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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청승맞은 산행




















바듯한
긴장감으로부터
피로감을 핑계로
귀성길을 물린 채,

깊은 잠에서
불쑥 깨어나
마치 취잠의 시간을
되돌리려는 것처럼,

익어가는 가을의
늦은 한낮 오후,

대명절
추석 언저리에서
청승스레
산으로 갑니다.,


어느덧
소슬한 바람이
산자락을 파고들고
그 낌새를
벌써 알았는지,

한여름 내내
극성스럽던 매미는
누군가가
내몰지 않았어도
살며시 물러나
방을 빼 나간 듯하고,
가녀린
풀벌레 소리만
설움 커가는 가슴을
찧고 패댑니다.

어느새 금방
뉘엿뉘엿
하루 해가
서녘을 넘보고,
거울 속 처럼
선명하던
도심 속으로
은근슬쩍
땅거미가
스며들고 나니,

강동을 넘어 저만치
하남 검단산 위
옅은 구름 사이로
살포시 얼굴을 내민
추석 앞둔 보름달이
웃는 듯 손짓하듯
내 발길을 붙듭니다.

"에라~
마침 잘 되었다~
달님과 함께
놀다가 가볼꺼나~~"

대성암 뒤
암반 위에
자리 펴
달님 마주하니,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듯이
구름 속에 숨어
까꿍질을 합니다.

그 놀음을 시샘하듯,

어둠이 짙어가는
인적 하나 없는 밤
산길 잃고 헤매는
어느 길손의 훼방에,
인도 차 서둘러 
자리를 걷고
대성암을 지나
밤길 재촉하니,

화들짝 놀라서
헐레벌떡
고구려정까지
쫓아오던 달님께서,
이제사 사정을
파악했단 듯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달님 맞이 객 틈 속에
살며시 끼어
팔각정을 함께 노닙니다.


2021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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