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를 감흥 키에
부족함 없는 오후,
진노랑 저고리 반쯤 벗은
도심 가로수 은행목,
색동옷 살며시 거두고
갈색 저고리 추스린 가을 산,
하늘 끝 깊숙한
가슴시린 공허,
그 하늘 향해
빈 손 치켜든
갈참나무의 처연함,
발밑에 바스락 거리는
낙엽의 애절한 속삭임,
앞가슴에 스쳐 부는
써늘한 소슬바람까지
눈물이 찡하도록
난 좋다.
다가올 겨울을 견디기 위한
처절한 비움이 아름다운,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초연한 대자연의 본능이 경이로운,
이맘 녘 이 가을이
가슴이 아리도록
난 좋다.
2017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