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 차
고향 길 달린 끝에
때 맞은
형님 저녁상에
약주 첨한 일잔 술로
훈훈한 위로와
격려를 나누며
공경과 존중의
형제애 쌓고,
곧장 처가로 이동
도착인사 여쭙고,
준비 해놓으신
각종 주, 부재를 배합
고춧가루 부어넣어
속재를 만든 다음,
마당 와상에
차곡차곡 겹쌓인
절임배추를
방안으로 들여다
밤샘 버무리며
동기간 우애 다지고
가족 간 긍지감
드높이고,
해님 나기 바삐
선영 찾아나서
노심초사 끝에
무사 외할배 됨을
막걸리 잔 올려
감사고하고,
11개월여
근심걱정 끝
산 폐문 마무리에
서운 섭섭함
내려놓고 나니,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고
만천하의 모든 것이
온통
감사할 것뿐이라~~
고향의 눈 익은
만추의 산야에
뜨거운 추억들이
만져질 듯 선하고,
고향바람
전하는 한겨울 소식에
설레는 가슴
희열 반,
설움 반이다.
한 해 동안 내내
일용할 양식
쌀가마 선물 받아
적재함 그득히 싣고,
밤새워 버무린
김장김치 챙겨
쌀가마 뒷줄에
빼곡히 줄 세워,
공간마다
끼우고 채운
향토 먹거리로
포식한 애마를
가뿐히 몰아,
고향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하는 마음이
더없이 고맙고
감사하고~
한없이 기쁘고
은혜로우며,
바람처럼 가뿐하고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하다.
용방을 지나
산동을 넘어
남원 인근에
이르기까지,
도로변 양측
가로수 줄 지은
산수나무 및
밭뙈기마다
알알이 불꽃인
산수나무열매가
마치 겨울을 기다려
피어난 꽃처럼,
이른 봄에 보았던
홍매화가
맺혀있는 것 같은
기품스런
한겨울 운치를
만끽하며,
예전에 즐겨 다녔던
구도로의 정경을
느긋하고 여유롭개
드라이브 하다,
문득 29일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소박한 이벤트를
계획하며,
느릿느릿 서행하면서
때늦게 남은
들국화라도 꺾어
가을 풀 곁들여서
즉석 꽃다발 만들어
속내까지 꺼내
넌지시 내밀며,
그동안의
함께한 삶을 위로하고
36 번 째 결혼기념일을
자축이라도 하고파,
아내가 눈치 챌까
조바심치며,
고속도로를 피해
지방도로변을
두리번두리번,
남원과 임실을 지나
전주 시내를
지날 때까지,
행여나 하고
제철 꽃 찾아
시골길투어를 해보지만,
들국화는커녕
꽃집마저 하나 없는
삭막하고 인적 드문
길 위에서
하는 수 없이
계획을 포기한 채,
값싼 말 속에
진정한 뜻을 담아
애정하는 마음을
대신하여 전함에,
깜빡 잊고 있었던 듯
약간은 상기하는 듯한
표정의 시선과
마주치려는 찰라,
그 순간 때마침
전주 나들목 인근
어느 마을 앞
화단 모퉁이에,
진노랑 서광 꽃 무덤이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화들짝 피어있는 모습이
시야를 스치는 순간,
급히 속도를 낮추며
멀찌감치 안전지대에
애마를 세우고
되돌아서,
지나왔던 길을
재빨리 뛰어가
서광 꽃 몇 송이에
강아지풀(?)
서너 송이를 꺾어
나름 예쁘게 서로 맞대
합쳐 묶어 맨 후,
차 안으로 훌쩍
한걸음에 돌아와
향기마저 물씬한
꽃다발을 내밀어,
오늘을 잇게 해준
그동안의 노고와 사랑에
자축과 감사의 뜻을
표해보지만,
달갑지 않다는 듯
받았다가 곧장
다시 되돌려주는
시큰둥한 반응에,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역시 우린
예나 지금이나
아직 넘지 못하는
삶의 정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
재확인한 채,
전주톨게이트를
볼통스레 통과
애마의 가속페달에
화풀이 아닌
화풀이를 해대며
고속도로 위에
악을악을 써대듯
엔진소리를 높인다.
그도 잠시
밀고 밀리는
고속도로 체증에
우회도로를 찾아
돌고 또
돌기를 거듭한
네 시간여 끝에,
그 씁쓸한 마음이
다 문드러지고
볼통스런 마음인
삭은 듯 무뎌지고 난
이후에야 겨우
동탄에 무사도착,
향토먹거리들을
가지가지 풀어
손에손에 나눠들고
딸아이 집에 이르러,
아슬아슬 조마조마
열 달 동안을
무사히 견디고
지켜낸 끝에,
이 세상과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와준
소중하고 사랑스런
귀둥이 외손주와
귀하고 특별한 인연의
뜻 깊은 그
첫 대면에 마주하며,
딸아이와 사위의
분신이자
두 가문의
인연을 완성한
새 생명과의
첫 눈 맞춤,
참으로 애틋한
기쁨이고
참으로 신비한
설렘이 아닐 수 없다.
이목구비를
뚜렷이 갖춘
준수한 외모의
앙증스런
꿈틀거림이
내 가슴 안으로
쏘옥 깊이 들어오며,
만감이 교차하는
뭉클한 가슴으로
사위와 딸을
차례로 안아
등을 토닥여
그 장함을
격려 치하하고,
귀둥이의
작고 여린 예쁜 발을
사랑스레 어루만지며,
이 넘과 나의
앞으로 전개될
또 하나의 귀중한
인연으로 하여금
남은 한정된 시간에
무한 행복을 예감,
손주 손녀 보는 맛에
나이 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주변 할배들의
부러움을,
내게도 비로소
그 누림이
허락되는가싶어
흐뭇함을 못내
감추지 못한다.
빼어날 “수”
빛날 “휘”
“수휘”라 이름 하니,
빼어나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는 것 하나,
함께 있다는
그 존재감
하나만으로
충분히 족하는,
빛나는
나의 손주 “윤수휘”
“휘”라고 불러 주꾸마!!~
내 아이들한테
품었던 욕심과
기대와 바람 따윈
이제 결코
품지 않으리라.
내 욕심으로 하여금
아이들한테
흠뻑 못 다준 사랑까지
이 넘 한테 덤 얹어
아낌없이 쏟아주며,
너그럽고
품 넓은
자상한 할배가
기꺼이 되어 주리라
내심 약속하며,
안아달란 듯
기를 쓰는
앙증스러움에
주체를 못한 채,
어설프게
두 팔로 부둥켜
조심스레
가슴에 안아,
행여 불편할세라
표정을 살피고
엉거주춤
발을 굴리며,
오야오야~
우리아가~
외할배가
안아 주꾸마~
자장자장
우리아가~
우리 애기
잘도 잔다.
묵고 자고
묵고 놀고~
무럭무럭
자라나서~
우리 휘랑~
외할배랑~
재미지게
놀아 보꾸마!!~
자장자장
우리아가~
어화둥둥
우리 휘야!!~
2020년 11월
27~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