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봄의
흔적마저 지우려는가?
가는 봄 아쉽다는 척
시늉이라도
내보려는 것인지?
봄에 대한 정중한
작별인사를 고 하련 듯
빼앗은 봄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려는 양,
연둣빛 신록에
초록물감을 덧칠하는 것처럼
슥삭슥삭,
은밀한 귓속말로
마치 어르고 달래듯
속닥속닥,
어젯밤부터 내린 비가
괜스레 내 가슴 밑바닥까지
흥건히 적십니다.
아득한 어느 옛날
마을 구판장 선술집에서
한두 잔 오가는 막걸리 잔에
마음 닮아버린 영혼들,
먹먹한
내 그리움의 끝에
늘 애잔함을 동반한
나의님들과 함께하는,
나 혼자만의 가슴 촉촉한
가랑비 내리는 우산 속입니다.
2020년 5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