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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

출근길 이른 아침 출근길, 인도 변에 어지러이 흩어진 플라타너스 낙엽의 처연한 모습에서 무한세월 긴긴 터널 속으로부터 또 한 해의 마지막 종착역에 이르러 있음을 습관처럼 깨닫습니다. 삶이라는 여정의 멀고 긴 철로 위 석양노을 짙어가는 인생 종착역 가까운 또 한 간이역 앞에,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헛헛함을 감추지 못하는 나그네의 가슴에 또 한 겹의 시린 회한을 담습니다. 2021년 12월 1일 (출근길에서) 더보기
발광 아비인 것이 죄고 못 다 준 것이 한일 것을, 그 하나를 보듬지 못하고 그 발광을 떨었는가? 하늘이 주신 귀한 인연으로 하늘처럼 높고 크다셨는데, 그 서운함 하나를 덮지 못하고 그 원망을 떨었는가? 뭣이 더 소중하기에 혈연을 마다하고 그까짓 게 뭐라고 그 울분을 품으려는가? 먼 세월 지나 그 자리가 내 자리가 되고 보니, 그 설움이 두고두고 응어리가 된 채 사는 동안 내내 가슴에 결리는 비우려야 비울 수 없는 회한이던 것을, 2021년 6월 20일 더보기
이순의 가을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지만, 온 길 모르듯 갈 길 또한 알 수 없다. 온 힘을 다하여 삶을 사랑했을까? 온 마음을 다하여 오늘을 사랑했을까!!? 낡은 지갑을 펼치면 번듯한 명함 하나 없고, 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서 내 세울 이름도 없이, 아쉬움으로 지금까지 무얼 하.. 더보기
칠칠일 내 어머니 천국 가신지 칠칠일이 되는 날, 백련사 약사전에 연등 올려 천국으로의 입문을 축원하고 부처님 전에 머리 조아려 극락왕생을 발원, 휑한 내 정수리를 지그시 내려다보시며 알 듯 모를 듯한 부처님의 저 미소는, 연등 속에 감춰진 내 속내를 아셨음인지? 중생들의 어리석음에 .. 더보기
울 엄니의 한여름 끝자락 새벽길 달려서 친정집(?) 왔더니, 구순을 넘보시는 내 어머니, 이 한여름 끝자락을 누르고 앉으신 채 일 귀신이 들리신 것처럼, 토란대 더미 속에 묻히셔서 잠시도 일손을 멈추지 못하시고 가녀리신 몸을 꼼지락대십니다. 가까운 벗님들을 부르셨음인지? 품앗이를 삼으셨음인지? 서둘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