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어갈수록
서글픔 또한 깊은 것은
이곳으로부터 시작된
고질병의 도짐 탓이리라.
설움에 눈물겹던
소쩍새의 울먹임과
초롱초롱 사연을 간직한
무수했던 별 무덤이,
봇물 넘친
물소리를 동반한 채
수 세월을
훌쩍 넘고 달려와,
낚싯대 드리운
검은 수면에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키는,
달도 별도 없는
까만 밤을
뜬눈으로 하얗게 지새우고
먼 세월 속
긴 아픔을
못내 삭이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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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을 꿰뚫고 있는
형 꽁무닐 쫓아서
굴지리를 스쳐 지나며
구석구석을 더듬는다.
긴 밭고랑 빼곡히
조롱조롱 참깨꽃이
그 어느 한여름을
생생하게 기억케 하고,
담벼락 앞 다소곳이
정숙한 미소 접시꽃,
외진 저만치 꼰지발선 채
미소를 짓는 도라지꽃,
아득한 세월
저 먼발치
그때 그 소녀를
보는 듯 반갑고,
청순가련
분홍 꽃 매무새
뭉클뭉클
서러움이다.
백일홍이
해처럼 웃기 시작하면
여름도 깊었던 것을,
해를 닮아가는
백일홍 미소에
내 회한이 깊고,
그 소녀의
설움을 기억한
백일홍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쑥 빼 들고
해 바라기를 시작하는
유격장 어느 펜션 앞
해바라기꽃도 서럽다.
2021년 7월17,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