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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아내의 강원도 콧바람!!~

무슨 연유가 있는 것일까?

며칠 전부터 아내가 강원도 타령을 해 댄다.

못들은 척 외면하기엔 다소 좀 지나칠 만큼,

 

두 아이들의 의향이 궁금하여

금요일 퇴근 후부터 토, 일요일 까지 가족여행 삼을 시간이

어떠냐는 문짜(카톡)를 찍어 날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OK!!~

딸 OK!!~

곧 바로 아내한테 강원도 행 수락 결정을 문짜로 날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짜?”라고 답문이 온가 동시에

전화벨이 울리며 들뜬 아내의 음성이 귓전을 두들긴다.

혜영인 시간이 어렵겠다고 했는데,

확실 하느냐?

언제 출발할거냐?

어딜루 갈거냐?

뭣을 준비하랴?

.

.

.

등등

 

당장 떠나도 좋을 것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토욜 새벽 5~6시

강원도라 하였으니 정녕은 동해안 어디쯤 이면 될 테고~

물 끓일 수 있는 생활 도구와

컵라면 몇 봉지와 과일 약간 정도만을 준비 해 놓으라 이르고,

아들한테는 낚시도구를 챙겨두라는 문짜를 보내고 나서,

혹시 모르니 민박, 펜션을 예약해야 할까를 고심하다,

장소에 제약이 생길 것 같아 당일 현지서 결정토록 마음을 굳히고,

설사 현지 사정이 복잡하고 어렵다 하더라도 고생을

자처해봄도 시간 지나고 나면 다 고운 추억이 되려니 싶어,

그 생각마저도 아예 깨끗이 접기로 한다.

 

오후 퇴근 무렵이 되자

딸아이한테서 회사 일이 밀려 늦겠다며

출발시간이 너무 일러 좀 힘들고 피곤할 것 같다고

함께 출발하는 것은 어려울 테니 혼자서 좀 늦게

출발하면 안 되겠느냐는 문짜에

지체 없이

 

“딸!!~ 무리 절대사절!!~ 애쓰지 말고 그냥 집에서 푹 쉬라는

문짜로 딸아이의 부담을 덜어 주고 나서 아들한테도

아들도 부담스럽거든 동참을 안 해도 미안할 것 없다는 문짜에

아들 또한 약속이 잡혔다는 핑계로 자진 하차!!~

 

퇴근 후,

달뜬 표정의 아내에게 몹시 미안한 표정으로

“아이들은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겠다고 하네!!~”라고 하자

실망하는 표정으로

“그러면 못가는 거제 뭐?” 라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실망을 감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건성으로 TV를 보다

문득 달력에서 금요일(수,금 심야 운동 하는 날)을 확인하고

10시30분 운동복 차림으로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서 간단히

준비운동을 마친 후 뜀박질을 시작한다.

 

황물 상가가 즐비한 비좁은 인도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 차도에 드문드문 가로등 불빛마저

후덥지근한 열기를 더하는 한적한 밤 길~

발걸음에 호흡을 맞추며 속도를 더해간다.

신답육교 교차로에서 좌회 하여 신답역 사거리를 건너

제2 마장교에 이르자 숨이 멎을 듯 가파져 오며

심장이 터질 듯 벌떡거린다.

이 고비를 잘 견뎌 내야만이 비로소 숨이 골라진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청계천 최 하류 지천 변을 달리며

흐후훕!!~ 푸후우!!~ 후우훕!!~푸후후!!~

호흡과 속도를 조절한다.

 

시민의 여가선용을 위한 생활 체육 공간 및 편익 시설을 갖춘

잘 정비된 도심 하천변 자전거 및 보행로 좌측엔

각 지방 특산물을 소개하는 대나무, 매실나무 산수유나무가

그 푸르름을 자랑하며 도열하듯 키 재기를 하고

길 우측엔 잘 포장된 보행로를 따라

병풍처럼 청계천 하류 끝단을 가리고 선 갈대가

키를 넘게 우거져 마치 터널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깊은 산 속 한적한 오솔길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풋풋한 갈대 숲 냄새가 상쾌하기 그지없고 습하고 후덥지근한

밤공기마저 바람을 일으키며 볼을 간지럽힌다.

이마와 가슴에 땀방울이 방울져 흐르고

심장 박동과 호흡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다.

팔을 높이 휘저으며 바쁘게 걷는 사람,

드문드문 벤치에선 어둠을 틈탄 연인들의 사랑의 속삭임,

운동기구에 매달려 춤을 추듯 몸을 비틀고 흔들고

매달리고 하는 사람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용답역 근처를 지나 청계천 끝단 중랑천과 합류지점에

다다르자 심한 악취가 숨을 멎게 한다.

청계천 복원 공사가 여기에 와서 보면 실패 작 임이

여실이 드러난다. 인위적인 수원에 의한 억지스런 물 흐름이

여기 이 끝단에 까지 오는 동안 변질이 되어 폐수처럼

썩어 중랑천 물과 합류 되는 이 지점에선 휩쓸려

내려가지를 못하고 정체 되면서 항상 여름 갈수기 이맘때면

심한 물 썩은 냄새가 지나는 사람들의 코를 틀어막게 하곤 한다.

역한 냄새 구간을 속도를 내서 벗어나며 한양여대 쪽으로

다리를 건너 돌곶이 체육공원을 통과 돌곶이 돌다리에서

턴하여 내부 순환로 마장램프 구간 고가 밑으로 청계천

건너편 사근동 길을 접어들며 뛴다.

뛰는 동안 내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일상의 많은

생각 들이 여기 구간에 이를 때면 몽롱해지기 시작하며

그냥 그저 오랜 습관에 의해서 기계처럼 뛸 뿐이다.

온 몸은 땀으로 흥건하고,

호흡은 발걸음에 자동으로 맞춰져 들이 쉬고 내쉴 뿐이며,

스치는 가로등 불빛이 잔상처럼 남아 눈을 감아도

불덩이처럼 눈앞에서 어른거리며 형상화 되어가면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고가도로에 줄지어 선 가로등 불빛이 마치 하늘로 가는

통천문이 이 아닌가 하는 착각 속에 눈앞의 불덩어리를

쫓으며 배터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로봇처럼 걸음을

뛸 뿐이다.

 

여러 사람들 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리며

향긋한 쑥 냄새가 영혼을 깨우듯 코끝에 스며들고

갈대 우거진 청계천 수면이 어둠속 불빛에 반짝인다.

놀이 및 체육 시설과 농구, 배드민턴 코트가 있는

막바지 구간을 뛰고 있는 것이다.

남은 구간 800여m!!~

뜀을 멈추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아니 그냥 풀썩 주저앉아서 쉬어갔으면 싶다.

누가 명한 것도 아니고 정해진 것도 아닌데,

그냥 내 맘 내키는 대로 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철두철미 하려는 것인지 이젠 내 자신도 나를 모른다.

그저 수 세월이 습관처럼 길 들여졌을 뿐,

 

남은 힘을 다 쏟으며 스스로 규범한 마이웨이를

오늘도 어김없이 완주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심호흡으로 숨을 고르고

맨손 체조 운동으로 몸을 충분히 풀고 나서

약간의 근력운동 후 평행봉과 철봉을 오가며

균형운동을 마치고 온 몸에 힘을 빼고 다시 서서히

뒤꿈치를 든 채 가볍게 뛰며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

청계천을 건너다 말고

물속에 움직이는 시커먼 물체의 움직임에 짐짓 걸음을 멈춘다.

팔뚝보다도 훨씬 더 큰 잉어들이 오늘도 떼를 지어 이동하며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 낸다. 가만히 건널목 돌다리에

쪼그리고 앉아 갑자기 물을 끼얹자 잽싸게 흩어졌다가

다시 몰려드는 잉어 떼를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계단을 올라서며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깊은 어둠 속 보일 듯 말 듯한 별빛이 졸린 듯 깜박이고

새로운 또 하루가 도심 불빛 속에 준비를 서둔다.

용답역으로 가는 철로 변 뚝방 운동기구에서

마지막 운동을 마치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한다.

 

뛰는 동안 내내 마음에 걸렸던 아내의 표정이

다시 되살아나며 몇 번을 생각해봐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니지 싶어

강원도는 아니더라도 아침에 일어나 드라이브삼아

아이들이랑 나가서 외식이라도??

아니? 벼르고 벼르다 어렵게 꺼냈을 것을 그 콧바람을

콧바람답게 화끈히 좀 못 쐬어주고 딴청을 부린다면

그러고도 어찌 서방님이라 자칭할 수 있겠는가?

이리 저리 생각한 끝에

 

“좋다!!~ 내 기꺼이 화끈한 서방노릇 함 해 보리라!!~”

맘먹고 집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한다.

 

땀으로 흠뻑 젖은 에너지가 고갈된 육체

한발 두발 힘겹게 계단을 올라서 방문을 들어서자마자

냉수를 한 컵 받아 단숨에 목구녕 속으로 흡입한다.

꿈나라를 헤매던 아내가 인기척에 눈을 뜨며 일어나고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서 아내를 불러 마주보며

 

“무슨 일 있는 건가?”

“강원도 타령이 뭔가 싶어서?”

 

“뭔 일은 뭔 일?”

“그냥 아이들이랑 콧바람 좀 쐬고 싶어 그랬지 뭘?”

 

이제 일 없다는 듯 다시 잠 모드로 빠져 들고

난 잠을 이룰 수 없어 TV를 켜 놓고 채널을 돌려가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러하였으리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삶

어찌 마냥 즐겁고 신나고 만족스럽기만 하였겠는가??!!~

가끔은 무료함도 짜증스러움도 콧구녕 바람은 물론

일상을 탈출 새 세상을 넘다 보고픈 욕망도 있었으리라.

나 또한 이따금씩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세상 뒤편 어느 한적한 곳에나 있을법한 안식처를 동경하며

일상을 떠나고픈 열망을 어디 한두 번 품어 봤던가?

고개를 돌려 잠든 아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니

눈가의 자글자글한 잔주름, 푸석푸석 윤기를 잃어버린 피부,

삶에 푹 삭은 쉰을 넘어버린 여지없는 아줌마 모습이

점점점 크고 확연히 드러나 보이면서

일순간 죄인처럼 내 가슴이 오그라져 들며

측은하고 가엾고 미안한 마음에 애련과 연민의 깊은 한숨이

방안의 짓눌린 침묵을 흔들어 깨운다.

 

모처럼 아내가 무엇인가 변화와 전환의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시도와 노력에 통감하고,

그 기회를 아내만을 위한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리라는

결론을 내린 끝에 편안한 마음으로 아내를 이끌어

팔베개를 해주며 잠을 청한다.

 

 

2013년 6월 29일 (토요일)

 

느긋하게 늦잠을 즐기고 일어나는 아내더러

 

“그냥 우리 둘 만이래도 어디든 함 떠나볼까?”

 

“뭘!!? 애들도 다 못간다 했는디~ 우리끼리 가긴 어딜 가요?”

 

“그럼 당신이 넘 서운찮아?”

“이왕 맘먹은 일이니 언능 준비허소!!~”

 

아내는 그냥 떠 보려는 심산인줄 알고

그냥 무덤덤히 하던 일에 열중이다.

그때 아들의 요란한 계단 내려오는 소리가 난가 싶더니

벌컥 방문을 열며 이상하다는 듯

 

“아니 왜 지금껏 안가셨어요?” 라고 묻고

 

아내는 니들이 안 가는데 우리끼리 어떻게 가? 라는

표정으로 되레 아들을 쳐다보고~ 그때야 상황을 파악하고

 

“너도 갈 생각 있음 낚시 도구 챙겨서 잽싸게 내려와!!~”

라는 말에

 

아내와 아들이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뚱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다.

 

두 아이들한테는 함께 못 감을 덜 미안케 하려고

엄마아빠만 가면서 너희들한테 말없이 가면 서운해 할까봐

그냥 통상적인 절차 과정 이었다 했었으니 아이들은

당연 엄마아빠만 가는 것으로 이해를 했을 테고

아내는 아이들이 못가면 당연 자동 무산으로

생각을 했을 테니 그럴밖에,

 

눈치 빠른 아들은

 

“아녀요!!~ 전 약속 땜에!!~ 라고 얼버무리고,

 

아내는 그때야 감 잡았다는 듯,

주섬주섬 빨랫감을 챙기다 말고 웃음 띤 밝은 표정으로

싱글벙글 준비를 서둔다.

벽에 걸린 배낭을 내려 내 옷가지를 챙겨 담고

아내한테로 밀어주며,

 

“아무것도 챙기지 말고 그냥 속옷가지만 간단히 챙겨서

이 배낭에 담소!!~”

 

손 빠른 아내 금방 자기 옷을 챙겨 담은 배낭을 들쳐 메고

손가방 하나를 옆구리 꿴 채 곧장 따라 나선다.

 

혹시 모르니 경태네 쌀을 싣고 가자는 아내 말에

 

“묵은 김치는?” 라고 묻자

“김치는 가는 중에 맛이 변할 텐데!!~”

“오케이!!~” 끙끙대며 쌀 한 마대를 뒷좌석에 간신히

밀어 넣고 나니

 

10시 25분!!~

 

“자~당신이 가고픈 강원도로 콧바람 쐬러 떠나 봅시다!!~”

 

신바람 난 아내를 돌아보며 기분 좋게 출발 한다.

 

천호대로 광장 사거리서 강북 강변로를 타고 가다

언제나 국도 행을 고집했던 내가 모처럼 기분 한번

내 볼까 싶어 망서림 없이 서울 춘천 간 고속도로를 훔친다.

그 기분도 잠시 너무 호기를 부린 것에 화를 자초함 이었던지

꼬리에 꼬리를 물린 차량 행렬 늪으로 빠져들고,

라디오 교통방송은 설악까지 24Km 구간 정체라니

이 무신 신의 훼방이란 말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신이 나서 노래를 흥얼대는

아내의 흥겨움을 뒷전으로 흘리며 길게 물고 물린

틈바구니 속에서 몸살을 앓듯 진저리를 치다가

화도 나들목에 겨우 이르렀을 때 핸들을 꺾어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어렵잖게 46번 국도를 타고

오르며 비로소 느긋한 여유를 찾는다.

지, 정체를 거듭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긴 하지만

대성리를 지나 청평쯤에 이르자

지, 정체가 풀리고 낯익은 풍경에 정겨움을 만끽하며

날아갈 듯이 속도를 드높인다.

가평을 뒤로하고 강촌에 이르렀을 때,

 

“우리 점심은 춘천에 가서 닭갈비로 합시다!!~”

라는 아내 말에

 

“거 참 괜찮컷네!!~ 당신이 원하신다면 오케이시!!~

라고 맞장구를 치며 춘천 닭갈비 촌을 떠올린다.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갔었던 남춘천역 어디쯤을 예상하고

그 느낌을 쫓아서 가다보니 오래 전 기억 임에도 불구하고

온의동 오부자집 닭갈비집이 있는 그 때 그 명소가 분명하다.

느릿느릿 주차할 만한 장소를 찾고 있는데

맘씨 좋아 보이는 젊은 사장님께서 건너편 자기네 가게 앞

주차 공간을 어서 오란 듯 두 손을 모아 가리킨다.

주저 없이 중앙차선을 넘어 차를 바짝 들이대자

고맙다는 듯 씨익 웃어 보이시며 우릴 안으로 이끈다.

 

13시30분

 

“그때 아이들이랑 함께 왔던 곳 맞지?”

아내도 흐뭇한 표정으로 그때를 추억 해 내며 공감하고,

 

기름을 두르지 않고 순수한 채소와 뼈 없는 닭갈비만으로

자기 집 특별 요리를 맛보여 드린다 시며 치즈를 섞은

떡이며 직접 노지서 재배했다는 향 좋은 미나리 등등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아내와 다정히 얼굴 마주하고 앉아

양념과 야채와 닭갈비를 고루 비빔질 하며 아내에게 묻는다.

 

“콧바람 쐬겠다는 표현에 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

 

“아~니!!~ 그냥 얘들이랑 나가 본지 오래고~~”

“엄마 무릎 수술하시고 광양을 오가며 마음도 좀 그랬고~~”

“그첨저첨 바다 바람도 좀 그립고 해서!!~”

“근데 참 뜻밖이네??!!~ 우리끼리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디!!~”

“이렇게 나와서 보니 나도 참 좋으네!!~ 잘 했다 싶고!!~

“아이들이랑은 다음 또 나오면 되니까

이번은 우리끼리 잘 한번 놀아 보세!!~”

함께 환하게 웃으며,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닭갈비 요리에 젓가락질을 시작한다.

 

사장님께서 골라주시는 치즈 떡을 음미해보기도 하고

향이 찐하다는 미나리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오묘한 춘천 닭갈비 맛에 흠뻑 빠져든다.

금방 2인분을 부스러기 하나 없이 아주 깨끗이 해치우고

막국수까지 1인분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 후

슬며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계산을 하려는데 아내가 뒷주머니로 가는 손을 잡으며

 

“내가 계산할게요!!~”

“실은 주현이가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10만원을 줘서~~~”

 

“뭐라? 당신은 얘들 고생해 번 돈을 그렇게 덥석덥석 받는가?”

아내는 개의치 않은 듯 기분 좋게 계산을 마친다.

나 또한 딱히 기분 나빠할 일 같지는 않아서 못이긴 척 물러서

그러한 아내를 싫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서있다

현관으로 나와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 까지

마치고 흡족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오자(14:10)

심상찮은 초여름 날씨가 한여름 못지않게 그 열기를 쏟아내고

차 문을 열자 6월 끝 땡볕에 제대로 열을 받은 애마가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양측 문을 열어 열을 식혀낸 후

우린 연인들 못지않은 다정한 모습으로 동시에 차에 오른다.

딸아이가 마련해준 시커먼 썬글라스를 꺼내 한껏 들 폼을 내고~~

동해안 쪽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쫓아 동쪽으로~ 동쪽으로~~

화천을 지나 양구를 넘어 인제 원통으로 달리고 달리고~~

속초와 양양으로 갈리는 삼거리 길에 임박하여

 

“속초로 갈까요??~“ 양양으로 갈까요??~(유행가처럼)

 

“속초!!~”라는 아내의 급 반응에 미시령(좌측) 쪽으로 고고!!~

 

설봉 펜션 앞을 지나며 아들 면회 왔을 때를 기억하고

그때 그 모습인 채로 변함없이 우릴 반기는 듯하여

감개무량함을 느끼며

 

“그때 그 사장 사모님이 지금도 하고 있으려나?”

 

우린 마주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백담사 입구를 지나자 금방 날씨가 변하며

하늘에선 운무가 쏟아져 내리고 차창 유리엔 안개비가

땀띠처럼 묻는다.

 

 

미시령 터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여긴 영판

기후가 딴 세상이다.

소름이 돋는 선선함에 에어컨 스위치를 끄고

차창 문을 활짝 열어 천애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킨다.

즐거워하는 아내의 환한 표정에 더불어 흐뭇함을 만끽하며

십 수분 여를 달린 끝에

우린 마침내 속초 동명항에 애마를 세운다.(17:00)

 

팔짱을 꼭 낀 채로 활어 상가를 돌아보고

영금정에 올라 시원한 바다바람으로 콧구녕을 소제하며

등대 전망대를 헉헉 대며 기어올라 속초 시내를

한 눈에 넣고 속초 앞바다를 한 가슴에 품으며

일상의 눅눅함을 말끔히 털어 후후 날려 보낸다.

아내를 폼 잡게 하여 사진을 찍고

멋스러운 속초 전경을 폰 카메라에 담아

두 아이들한테 보내며 은근히 자랑을 일삼기도~~~

천진스럽게 즐거워하는 아내 모습은

참으로 이쁘고 사랑스럽다.

 

 

“각시!!~ 언젠가 물회가 먹고 싶다지 않았는가?”

“오늘 저녁은 물회 어때?”

 

“물회? 좋아요!!~”

 

“그럼 아직 저녁 식사 시간은 좀 이른 듯하니

시간도 보낼 겸 구경도 할 겸 대포항으로 갈까?”

 

“서방님 맘대로 콜!!~”

 

우린 곧장 대포항으로 가기위해 차에 올랐다가

방향을 잘 못 들고 차를 돌리려다 문득 장사항 이정표를 발견하고

 

“장사항 콜??!!~”

 

“오케이!!~”

 

순간순간 즉시즉시 맘이 통함에 뿌듯한 행복감을 느끼며

그다지 멀지 않은 장사항에 도착하여 항 주변 탐색에 나서는데

너무도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 서둘러 걸음을 돌려

애마를 독촉 대포항으로 향한다.

 

 

예전 같지 않은 한적한 주차장에 애마를 쉬게 하고

포장마차처럼 즐비했던 상가 골목을 접어드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포장마차 형 가게들은 오간데 없고

그 발 디딜 틈 없던 인파들마저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그저 덩그런 신축건물들이 줄지어 공사 중인 채로

몇몇 손님을 밀어내고, 줄 서서 기다리던 그 명성 높은

새우 튀김집도 사라져 버렸고 하여 실망을 금치 못하며

허탈한 마음으로 조금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는데,

신축건물 넘어 새 건물로 새 단장을 하고 새롭고

깔끔해진 모습으로 밀려드는 손님을

예전처럼 불러들이고 있다.

 

“그럼 그렇치!!~”하면서 우린 두 손을 꼭 잡고

 

활어와 사람들로 활력이 넘쳐나는 상가를 여유롭게

구경하며 상가 끝까지 구석구석 눈요기를 마치고

그 더 안쪽 까지 유심히 살피는데,

그야말로 포장마차 형 활어 난전이 멀지 않은 곳에

또 있는 것이 아닌가?

 

“저기로 가서 물회 집을 함 보세!!~” 아내를 이끌고

발걸음을 옮겨 이 곳 저 곳을 살피다가

“어!!~ 저기 물회 전문집이!!~

우린 끌리듯이 혜숙이네 물회 전문집으로 들어가

물회를 주문하고 나니 2인분 3만원 이란다.

약간 쎄다 싶었지만 전문집이라 그러려니 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기다리는데 그 기다리는 만큼

기대에 영 못 미치는 것 같았다. 공기 밥은 좀 있다 내 온다더니

거의 비울 무렵에야 다른데서 공기를 배달시켜서 오고~

간은 전문집이 무색할 만큼 무덤덤하고~

손님 대하는 태도 또한 서먹하고 건조하기가 그지없고~

 

아내는 그래도 국물까지 다 비우며

 

“언젠가 고성에서 먹었을 땐 참 개운하고 맛있었는디~~”

라며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별 불평 없이 맛있게 먹어주는 아내가 고마워

군소리 없이 가게 문을 나서며

“잘 기억해 뒀다가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 간판을 다시 본다.(19:55)

 

문득 쌀 마대를 기억해 내고

 

“경태네 전화를 함 해봐야겠는데!!~”

 

아내도 넘 늦었다며 화들짝 놀라고

얼른 핸폰을 꺼내 통화를 시도하는데

신호음은 가는데 받지를 않는다.

 

“벌써 자는지 전활 안 받네!!~ 라며 전화를 내리자마자

신호음이 들리며 진상이 임을 알린다. 기분 좋은 호탕한 음성으로

 

“반갑다 마이 베스트 프랜드!!~”

회사에서 동료들과 설악산 대청봉을 등산하고 내려와

동료들과 맥주한잔 하고 있다며 우린 도대체

언제 얼굴 보는 거냐며 대뜸 볼멘소리다.

 

실은 지금 속초에 와 있는데 시간이 어떤가 싶어

전화를 했다고 하니 놀란 듯 무슨 소리냐고

지금 당장 양양으로 날라 오라며,

자신도 술좌석을 마치고 집으로 가겠다며 경태엄마한테

전화를 먼저 하고 빨리 양양으로 출발하라 난리 법석이다.

이곳저곳 더 돌아보고 여기서 보내다 낼 아침에 갈 테니

우리 염려하지 말고 볼일 보라고 아무리 이해를 구해도

불통하여 아내더러 경태엄마께 전화를 드리라 하는데,

계속 전화를 해오며 출발했느냐? 말이 되는 소릴 하라며

경태 엄마까지 경태가 친구 집에 가고 없어

방이 비어 있노라 시며 빨리 넘어오라 덩달아 성화시다.

일단 알았으니 그리 알라 진정케 하고 아내와 일정을

상의한 후 아이들 선물용 및 경태네 가정방문용으로

닭강정에 낙점하고 중앙시장으로 향한다.

 

 

행여나 모를 미소님의 파자마가게가 거기 어디메 쯤인가 싶어

묘한 설렘과 한가닥 기대를 품고.................................

 

생각과는 달리 중앙시장은 대단히 넓고 크고 웅장하다 못해

사람을 긴장시킬 만큼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손 마다마다 들려져 나오는 닭강정 포장박스를 보며 놀라고

9시면 문을 닫는다는 소리에 핸폰 약정 20시40분에 또 놀라고~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대부분 가게는 영업시간이

끝나 있음으로 길게 줄지어 선 행렬 끝에

당연히 여기리라 싶어 줄 꼬리를 잡고 서서 9시가

지나면 정말 구매 할 수가 없는 거냐며

다급히 물으니 한사람 당 세 개씩만 구입이 가능 하다느니~

시간이 다 됐다느니~ 이런 난리가 없다.

언뜻 오가는 대화가 이상하고 다들 닭강정 포장박스를

손 마다 하나씩 들고 서 있는 것도 이상하여

 

“여기 닭강정 파는 곳 아닌가요?” 라고 물으니

그 손님 놀란 듯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닭강정 집은 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여긴 호떡 파는 집이라나 뭐라나~~

가리킨 곳을 향해 불이 나게 뛰다시피 상가 몇 곳을 돌아서 가니

그 유명하다는 닭강정 집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예상보다 다소 짧으막한 줄에 합류 후 겨우 간신히 두 개를

구입하여 하나씩 나눠 들고 나오며 서로 쳐다보며

멋쩍케 웃는다.

나오면서 보니 닭강정 집이 그렇고, 호떡집은 더 그렇고,

무슨 파전인지 부침인지 그 곳도 인파가 줄지어 섯는 걸로 보아

속초 중앙시장은 그야말로 명품 시장!!~

명물의 시장!!~인 듯싶다.

 

끝없이 울려대는 친구의 전화에

이제 곧 출발하니 조금만 기다리라 전하고

서둘러 양양으로 향한다.

모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음에 우린 마냥 행복해 하며 서로에게

무한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만함을 느낀다.

 

마침내 내비게이션 아줌마께서 목적지 도착을 알리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며 도착을 전한다(21:50)

술좌석에서 지금 빠져 나오는 중이라며 경태 모친께서 집에

있으실 거라고 하여~~아내가 경태 모친께 전화를 하는데

경태엄마 또한 외부에 계시다는 소식에 마침 잘 됐다싶어

 

“각시 그럼 쌀 마대를 경비실에 맡기고 나갔다가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염려마시고 일 보시라고 하셔!!~“

 

친구한테도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알리니

노발대발 난리가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로 부담과 불편을 줄이자 싶어

차를 세우고 경비실을 찾아가 보니 불만 켜져 있고

문이 잠겨져있다. 단지 내에 있는 수퍼마켓에 들러

경비 아저씨를 찾는데 소재파악이 안되시고,

친구로부터 전화는 빗발치고,

그야말로 진퇴양란이 곧 이 아닌가?

아파트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찾아도 경비아저씬

오리무중!!~

30여분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다린 끝에 하는 수 없어

 

“각시!!~ 일단 나가서 숙소를 함 찾아보는 것이 좋겠는데~”

 

차에 시동을 켜고 막 아파트 정문을 나서는데,

잠시 주춤하던 친구의 전화가 다시 또 시작이다.

숙소를 정하고 연락을 한다 해도 막무가내로 화를 내면서.................

짜증 반, 미안한 맘 반으로 숙박업소를 찾아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려 막 큰길로 올라 속력을 내려는 참인데

아내의 휴대폰이 울리며 경태엄마의 다급한 음성,

말도 않돼는 소릴랑 말고 지금 막 집에 들어와 있으니

얼른 집으로 들어오라 시는~~~

신경질 적인 내 반응에 아내도 입장을 바꿔 생각 해 보라며

이렇게 가는 것이 더 예의가 아닌 듯하니 다시 돌려가자 하고,

하는 수 없어 양양 읍내를 한 바퀴 돈 후

다시 아파트로 돌아온다.(10:25)

 

웃음 한가득한 경태엄마의 반가운 맞음에

금새 불편한 심기는 사라지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과일을 챙겨 내오시며,

 

“아무리 그래도 여까지 오셨다 그냥 가는기

말이나 대것쓰요?“ 라시는 말씀에 서로 유쾌히 웃는다.

 

잠시 후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친구가 초인종을 눌러대며

“마이 베스트 프랜드”를 외치다 문이 열리자마자 두 팔을 벌려

그저 반가워 못 견디겠는 듯 호들갑스런 인사를 나누며

이어서 술판이 시작 되고, 약속이라도 했던 것처럼

이내 곧 수 세월을 거슬러 가며 께복젱이 시절부터

군대 시절에 이르기 까지 우리들의 그 특별했던 추억을

수 천 번을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런 이야기를

처음 나누는 것처럼 또 그렇게 시작 한다.

친구는 전주가 있는 고로 맥주 두 깡을 제 몫 삼고

제법 병이 큰 양주 한 병을 경태모친과 둘이서

바닥을 보고 나서야 술잔을 내려놓는다.

 

그렇게 새로운 또 하루를 맞이하며

밤 깊은 줄 모르고 이어지는 이야기도 까만 어둠 속에

그 흥이 서서히 묻히고 서로의 피곤함 또한 컷던 탓인지

자정을 훨씬 지나고 나서 자리를 물린다.

우리 부부의 극구 사절에도 불구하고

객들이 안방 차지를 한 채,

신세짐을 내 집처럼 미안해하지 않아도 좋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가슴 깊이

뿌듯한 행복과 무한 감사를 느끼며

침대에 마련된 침구를 방바닥으로 내려서 펼치고

아내를 이끌어 팔 베게 해 안으며 잠자리에 눕는다.

 

“각시 오늘 콧바람 션 했는가?”

“실은 강원도 타령에 무슨 사연이 있는가 싶어 내심

 긴장이 됐었는디 당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흐뭇허네!!~“

“바다를 보믄서 당신한테 허고 싶은 말이 있었는디~

 기냥 시방 여그서 해야것네~~”

“여직껏 고생고생하면서도 큰 불평불만 없이

 애써 살아준 것이 감사하고,

기냥 지금 당신 있는 그 대로가 난 참말 편하고 고맙고 좋네~~”

“다만, 행여 아직 내게 관한 섭섭한 생각이나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이젠 이만큼 이 나이 먹도록 살아왔으니

서로 이해하고 욕심 부리지 않고 좀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더 좋겠다 싶어 꼭 이 말을 해 줄라고 했었네!!~”

 

“우리가 내일 우리 집을 향해 돌아갈 때엔

혹시 품었던 서운함, 행여 모를 원망, 아직 못 채운

욕심이 남아 있다면 저 양양 시퍼런 바다에 몽땅 다 던져주고,

텅 빈 맘, 홀가분한 맘으로 그저 서로 향한 깊은 믿음 하나만

챙겨갖고 웃음서 돌아가새!!~”

“앞으로 내가 당신한테 잘 흘라네!!~”

“언제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 가는 그 날까지

당신한테 가장 소중하고 멋지고 존경 받는 남편, 한 남자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애씀서 살 테니

이 서방만을 믿소!!~”

 

힘껏 가슴을 파고들며 껴안고,

 

“여보!!~ 고마워요!!~”

“지금 만으로도 당신은 나의 최고의 남편,

최고의 애인이랍니다!!~”

 

행복으로 흥건한 양양 친구네에서의 밤이

우리 부부의 속삭임에 졸음을 쫓으며 새록새록 깊어간다.

 

 

6월 30일 (일요일)

 

아침때가 늦도록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다

눈부신 햇살에 이끌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경태모친께서 아침식사 준비를 서두시고

아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는데

친구도 급히 따라나선다.

차에서 쌀 마대를 끙끙대고 끌어내리자 친구가 화들짝 놀라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싣고 방으로 돌아와 주방에 내려놓자

웬걸 이렇게 가져왔느냐며 경태 모친 또한 안절부절 성화시다.

지난번 아들 주현이의 자전거 전국 일주 시 이 곳 경태네 에서

장마를 만나 4~5일 동안을 아들 녀석 친구와 둘이서 머물며

민폐를 진 것에 대한 보상으로 고향 농산물에 애착하는

친구의 향수를 생각하여 형님께서 농사지으신 쌀을

싣고 왔던 것이며 가끔 집에 오는 날이면 김장김치가

맛있다는 말을 자주 해 김치를 가져오고 싶어 했는데

정황상 김치는 가져 올 수가 없었던 것.

 

잘 차려진 아침상에서 황태해장국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어젯밤 오늘 아침은 강원도 식 만둣국을 맛보여

주신 댔는데 언제 이렇게 황태 해장국을!!~”

“시원해서 좋습니다!!~”

만두국은 저녁 메뉴라시며 기대하시라는 경태모친의 말씀에

친구는 못 먹어 줄 것이 그 만둣국이라며 손사래를 치는데,

우린 아침상 물리면 차 막히기 전에 곧장 떠날 것이라

말하자 둘은 동시에 무슨 소리냐며 모처럼 왔다가

그리 갈 것이며 뭐 하러 왔느냐며 절대 그리는 못한다니

무슨 수로 이들을 꺾겠는가?

일단은 식후 운동 삼아 양양 일대의 산들을 한번 둘러보고

오는 길에 법수치 계곡을 들러 오색약수터 근처에서

토종닭으로 점심식사 하는 것 까지가 오전 계획이라며

서둘러 식사를 마치라고 설쳐대기 시작한다.

아내도 내 눈치를 살피다 포기한 듯 급히 설거지를 마치고

이 들을 따라 나서고, 친구의 차 앞좌석에 친구와 나란히

뒷좌석에 두 여인이 나란히 앉아서 차를 타고 읍내

PX에 들러 생필품 및 식수 등을 구입한 후 금방 시내를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곧 꼬불꼬불 산행이 시작된다.(10:40)

멧돼지가 새끼를 몰고 출몰한다는 둥,

얼마 전엔 둘이서 두 시간 동안을 헤맸다는 둥,

아니나 다를까 말 끝나기가 무섭게 차 한 대 정도만

다닐 수 있는 비포장도로가 끝없이 이어지며

가끔씩 임도라는 글자 뒤에 숫자가 씌여진 푯말만 경계를

구분하고 말없이 서 있을 뿐 가도 가도 첩첩 산중이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꼬불꼬불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고구려 시대 때 산판에 동목 실어 나르던 제무시(지엠시)

차가 다니던 그 험한 산판 길을 승용차를 타고 탱크 흉내를

내면서 달리는 친구를 보니 무모하면서도 한편은 참 친구다운

용감무쌍한 산행이 아닐 수 없다.

평행선처럼 차바퀴 자국이 깊이 패인 그 가운데는

풀섶이 무성히 자라 빈 차로만 밀고 간대도

성치 못할 판인데 만만찮은 성인 4명이 탄 승용차의 무게가

오죽이나 하겠는가? 차 배 긁히는 소리가 불안할 정도로

위협적이지만 둘은 이미 경험을 했었던 터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저 신나고 즐거워

못 견디겠다는 표정이다.

 

“아이구야 이러다 경태네 애마 똥구녕이 다 까지겠다!!~”

넷이서 배꼽을 잡고 웃다가

 

눈앞에 펼쳐진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로 드높이 치솟아 있는 광경을 보면 그저 놀라서

 

“우~와!!~ 저것 좀 봐!!~ 얼마나 곧고 우람하냐!!~”

감탄사를 연발하고, 그 감흥만으로 부족하면

내려서 안아보기도 하다가 신령님께서 혹시나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산삼을 찾아보기도 하며,

 

 

가끔은 진흙 뻘 웅덩이를 통과할 때면 행여나 빠질세라

조마조마 맘을 조리기도 하고, 개똥쑥 인진쑥을

논하며 쑥대를 꺾어 코에 대고 쑥 향을 가늠키도 하며

부~웅 하고 차가 지나는 찰나의 순간에도

길 옆 산딸기를 발견하고

 

"산딸기다!!~를 외치면 금방 또 차를 세우고

우르르 몰려나와 터질 듯이 잘 익은 산딸기를

한 움큼씩 따 모아서 한입에 털어놓고는

탈콤한 맛 자연의 향기에 더 없을 행복을 만끽하며,

 

 

족히 두 시간여 동안

녹녹치 않은 삶에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축적된

마음의 응어리 들을 산의 신선함 속에서 육신을

헹구고 나니 날아갈 듯 가뿐하고 산뜻함을 느낀다.

 

내려오는 길에 법수치 계곡을 둘러보며

길고 깊은 계곡에 놀라고

구석구석 들어찬 펜션 시설에 놀라고~

두 아이들 제각각 제 갈길 가고나면 우리 제 2 인생의

삶 자리를 꿈꿔 보기도 하고 설계 해 보기도 하며

법수치 계곡을 샅샅이 훑어본 후 오색으로 향한다.(13;00)

 

방사한 토종닭이 차가 오거나 말거나

사람이 쫓거나 말거나 무반응 무신경이다.

하는 수 없이 차를 세우고 닭들을 몰아낸 후

겨우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식탁을 차지하고 앉는다.

일명 각두골에 예약을 했던 터라 곧 차려진 온갖

산나물 무침, 조림, 부침으로 우선 허기를 달래다 두어 번 씩

반찬 추가를 하고서야 먹음직스런 약 백숙을 내 오시며

여 사장님께서 나오셔서 경태 네와 오랜 단골 고객인 듯

인사를 해 오시고 며느리를 불러 딸처럼 인사를 시키시고

부족한 반찬을 이것저것 듬뿍 더 챙겨다 주신다.

기름진 방계에 손수 뜯어다 말리고 조리한 산나물 음식으로

달게 포식을 한 후 잔뜩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포만감에 만사 부러울 것 없을 표정으로 밖으로 나온다.

내리쬐는 6월 끝자락 뜨거운 태양 볕에 얼굴을 찌푸리며

흙탕물을 뒤집어 쓴 경태네 애마를 이리저리 세심히

살펴보고 신기할 정도로 멀쩡함에 고개를 갸우뚱 하며,

전쟁에서 돌아온 듯한 애마를 재촉하여 아파트로 돌아온다.(15:00)

떠날 채비를 서두는 우릴 주저앉히며,

요즘 남대천에 은어 낚시가 제철이라며 잠깐 쉬었다

낚시를 가서 은어 회 은어 튀김 맛을 실컷 보여주겠노라고

어르고 달랜다. 대사리(다슬기)도 많을 것이라며 아내를 꼬드기고,

어차피 시간상으로 지금 시간에 출발 한다 해도

차 막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 일 테니 맘 편히 쉬었다가

차라리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함이 현명한 생각 현명한 판단일

것이라며 “이젠 네 맘대로 하세요!!~ 하는 표정이니

어찌하겠는가?

 

“에라이~~나도 모른다!!~ 벌렁 소파에 널부러지고

아내도 깔깔 웃으며 채비를 멈추고 아이들한테 사정을 전한다.

 

우리가 빨리 가 줘야만 경태 네도 자신들 할 일을 할 수가

있을 테고, 좀 쉬기도 할 텐데 오히려 우리가 머물러 있음이

자기들한테는 즐거움이고 신나는 일이라 하니 한편으로는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하고 송구스러울 뿐이다.

 

잠깐 피로를 달랜 후 경태모친은 사우나 행~

아내와 나와 친구는 피곤에 곤죽이 됐을 애마를 또 다시

깨워서 남대천으로 내 달린다.(17:30)

뚝방을 내려서 낚싯대를 뽑아 낚시를 매달고

키보다도 훨씬 자란 갈대숲을 젖히고 길을 내가며

물속으로 진입, 친구는 곧장 은어 잡이 낚시에 나서고

 

 

 

아내와 난 준비해온 다슬기 잡이용 유리 도구를 수면에 대고

물속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며 다슬기 줍기를 시작한다.

아직 수온이 제대로 오르지 않았는데도 제법 굵직한

대사리가 지천에 널렸다. 아내는 신이 나서 허리를 굽힌 채

흥분을 주체치 못하고 나 또한 물 위를 기어 다니며

대사리 줍기에 여념이 없다.

친구는 한참을 낚싯대를 드리웠다 던지고를 반복한가 싶더니

중지손가락 만한 은어 새끼 두 마리를 건져 올린 후

나를 부르더니,

 

“친구야 금방 나 하는 거 봤제?”

“이케 자네가 함 해봐!!~” 라면서 낚시 대를 넘겨주고

자연스럽게 임무교대에 들어간다.

요넘의 은어들이 다들 어데루 갔누?

낚싯대를 드리우고 수면을 훑으며 유혹을 해 보지만

역시 입질은커녕 감감 무소식이다.

 

더 이상 뭘 더 바라고 더 무슨 욕심을 채우리?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순간 이 현실이면

충분히 넉넉하고 만족스럽지 아니한가?

마음 부대낄 친구!!~

사랑하는 아내!!~

스스로 지 앞가림 할 줄 아는 건장한 두 아이들!!~

훌쩍 일상을 떠나 삶을 돌아다 볼 수 있는

소박한 시간!!~

소탈한 여유!!~

부족함 없는 행복이며,

더 바랄 것 없는 은혜로움이요~

긎 없을 감사함이 곧 이 아닌가?

 

남대천에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고 불빛 반짝이는 수면위에

또 하루가 저문다. 넓은 수면 양측으로 우거진 갈대숲이

검은 그림자처럼 그 키를 키우고 숲으로부터

들려오는 뭇 새 소리가 시장 통처럼 소란스럽다.

양양대교(?)의 외곽 조형물에 LED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친구와 나와 아내의 특별한 일상이 조명 불빛처럼 빛난다.

제법 두둑하고 묵직해진 대사리 봉지를 흔들며,

아내가 흡족해하고 그나마 은어 두어 마리를 낚아 올린

친구 또한 그 것 들을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어넘긴다.

어기적어기적 물을 빠져나와 뚝방에 올라서서

낚싯대를 접고 노획물을 비닐봉지에 겹 싸서 차에 싣고

아파트로 향한다(19:00)

 

 

경태 모친의 푸짐한 강원도 식 만둣국에

평가 절하하는 친구에 반해 나와 아내의 극찬이 이어지자

경태모친의 판정승으로 친구가 항복하며

이후 내내 그 맛을 인정키로 약속하고 유쾌한

저녁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서로의 거리감 없는

흐뭇함이 찐하게 묻어난다. 거의 식사가 끝날 무렵

운동(축구) 갔다던 경태가 들어와 인사를 하고,

훤칠히 자란 경태의 건장함을 칭찬하며 몰래 약간의

용돈을 쥐어주고 “쉿~” 하라고 일렀건만 쪼르르 달려가

지 엄마께 내밀며 금방 들통을 낸다.

오늘 내내 그만큼 휘젓고 다녔으면 지치기도 하련만

상을 물리고 나자 곧 낙산으로 밤바다 구경을 가자 서둔다.

 

문득 얼마 전 친구가 우리 집 와서 하루 밤을 유할 때,

밖으로 나가 어디서 술 한 잔 더 하자 청하는 친구를

뭐하게 밖에 나가 돈 쓸려 하느냐 못마땅해 하며

아내와 억지로 끌려가듯 나가 억지춘향 술잔을 거들다

흥을 주체치 못하고 클럽으로 이끄는 친구를 만류

노래방이나 가서 놀다 들어가자 실랑이를 벌이다

아내와 둘을 남겨 두고 집으로 들어 와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고 염치없고

부끄럽기가 이를 데 없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저 친구가 이끄는 대로 백사장을 거닐다

무슨(?) 콘도 비취호텔 내부를 돌아

유명 배우 (?)사마가 소유한 건물이라는 둥, 등, 등,

설명을 들어가며 별빛이 초롱초롱 할 때까지 노닐다

밤이 으슥할 무렵에야 돌아갈 길을 서둔다.

마지막 한 곳이라며 영업을 중단한 채 폐건물처럼

변해버린 양양 (?)콘도에서 밤 구경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다들 피곤함에 맥을 못 추며

비실비실 잠자리를 찾아서간다.

여전히 객들이 안방을 차지하고 이부자리를 펴며~~~

우린 내일 일어나는 대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갈 테니 일어나서 행여 없더라도 서운케

생각지 말라고 예고하자 또 트집(?)이다.

그냥 알았다는 듯 염려 말라고 안심 시키고

아내랑 소곤소곤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고 한가하게 시간을

즐길 수 있었음에 깊은 의미를 부여함과

불편과 부담 없는 경태네의 환대에 진정으로 고마움과

감사를 가슴 깊이 간직하며 아내의 등을 토닥거리며,

 

“각시 오늘 아까 밤바다 보믄서 엊저녁에 이야기했던

못 버린 욕심, 서운했던 것, 원망 있던 것, 들 몽땅 다

바다에 던져주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믿음 하나 야무지게 잘 챙겨서 간직 했는가?”

 

내 손을 잡으며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우니 이제 당신한테 업혀도

덜 미안흘것 같쏘!!~” 라며 가슴까지 웃는다.

 

밤은 소리 없이 그 깊이를 더하고 어둠은 새록새록

검은 빛을 덧칠한다.

 

 

7월 1일 (월요일)

 

05시30분

조심스럽게 아내를 흔들어 깨우자

기다렸다는 듯 금방 알아차리고 부스스 일어난다.

이부자리를 조용조용 개켜서 침대위에 가지런히 올려두고,

숨죽여 문을 열고 바깥을 살피고는

미리 준비해둔 배낭을 챙겨 어깨에 걸치고 살금살금

거실로 나온다.

뒤따르던 아내는 주방으로 가더니 슬그머니 냉장고 문을 열어

닭강정 박스를 꺼내들고 물 한 병과 다슬기 봉지를 찾아 챙기며

재밌다는 듯 히죽히죽 웃고,

앞서서 현관문을 도둑처럼 민첩하면서도 소리 없이 열고 나와

아내의 어깨를 감싸서 빼낸 후 다시 소리 없이 가만가만

문을 닫아 부치고 재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빠져 나온다.

 

벌써 사방은 어둠을 밀어내며 새로운 또 하루를 선물하고~

유쾌 상쾌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밝게 웃으며

7월의 첫날 첫 출발을 양양으로부터 시작한다.

 

"자 강원도 콧바람 실컷 쐬었으니 인자 또 새롭게

우리의 삶터로 힘차게 돌아가 보시세!!~”

 

바람처럼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44번 국도를 타고 올라서

자세를 바로하고 긴장하며 서서히 속도를 높인다.

오색을 지나 한적한 도로를 힘껏 질주하며

차 문을 열어 제처 차 안은 물론 몸과 마음을 한껏 부풀려

신선한 아침 공기로 가득 채우고 꼬불꼬불

경사진 한계령을 순식간에 훌쩍 넘는다.

뻥 뚫린 도로를 거침없이 내달려서

인제를 지날 무렵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다.

서로가 편할 것 같아 몰래 나왔으니 이해하라 달래고

사정하며 다음엔 아이들이랑 함께 넘어 올테니 그때 또 보자고~

진정 고맙고 감사하였노라 꼭 경태 모친께도 전해 드리라

당부하고 전화를 끊는다.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만족할 만한 여행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아내와 흐뭇한 후일담을 나누며 홍천쯤에 이르렀을 때 차량이

하나 둘 늘어나며 한여름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어제 서울은 온통 찜통 속 같았다고 했는데,

오늘도 역시 불가마속 같을 한여름 더위를 예고한다.

 

“가는 길에 아침은 해결해야지?”

“영업하는 식당이 있는지 잘 한번 찾아보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곧 한식 뷔페 집 간판에

영업 중임을 확인하고 핸들을 꺾어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차에서 내려서 화장실을 찾아가며(07:30)

 

“각시!!~ 아이들 탈 없이 출근하는지 확인 함 해 보제??!!~”

 

제법 가지가지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정갈스럽게

준비돼 있고 손님 한분이 우리보다 먼저 식사중인 것 외엔

텅 빈 홀 안에 아내가 주인처럼 식탁과 진찬 사이를 오가며

음식을 챙겨다 놓으면서,

 

“주현인 출근 중이고 혜영인 출근 준비 중 이라는디!!~”

 

고개를 끄덕이고 식판에 음식을 담아와 아내와

마주보며 앉아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즐긴다.

색다른 느낌의 생소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평상시 집에서 이 시간대면 아내는 아이들 아침 준비에

분주할 시간일 텐데 다른 누군가가 준비해 둔 음식을

입맛대로 골라 담아서 느긋이 둘만이 식탁에 앉아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으며,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세상체험을

하고 있는 듯한 한가롭고 평화로운 느낌에 마음까지 설렌다.

예상치 못했던 분위기에 음식 맛까지 입맛에 맞아

아침부터 뜻 밖에 과식을 자초하고 흡족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와 출발을 서둘며,

 

“당신은 집으로 아님 회사로?”

 

“시간이 어중간 한데 그냥 곧장 출근하여 회사에서

좀 씻고 쉬는 편이 낫껏는디!!~”

“당신은?”

 

 

“어~~그~려!!~ 나도 오케이시!!~”

 

서둘지 않고서도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아

빠르게 뒷걸음질 치는 푸른 들, 진초록 산 들을

눈여겨 바라보며 깊어가는 한여름 전경을

새삼스레 가슴으로 느낀다.

아내 또한 차창을 열어놓고 바람을 맞으며

콧노래를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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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속 열기를 가르며 질주를 거듭한 애마가

마침내 아내의 직장 앞에 멈춰 선다.

 

“각시!!~ 우리 션한 바닷바람이 콧구녕에 일렁이는 기분으로

오늘 아니 7월 내내 유쾌 상쾌 통쾌 하시세!!~”

 

“당신도요!!~” 라며 손을 흔들어주는 아내를 뒤로하고,

 

다시 애마를 돌려 흐뭇한 마음으로 사무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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