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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일







내 어머니 천국 가신지

칠칠일이 되는 날,

백련사 약사전에 연등 올려

천국으로의 입문을 축원하고

부처님 전에 머리 조아려

극락왕생을 발원,

 

휑한 내 정수리를

지그시 내려다보시며

알 듯 모를 듯한

부처님의 저 미소는,

연등 속에 감춰진

내 속내를 아셨음인지?

중생들의 어리석음에

실소를 하고자 하심인지?

 

각황전을 물러나와

백련사 마당을 내려선 마음,

안도의 저 반대편 끝에

회한과 죄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가시처럼 뾰족이

솟아오른다.

 

기억하고 챙겨서 이끌어준

아내의 정성이 감사하고

묵묵히 따라나서

동참해준 아이들이 고맙고,

 

돌아와 앉은

침묵의 공간,

뻘쭘한 낯설음에

살며시 일어나

습관처럼 배낭을 챙겨

용마산 능선을 배회한다.

 

싱그러운 연초록 산

송홧가루를 뒤집어쓴 채

삐죽이 입술 내민 아카시아꽃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고,

잠시잠깐 향긋함에

상처 난 가슴 어루만지다

설 곳 잃은 나그네

연무 자욱한 아차산에 갇혀

이내 희뿌연

늪 속으로 빠져든다.


201755(어린이 날)