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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석류꽃

 

밤새

고향집 추녀

양철지붕을 두드리며

밤을 지새던 비는,

아마도

깊은 밤 몰래 숨어

사랑을 꽃피우기 위한

애절한 속삭임 이었던지?!!~

 

아침 성묫길 삼밭골

어느 밭두렁 모퉁이,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초록 가운을 두른 여인처럼,

물기가 흥건한 몸매에

붉은 꽃잎을 빼문 자태가

청순하다 못해

차라리 요염하다.

 

아득한 어느 세월 속

쿡 웃는 모습이 참하던

그 새침한 소녀의

도톰한 입술처럼,

생기발랄한

어느 앳된 여인의

청순미 넘치는

요염한 미소처럼,

 

머잖아 곧

저 붉은 입술에

기적처럼

사랑이 꽂히고 나면,

여린 가지를

한껏 늘어뜨려

운명처럼 붙들고

숙명처럼 흔들리며,

한여름 혹독한 폭염과

곧 닥칠 모진 폭풍우를

꿋꿋이 견뎌내고

간신히 버틴 채,

 

빛과 바람으로

보석을 빚고

비와 이슬로

피와 살을 불려,

속으로 안으로 차곡차곡

곳간을 채우듯이

쌓고 또 부풀려서,

다가올 그 어느 가을날을

가슴조려 기다리며

본능처럼 기억하고

열망할 것임이라.

 

 

2020년 6월 13일

성묫길 석류꽃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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