 마지막 길
술 한잔 나누고
노잣돈까지
꽁쳐가기에
그다지 부족함은
없을 것이고,

장소야 뭐
마지막 자릴테니
근사하면 더
좋을 것이지만,
우리끼리 나눌
작별의 자리이니
고즈넉한 곳이어도
나쁠 건 없잖은가?

때야 엊그제처럼,

꽃보다 고운
마지막 단풍잎이
화려한
비상을 시작하는
새털처럼 가볍고
쨍한 날이었음
좋았을 것이지만,

첫눈이
겨울나무에
눈꽃을 피우고
가을 잔해 더미 위에
표백을 시작한 때
눈꽃 융단길이
하늘과 맞닿은 날도
이 또한
좋지 않겠는가?

꽃피는 춘삼월
목련이 상복을 입을
어느 봄꽃 고운 때
바람처럼 휙
떠나기 좋은날도
있긴 할테지만,

우리가 이젠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한정된 기한에
꽉 찬 연식이고 보이,
시간이 그다지
넉넉치 않음을
행여 잊지말고
십분 감안하여,

그대 벗님께서
허락하시는 날을
우리의 초상날로
기꺼이 정할테니,
엔간하심
때 놓지지 않게
넉넉한 날,
우리 초상에 함께
조문하셔
장례잔치를
벌이지
않으시려는가!!

그동안
함께 버티고
살아낸 시간에
사랑과 위로를
나누고,
변함 없이
함께 이어온
고운 인연에
감사의 축배를
올리며,
여보게~ 친구를
함께 부르며
뜨거운 영혼으로
거듭나,
한자락 권주가에
행여 있을
서운함일랑 잊고,
마지막 상여가에
우리 스스로 곡하며
서로의 저승길을
함께 위로하며
예행연습처럼
걸어봤음 좋겠으이~

이 세상에서의
소임을 다하고
돌아가는 자리이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환송식이 아니겠는가?

돌아가는 길엔
순서가 없다 하였으니
누가 먼저든
귀천하는 그날까지,
지금처럼 변치말고
맘 기대며 오가다가
그 날이 오거든
미련여한 없이
훌훌 털고 훠이훠이
돌아가시오세!!~


2021년
돌아갈 종점 앞에서
(장례식장)


https://youtu.be/Ul9R9URsc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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