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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굴지리


어둠이 짙어갈수록
서글픔 또한 깊은 것은
이곳으로부터 시작된
고질병의 도짐 탓이리라. 

설움에 눈물겹던
소쩍새의 울먹임과
초롱초롱 사연을 간직한
무수했던 별 무덤이, 

봇물 넘친 
물소리를 동반한 채
수 세월을 
훌쩍 넘고 달려와,
낚싯대 드리운 
검은 수면에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키는, 

달도 별도 없는
까만 밤을
뜬눈으로 하얗게 지새우고
먼 세월 속
긴 아픔을
못내 삭이지 못한 채, 

************************** 

내 속을 꿰뚫고 있는
형 꽁무닐 쫓아서
굴지리를 스쳐 지나며 
구석구석을 더듬는다. 

긴 밭고랑 빼곡히
조롱조롱 참깨꽃이
그 어느 한여름을 
생생하게 기억케 하고, 

담벼락 앞 다소곳이
정숙한 미소 접시꽃,
외진 저만치 꼰지발선 채
미소를 짓는 도라지꽃, 

아득한 세월
저 먼발치
그때 그 소녀를 
보는 듯 반갑고,
청순가련
분홍 꽃 매무새
뭉클뭉클 
서러움이다. 

백일홍이 
해처럼 웃기 시작하면
여름도 깊었던 것을,
해를 닮아가는
백일홍 미소에
내 회한이 깊고, 

그 소녀의 
설움을 기억한
백일홍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쑥 빼 들고
해 바라기를 시작하는
유격장 어느 펜션 앞
해바라기꽃도 서럽다.


2021년 7월17,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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