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 도심을 떠나 산으로 가는 오후, 빛나는 가을햇살에 눈이 부시고 창연한 하늘빛에 바람마저 곱습니다. 도심 가로수 은행나무 밑엔 이미 가을 지린 냄새가 질펀 하구요~, 그 가까운 바로 옆 인도 변 홀로 핀 한 송이 꽃 저와는 무관타는 듯 정색을 하며 손사래를 칩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다든가요? 행여나 재수 없어 견 변이라도 밟혔을까? 나 또한 얼른 걸음을 멈춰, 허리를 구부려 궁둥이를 치켜든 채 신발밑창을 이리저리 살피고는, 이내 고개를 들어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줄지어 선 은행나무를 빤히 쳐다봅니다. 그러는 잠시 순간, 가로수 대열과 도심빌딩 틈새로 보이는 짙푸른 하늘에 시선이 사로잡힌 채, 이탈하는 영혼을 쫓아 육신도 함께 따라 산으로 바삐 달음질을 칩니다. 파란 하늘 보고플 때면 산으로 달려갔던 것처럼 요. 용마산 능선 바위난간에 우뚝 서 하늘 우러러 한껏 팔 벌려, 바다 속처럼 깊고 계곡 물속처럼 새파란 하늘 한 아름 가슴에 품 안아, 짙게 고인 파란 물 지그시 껴안아 짜 내고, 초록이 겨워서 노을을 품어버린 산자락 살살 쓸어내려, 한줌 햇빛과 한줄기 바람과 함께, 어깨 멘 빈 배낭 벗어 홀쭉한 입 벌려서 주머니 칸칸마다 지퍼를 열어가며, 아직은 설익은 또 한 가을을 꾹꾹 눌러 담아 한가득 채웁니다. 2019년 9월 29일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